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한의사가 바라는 2020년]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모두에게 보장되는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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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한의사가 바라는 2020년]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모두에게 보장되는 한 해가 되기를”
  • 승인 2020.01.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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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희용

곽희용

mjmedi@mjmedi.com


곽희용 /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공의,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장애인독립진료소 의료진
곽희용 /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공의,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장애인독립진료소 의료진

한의사로서 사회에 발걸음을 내딛은지 4년째 되는 해를 맞이하며, 수련의로 근무하는 정규 일과 외에 단연 기억에 남았던 일은 장애인독립진료소 활동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장애인 건강권에 대해 관심이 있던 상태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무감 속에 후배의 권유를 받아 한 달에 한 번 진료에 참여한 지도 3년째입니다. 막연한 의무감 속에 시작하였지만 점차 활동을 이어나가며 한의사이자 의료인으로서 개인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장차 한의계가 보건의료계와 연대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독립진료소.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하여, 혜화역 이음센터에서 10여년간 격주로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한의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입니다. 장애인 진료소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여 이동해야 하는 중증 지체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전반적인 진료시간을 확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비장애인들과 장애인이 편견 없이 소통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기본적인 진료 상담과 침구 시술에서부터 추나요법, 운동치료, 첩약 처방까지 한의원에 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탈시설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과 함께 내원하여 그간의 건강문제를 점검받고 적합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됩니다.

서울 중심가에서는 한 블록에도 몇 개씩이나 의원/한의원이 보입니다. 의료 소외지역마다 공중보건의가 파견되고 보건지소가 세워졌습니다. 이 시대에 ‘무의촌’은 일부 병원선이 왕래하는 섬지역 외에는 거의 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에 내원하기 어려워서, 의료기관에 가격, 접근성, 혹은 물리적인, 심리적인 ‘문턱’이 존재해서 아픈 것을 참아내고, 마땅히 받아야 할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아직 수없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만 그들의 아픔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독립진료소>, 여성청소년을 위한 진료소 <나무> 등은 그 문턱을 없애고 마땅히 받아야 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중 하나가 아닐까요.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은 2019년 보건의료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사업을 통하여 방문진료, 장애인 주치의제 등 의료서비스가 닿지 못했던 시민들에게 마땅히 보장받아야 했던 권리를 되찾아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지역한의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지지하고 참여하여 한의학적 개입이 통합돌봄 사업에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실천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이제는 민간이 모여서 만들어낸 조직이 아니라 국가에서 책임져내야 할 시기라는 것을 모두가 공감하고 또 행동으로 나타나는 단계로 이어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 임상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환자들을 위하여 힘써주시는 선배님들께, 사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공무원 및 담당자 여러분께, 진행되는 한의과 사업 관련한 과제를 받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기반을 다져내는 전국의 수련의와 연구원, 교수님들께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2020년에는 가장 필요한 곳에 적합한 의료자원이 공공재로써 분배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처 목소리를 낼 창구조차 없었을지도 모르는 의료소외 계층의 호소에 귀기울이고 한의계가 선제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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