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Holobiont: 미생물과 함께 하는 건강, 이제는 실천이다
상태바
[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Holobiont: 미생물과 함께 하는 건강, 이제는 실천이다
  • 승인 2019.12.2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지난 서평에서 ”10퍼센트 인간“을 소개하며, 생명체의 개념을 확장시켜 ”Holobiont“로서의 인간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Holobiont란 전체를 의미하는 holo(whole)와 생명(생물)을 의미하는 bio의 합성어로, 전생명체 혹은 통생명체로 번역할 수 있다. 통생명체 관점에서의 건강이란, 우리의 생명현상이 나 혼자의 힘으로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서식처로 삼아 살아가는 수많은 미생물들과 함께 이루는 것이며, 이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이 이루어질 때를 건강한 상태라 생각할 수 있다.

김혜성 지음
파라사이언스 출간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늘 애쓰는 한의사들에게는 생명과 건강에 관한 철학이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이다. 한의학 진단치료과정은, 비록 미생물을 굳이 고려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전인적인 관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미생물과의 공생으로 인한 현상까지 아우르며 건강을 관리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약이나 침치료 효과가 장내미생물의 변화와 관련이 깊음을 보여주기 시작하였으니 이 또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임상을 해온 치과의사인 저자가 미생물을 공부하며 새롭게 깨닫게 된 생명과 건강에 대한 관점을 담고 있다. 통생명체로서 나와 공생하는 미생물을 잘 관리하기 위해 삶과 임상현장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이제 책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서장에서는 사람이 아닌 미생물이 사람에게 편지를 띄운다. 최근 100년 동안 적대시해 온 세균에 대한 시각이 위생에는 기여했지만 건강 관점에서 인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함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자는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을 고려하여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 첫 번째로는, 내 몸속 미생물 돌보기를 제안한다. 실제 미생물들은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건강을 위해서는 우리 피부, 구강, 장, 호흡기 등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을 잘 돌보면서도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자주 샤워하기, 세 번 이 닦기, 아침에 대변보기 등의 생명친화적인 관리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다음으로 미생물과 균형을 이루기 위한 필수 요소로서 내 몸 돌보기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약은 급할 때만 최소로 먹고, 섬유소가 많은 건강한 음식을 항상 먹으며,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하기 위하여 운동과 공부를 실천하는 것 등이 내 몸이 미생물과 건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건강관리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모두 알고 있는 것이라 해도, 미생물과의 공생 관점에서 필요성을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분명 좀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실천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서구의 환원주의, 이에 기반한 생명현상을 분해해서 바라보려는 현대과학, 의학, 산업의 짧은 시각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한다. 생명현상은 38억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진화해온 내 몸의 미생물을 함께 아우르는 통생명체적인 인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나갈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분자생물학의 비전은 생명을 다했다. 이제는 계속해서 잘라가는 환원주의자들의 분자적 시선을 극복하고, 눈을 들어 살아있는 세계의 전체적인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의 진화, 창발성, 복잡성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책의 말미에 인용되어 있는, 20세기 생물학 거장, 칼 워즈 박사의 말이다. 그는 환원주의 생물학을 온 몸으로 체험한 학자였기에 생명에 대한 그의 말이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저자는 미생물 연구를 바탕으로 치과와 내과를 결합해 ‘잘 먹고 잘 싸자’는 모토로 건강 지향병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반가운 소식이다. 의료계 전반에 환원주의의 한계를 뛰어 넘어, 통합적인 인간과 생명에 대한 관점을 지향하는 의료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