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준태 시평] 한방의료기술, 다양한 파트에서 표준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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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시평] 한방의료기술, 다양한 파트에서 표준 마련해야
  • 승인 2019.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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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mjmedi@mjmedi.com


한국의 녹차는 2007년 농약녹차 파동을 겪으면서 재배 면적 감소와 소비량이 줄어드는 몸살을 앓았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된 제품들이 대부분 수입산이었던 것과 별개로 한국에서 녹차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죠. 중국 보이차의 경우엔 품질이 나쁜 차가 유통되면서 안 좋은 인식 역시 심해졌습니다. 하지만 녹차와 보이차 모두 효능과 함께 안전성의 검증, 재배 단계에서부터 품질 관리를 통해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고, 소비량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 침체되었던 산업이 다시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생산에서부터 품질관리가 되어야 하고, 소비 역시 이에 호응해서 늘어나고 소비의 증가가 다시 생산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그런 품질관리를 하고, 또 좋아진 품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식품은 안전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의약품이나 의료기술에 있어 품질은 유효성을 만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은 임상전단계의 이슈입니다. 임상단계에서는 해당 의료기술이나 의약품을 일선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도입할 정도의 경제적 유인, 기존 기술과의 차별성, 습득 및 시술에 필요한 난이도, 환자의 지불의사와 관련된 경제성에 따라 보급률이 달라지게 됩니다.

기존 기술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물질 또는 사람이 이용하지 않던 물질에 대해 적용하는 신약개발의 수준으로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신뢰를 위한 품질에선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는 필요합니다. 쌀을 팔 때 그냥 알 수 없는 자루에 담긴 쌀과 검사 합격 표시와 함께 함수율, 단백질 함량, 세균수, 이물질 등의 기준을 합격했다는 내용이 찍힌 포장에 담긴 쌀을 살 때의 느낌은 꽤 많이 다를 것입니다. 소득 수준이 낮고 쌀을 대체할 다른 주식이 없는 경우라면 더 저렴한 쌀을 사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소득 수준을 만족하고 빵이나 국수 등의 대체 가능한 주식이 있다면 쌀을 살 때 조금 더 비싸더라도 기준을 합격한, 품질관리가 된 쌀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임계점을 넘는 순간, 자루에 담긴 쌀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어지게 되고 시장에서 보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대신 품질관리가 된 쌀은 주류가 되고, 여기에서 더 고급화 되어서 특정 품종, 혹은 특정 지역 등 브랜드를 갖춘 쌀이 더 비싼 가격에 팔려나갈 기회를 갖게 됩니다.

옛날에는 쌀가게에서 쌀을 샀고 쌀가게 주인의 쌀을 보는 안목이 곧 가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쌀가게 주인의 안목 보다 측정기기를 이용해 기준치를 만족하는 지를 검사하고 있고, 한 자루에 담긴 쌀은 혹은 하나의 포장을 사용하는 쌀은 일정한 품질 기준을 만족할 것이라고 소비자는 믿고 살 수 있게 됩니다. 한약재도 사실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수 한약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hGMP) 제도는 한의원 및 한방병원 등 한방의료기관에 공급되는 모든 한약재에 대해서 안전성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품질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원외탕전 인증제는 한약재가 한약으로 조제 되는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침을 비롯한 각종 의료기구 역시 멸균 등 안전성에 대한 여러 기준치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한 품질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의료기술, 의료기구, 한약재 등에 대한 여러 기준이 만들어지고 관리가 될 수록 브랜드 가치는 향상될 것입니다. 또한 기준이 점점 상향 조정되고 이에 대한 관리가 원활해져서 기술, 기구, 한약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지게 되면 건강보험 및 정책 분야에 있어서도 더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적절한 기준을 양적, 질적인 차원에서 계속 수립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표준화와 획일화는 다릅니다. 의료 기술에 있어 표준화는 평균과 적정 편차치 이내에 해당하는 부분을 관리하고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정하는 곳은 구성원의 충분한 동의를 얻어 낼 수 있는 신뢰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앞으로 표준화를 위한 독립된 기관을 설립하고 꾸준하게 표준화에 대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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