“배척화된 이원화 체계 속 한의학…우수성 살리려면 다양한 제도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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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척화된 이원화 체계 속 한의학…우수성 살리려면 다양한 제도 모색해야”
  • 승인 2020.02.2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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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김동일 동국한의대 학장

내년 2주기 평가인증 위한 교과과정 개편 목표…“술기 강화, 어렵지만 가야할 방향”

[민족의학신문=일산, 박숙현 기자] 지난해 12월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의 신임 학장으로 김동일 교수가 취임을 했다. 그는 “책임이 무겁다”고 하면서도 내년 2주기 한의학교육평가인증에 관해서는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학장을 만나 미래 한의사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장으로 취임한 소감이 궁금하다.

책임감이 무겁다. 한의학 교육이 한국사회에서 원하는 한의진료를 할 수 있는 한의사를 기르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한의학이 아니라 직무수행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식으로 교육이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선도적으로 간 대학도 있고 아직 가지 못한 대학도 있는데 동국대는 가고자 하는 대학이다. 구성원들의 공통된 의식은 있는데 구체적인 실행방법이나 로드맵에 대한 합의는 아직 부족하다. 교육 공급자인 교수들과 교육서비스를 받는 학생, 공급체계의 장을 제공하는 학교와 병원이 모두 다 조화롭게 공동된 목표의식을 가지고 합의가 돼야 한다. 이를 이루는 것이 어렵겠지만 해내고자 한다.

 

▶학장으로서 목표로 삼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교과과정 개편과 적정한 교육, 건전한 면학분위기 조성이다. 의료정보가 과잉된 세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대학교육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강의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학생들이 긴장감과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교육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야겠다는 목표가 있다. 또한 대학은 연구가 중요한데 이러한 연구는 최근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류에 동국대가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는 내년에 진행될 2주기 한의학교육평가인증 평가와도 맞닿아있다. 이 평가는 교육, 그리고 일차의료영역에서 한의사가 해내야 할 영역에 대해 다루고 있다.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평가 결과에 대비하면서 교육의 질을 향상하고 적정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싶다. 이는 주요과목 교수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교과과정을 개편하는 상황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어떠한가.

교과과정을 개편하려면 우선 교육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이에 따라 과목간의 중복성을 배제하면서 기초와 임상을 유기적으로 묶어야 한다. 이는 Top-Down으로 갈 영역과 bottom-up으로 가야할 영역을 나눠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동국대가 어려운 부분은 일산과 경주캠퍼스로 학생들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목은 크게 가장 기초가 되는 기초한의학과 중계성질이 있는 기초한의학, 임상한의학 3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3개 과목이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학년 사이의 분리도 있다. 또한 강의실 밖에서 일어나는 선후배간의 비강의실교육이 단절되어 있다. 과거 동국한의대 6개 학년이 한 곳에서 함께 있을 때에 비해 선후배간의 유기적 관계에서 오는 교육 기회가 부족하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더욱이 교수들의 공감대형성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받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이 받는 교육이 적정하고 합리적인지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 학생의 참여도가 중요할 것 같다.

 

▶한의학교육평가인증 2주기 평가를 앞두고 있지만 더 나아가 KAS2021도 따라야 한다. 새로운 인증기준은 양적기준이 전보다 많이 증가하는데 이를 어떻게 준비할 예정인가.

동국대는 2주기 평가를 먼저 하는 것이 급선무다. 2주기 평가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KAS2021을 바로 진행할 부분은 함께 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를 얼마나 해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되기는 한다. KAS2021에 따르면 임상실습시간이 1500시간으로 늘어나는데 이는 단순히 병원 진료를 참관하는 방식으로는 시수를 감당할 수 없다. 학교에서 혹은 병원에서 교육목적의 인력 충원이 잘 될지도 문제이고, PBL이나 OSCE를 위한 공간 확보도 필요하다.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어야 하며, 실습시간이 늘어나면서 수업시간이 연장이 되는 것을 학생들이 수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다 걸려있다. 처음부터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서 교과과정을 만든 학교는 비교적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는 기존에 있던 것을 다 손봐야하기 때문에 저항이 클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술기강화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교육과 관련해서 의료일원화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논의된다. 의사 면허와 의학 교육이 모두 통합이 된다면 한의학과 한의대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의과와 의과가 법적으로는 대칭적인 관계지만 진료량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현실적으로 진료량의 차이는 우리사회에 기여하는 양의 차이와 연관성이 크다. 이를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의계가 가지고 있는 임상결과를 어떻게 확장해서 국민들의 보건의료현실에 한의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배척화된 이원화된 의료체계가 과연 옳은가. 이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의료일원화를 이야기하자면 환자들은 이미 의료일원화를 스스로 하고 있다. 의료일원화가 된다면 한의학이 사라질까. 나는 의미 있는 한의학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을 할 사람과 한방의료를 할 사람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한의학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다. 임상의들은 한의학의 정수를 가지고 실제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많은 상병을 진료할 수 있는 한의사들이 이원화체제가 고착화되면서 근골격계 외에는 거의 진료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옳은 것인가. 의료일원화가 된다면 의과와 진료하는 한의과 진료영역이 있고, 의과도 훌륭하지만 한의과에서 대안으로 해볼 수 있는 진료영역이 있고, 의과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의과를 병행해서 치료하는 것이 더 좋아지는 영역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정리가 된다면 오히려 한의계의 저변은 확대될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 한의사의 삶인지 한의학의 삶인지 구분을 해야 한다. 그 속에서 이미 개원한 한의사와 배우고 있는 한의대생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대학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들을 위해 무엇이 옳은가를 고민해본다면 어떤 형태로든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의 고유한 정체성보다는 우수성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문적 영역에서는 정체성이라는 개념이 맞지만 임상적 영역에서는 의미 없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한의과의 우수한 의료행위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데 이원화된 공급체계 속에서 사장될 위기에 있다. 이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공급자가 서로를 이해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통합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서 한의학을 연구하고 한의의료를 진료할 미래의 학생들, 젊은 한의사들이 활동할 수 있고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기회가 전개되는 방향을 모색하길 바란다.

 

▶선배한의사로서 후배 한의사와 한의사가 될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본인이 어떤 이유로 한의대에 들어왔고 어떤 이유로 한의사가 되었든 현재 한의대생이고 현재 한의사다. 내가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해서 개인의 행복과 사회 기여를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삶이 건조해지고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 멋있는 사람, 성실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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