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반둥공대 약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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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반둥공대 약초원
  • 승인 2019.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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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45)
한의약연구소장

반둥(Bandung)시는 자바 섬에 위치한 서자바 주의 주도(州都)로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자카르타에서 남동쪽으로 170km 떨어진 고원지대에 있으며 자카르타에서 차량으로 3시간 가량 걸린다. 이 도시에서 제1차 아시아·아프리카회의가 열려 반둥선언을 채택했다. 인도의 네루 총리,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 그리고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이 중심이 된 이 회의는 반둥회의라고도 한다. 1955년에 제1차 회의가 개최되었지만 제2차 회의는 개최되지 않았다.

보고르 시내에서 보고르식물원을 조사한 일행은 반둥시로 이동하여 반둥공과대학교 약초원을 방문했다. 반둥 시내의 반둥동물원 인근에 있는 반둥공대는 Bandung Institute of Technology의 영어 이름을 가지며 보통 인도네시아어 Institut Teknologi Bandung의 약칭인 ITB로 불린다. 대학의 여러 학부 중에 약학부가 있고 약학부는 약초원을 소유하고 있다.

반둥공대 약초원은 약학부 건물 바로 옆에 마련된 아담한 크기의 식물 포장이었다. 이 약초원은 아마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조사한 약초는 26과 43종으로 쥐꼬리망초과 식물은 6종이며 꿀풀과 식물 5종, 대극과 식물 4종 순서로 자라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약초는 장과필발(長果蓽茇)이라고도 부르는 대필발(大蓽茇, Piper retrofractum) 그리고 가구(假蒟, Piper sarmentosum), 토인삼(土人參, Talinum paniculatum), 홍두(紅豆, Abrus precatorius)이다.

한약 필발(Piper longum)은 식물 필발의 덜 익은 열매를 말한다. 온중산한(溫中散寒), 하기지통(下氣止痛)의 한방효능으로 복부가 차고 아픈 증상, 가슴이 막히는 듯하면서 아픈 병증에 효과가 있는 약재이자 향신료이기도 하다. 필발과 비슷한 약초로 장과필발이라고도 부르는 대필발과 가구의 두 종이 약초원에서 자라고 있다. 대필발도 온중건위(溫中健胃), 거한지통(祛寒止痛) 효능이 있으며 발한작용과 신진대사 촉진작용이 있는 향신료, 조미료로 쓰이는 약초다. 가구는 온중산한(溫中散寒), 행기지통(行氣止痛), 화습소종(化濕消腫) 효능으로 배가 부르고 통증이 있는 증상, 풍습으로 인해서 저리고 아픈 것, 고환이나 음낭이 커지면서 아픈 병증에 도움이 된다. 토인삼은 보기윤폐(補氣潤肺), 지해(止咳), 조경(調經)의 효능을 가지는 약초다. 홍두는 뿌리를 한방에서 상사자근(相思子根), 성숙한 씨는 상사자(相思子), 잎과 줄기는 상사등(相思藤)이라 부른다. 씨는 독성이 있지만 목안이 붓고 아픈 증상, 기관지염, 간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 청열해독(淸熱解毒), 거담, 살충의 효능이 있으며 이하선염과 풍습(風濕)으로 인해 뼈가 아픈 병증에 효과가 있다.

약초원에서 촬영한 약초 중에서 우리나라나 중국 이름이 있는 식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고량강, 화엽가두견(花葉假杜鵑), 황화가두견(黃花假杜鵑), 라벤더, 치자, 병풀, 음향(陰香), 악취화(鰐嘴花), 소박골(小駁骨), 의란(依蘭), 주초(硃蕉), 국삼칠(菊三七), 평와국삼칠(平臥菊三七), 낙지생근(落地生根), 홍수철현채(紅穗鐵莧菜), 변엽목(變葉木), 청산호, 홍배계화(紅背桂花), 고양이수염, 좌수향(左手香), 삼대절(三對節), 고랑수(苦郞樹), 접두(蝶豆), 세엽설가화(細葉雪茄花), 콜라너트, 모엽윤환등(毛葉輪環籘), 천층금(千層金), 오면마(烏面馬), 오렌지자스민, 나비매(羅比梅) 등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국립식물원인 보고르식물원, 발리식물원, 치보다스식물원과 보고르농대 약초원, 반둥공대 약초원의 대학 식물원 그리고 2곳의 회사 식물원 이렇게 7곳의 인도네시아 식물원을 찾았더니 서로 비슷한 약초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즉 대고량강은 보고르식물원, 발리식물원, 보고르농대 약초원, 반둥공대 약초원, 토인삼은 보고르농대 약초원, 반둥공대 약초원, 부미허발다고식물원, 음향은 발리식물원, 반둥공대 약초원, 가구는 보고르식물원, 보고르농대 약초원, 반둥공대 약초원, 대필발은 보고르식물원, 반둥공대 약초원, 황화가두견은 보고르농대 약초원, 반둥공대 약초원, 부미허발다고식물원 그리고 화엽가두견은 보고르농대 약초원, 반둥공대 약초원에 공통적으로 자라고 있었다.

인도네시아로 출발하기 전에 한국서 인터넷을 뒤져 어렵게 반둥공대 약학부의 데주데주 데주하에라(Djudju Djuhaera) 박사를 찾아내고 사전 약속을 하고서 약초원을 찾았다. 만나보니 그녀가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반가웠다. 약초 촬영이 급했지만 그곳 교수들이 마련한 환영회에 참석하여 인사말을 하고 필자의 약초도감도 대학 도서관에 기증하는 등 교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일행들의 열정적인 약초 촬영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교수들은 반둥 시내의 제약회사 약초원도 소개해 줬다. 시간을 내어 안내해 준 반둥공과대학교 교수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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