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Ⅲ. 고찰
<醫宗損益> 標題와 서문을 살펴보면 그림 4의 (나)판은 三木榮의 <朝鮮醫學史及疾病史>9)에 수록된 이미지인데 아직 실물을 확인하지는 못하였고, 현재까지 실물로 확인한 <醫宗損益>은 모두 (가)판으로 나타났다. (나)판의 서체는 (가)판과 같은데 (가)판에 비해 획이 거칠고 어색하여 (가)판의 標題를 급히 베낀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아마 標題가 탈락되어 보충하는 과정에서 남의 글씨를 모방하는 방법의 하나로 먼저 가는 선으로 글자의 윤곽을 그리고 나서 그 사이에 먹칠을 하여 본뜨는 雙鉤塡墨과 같은 방법 때문에 생긴 차이로 보인다. (가)판과 달리 (나)판의 괘선이 비뚠 이유도 (가)판 위에 종이를 대고 그린 모양이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惠庵別号叙와 小像은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과 일본 杏雨書屋 소장본의 <醫宗損益>에만 존재하는데, 惠庵別号叙와 小像을 통해 <醫宗損益> 출판의 선후관계를 헤아릴 수 있을까? 조선시대 출판된 서적의 인물 圖像을 연구한 최경훈10)은 “서적의 삽도로 들어가는 인물의 圖像은 문집이 중간되는 과정에서 수록한 경우가 많았다.”고 하였는데, 이 주장을 근거로 하면 <醫宗損益>의 경우도 초기판본에는 惠庵別号叙와 小像이 없다가 補刻되는 과정에서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惠庵別号叙와 小像은 후기본 중에서도 처음에만 보이고 다시 사라지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補刻을 기준으로 <醫宗損益>을 살펴보면 6책 卷十二 말미에 跋文이나 6책 卷十一 末尾에 “嬰兒初生救急 凡十八條”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補刻의 성격상 처음에는 跋文이나 “嬰兒初生救急 凡十八條”를 판각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補刻하면서 이들을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목판을 새로 판각하지 않고 추가된 부분만 판각하여 기존 목판에 잘라 붙이는 형태로 작업을 하였기 때문에 補刻된 책에는 上下匡郭에 틈새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匡郭에 틈새가 있는 것이 나중에 만들어진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跋文이나 “嬰兒初生救急 凡十八條”가 없는 것이 먼저 만들어진 책이고, 있는 것은 나중에 만들어진 책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跋文의 유무에 따라 크게 초기본과 후기본으로 나눌 수 있고, 嬰兒初生救急 凡十八條 항목의 유무에 따라 다시 초기1본, 2본, 또는 후기1본, 2본, 3본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補刻을 한다 하더라도 <方藥合編>의 경우는 글자가 다 뭉개져 훼손된 경우 수정 판각한 경우가 많았고, 수정 과정에서 誤刻한 경우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醫宗損益>의 경우는 <方藥合編>과 달리 글자가 뭉개져 훼손된 경우 補刻하거나, 수정 과정에서 誤刻한 경우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 독특한 점이다.
향후 三木榮 소장본 <醫宗損益>의 실물을 확인하여 비교하는 것을 비롯하여 보다 진전된 연구를 기대한다.
Ⅳ. 결론
<醫宗損益>의 編制를 비교 연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1. 跋文의 유무에 따라 초기본과 후기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跋文이 없으면 초기본이고 있으면 후기본이다.
2. 초기본은 嬰兒初生救急 凡十八條 항목의 유무에 따라 간행의 선후를 구분할 수 있는데, 嬰兒初生救急 凡十八條가 없으면 초기1본이고 있으면 초기2본이다.
3. 후기본은 惠庵別号叙와 小像은 있고 嬰兒初生救急 凡十八條 항목이 없으면 후기1본, 惠庵別号叙와 小像과 嬰兒初生救急 凡十八條 항목이 모두 있으면 후기2본, 惠庵別号叙와 小像이 없고 嬰兒初生救急 凡十八條 항목이 있으면 후기3본에 해당한다.
<참고문헌>
9. 三木榮, 朝鮮醫學史及疾病史, 1963:257.
10. 최경훈, 人物 圖像 版畵 收錄 朝鮮本에 대한 一考察, 서지학연구, 2015:63:235-271.
*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소장 <醫宗損益> 열람에 도움을 주신 최경훈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기춘·서정철·최순화 / mc맥한의원·우리경희한의원·보광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