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주역] 변화는 맹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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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주역] 변화는 맹수와 같다
  • 승인 2019.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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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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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장기한의원장

그것은 언제나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때로는 번개와 같이 빠르고 어떤 이에게는 승리를, 어떤 이에게는 피를 요구한다. 작은 변화가 아닌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큰 변화에 있어서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뒤따른다.

주역의 택화혁 괘는 이런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택화혁 괘의 괘사는 이러하다.

革 已日乃孚 元亨利貞 悔亡

혁은 이미 날이 되어야 이에 믿음이라,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뉘우침이 없다. 혁은 작은 변화가 아니다. 그야말로 아래쪽부터 위를 완전히 뒤집어 엎어 버리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 아무때나 할 수 없다. 힘을 모아 한번에 뒤집어야 경직되었던 것들이 겨우 조금씩 움직이게 된다. 그러므로 그 날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믿음을 모아 일을 성사시키고, 바르게 해야 그 결과에 후회가 없다.

初九 鞏用黃牛之革

초구는 누런 소의 가죽을 굳게 쓴다. 초구를 보면서 내가 항상 떠올리는 것은 '트로이의 목마'다. 컴퓨터 바이러스 얘기가 아니라,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목마 속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수많은 군사들에 대한 것이다. 소는 유순하고 우직하며 시키는대로 하는 동물이다. 가장 아랫쪽에서 혁명을 준비하는 민초는 그런 탈을 쓰고 가만히 숨죽여 기다린다.

六二 已日 乃革之 征吉无咎

육이는 이미 날이어야 이에 고치니, 가면 길하여 허물이 없다. 육이는 내괘의 중앙에 자리하고 원래 음의 자리에 음효가 자리하니 정당한 자기 자리에 있다. 그러니 맞는 자리, 맞는 때를 만난 것이다. 이때에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가면 일이 성사되고 허물도 없다.

九三 征凶 貞厲 革言三就 有孚

구삼은 가면 흉하니 바르게 하고 위태하게 할지라, 고친다는 말이 세번 나오면 믿음이 있다. 구삼은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함부로 자신만만하게 돌격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행동이 정당한지, 다른 동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는지, 지금 나아감으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판세를 뒤집기도 전에 동력을 잃어버리고 흩어지게 될 수 있다. 그러니 고친다는 말이 세번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또 정비해야 한다.

九四 悔亡 有孚 改命 吉

구사는 뉘우침이 없으니 믿음이 있으면 명을 고쳐서 길하다. 구사는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온 다음의 첫 효이다. 한번 세를 뒤집은 후에 고쳐야 할 것들을 바로잡기 시작하는 자리이다. 혁명이라 부를만한, 아래로부터의 세력 역전을 지켜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세를 뒤집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세는 뒤집혔어도, 그 다른 면이 또다시 예전과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 경우 순수한 뜻을 모아 동력이 되어주던 사람들이 실망과 후회로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또다른 세력다툼으로 어지러워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일단 세를 뒤집고 난 다음이라면 눈에 보이는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그것이 '명을 고치는 것'이고, 확실히 옛날과는 다르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길하다.

九五 大人虎變 未占 有孚

구오는 대인이 호랑이로 변하니 점을 하지 않음에 믿음이 있다. 구오는 외괘의 정중, 양의 자리에 자리하고 있는 정당한 우두머리이다. 아래로부터 이끌어온 혁명의 동력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왕 혁명을 시작했고 이를 완수하려면 상과 벌이 확실해야 한다. 악습은 뿌리뽑고 죄지은 자는 처벌하며 억울한 자는 구제해야 한다. 보통 구오의 자리에 요구되는 것은 너그러움과 바름이었으나, 택화혁괘의 구오는 다르다. '점을 하지 않는다' 함은 자기의 행동에 일말의 의심도 없음을 의미한다. 이 행동의 결과가 성공이 될지 실패가 될지 두렵거나,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거란 불안이 있으면 구오의 자리에서 성난 민중을 이끌 수 없다. 이 방향이, 이 행동이 옳다고 굳게 믿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맹수처럼 나아가는 것, 이것이 혁명을 이끄는 리더의 자질이다.

上六 君子豹變 小人革面 征凶 居貞 吉

상육은 군자는 표범으로 변하며 소인은 낯만 바꾸니 가면 흉하고 바른 곳에 거하면 길하다. 앞선 구오가 호랑이로 변한 것에 비해 상육의 군자는 표범이다. 어떤 차이일까? 호랑이는 옛날부터 가장 무서운 맹수이며, 산중의 왕이라고 불리웠던 동물이다. 그만큼 머리가 좋고 무자비하며 살생의 대상을 고르는데 사람이나 짐승을 가리지 않는다. 표범은 범과 비슷하나 그보단 작고 덜 위협적이다. 상육은 혁명이 모두 끝난 뒤의 상황을 보여준다. 뜻을 같이하진 않으나 소인들은 범의 기세가 무서워 낯빛을 바꾼다. 이런 소인들에게 속내마저 바꾸기를 강요하며 무서운 호랑이처럼 사람을 물었다가는, 아무리 소인들이라도 또 뜻을 모아 상황을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 가면 흉하다 함은 이런 의미이다. 그러니 바른 곳에 거하며 그들을 지켜보고 감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택화혁괘는 내게 촛불시위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맞아서 정신을 잃게 하는, 시력을 잃게 하는, 사나운 물대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겁게 타오르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홍콩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조용히 황소 가죽을 뒤집어쓰고 마음을 굳건히 다지고 있는 사람들도, 뿌려지는 물대포와 무차별적인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가장 앞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도,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현재 상황을 알리며 지지를 부탁하는 사람들도 모두, 하나 하나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한 고비 넘으면 또 한 고비가 나오며 지치고 지칠대로 너덜너덜해져도 다시 일어서서 가야 하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겪어 알고 있다. 한번의 승리가 평안함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또 다른 싸움과 고통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제 아무리 무거운 물이라도 태양을 이길 수 없다. 가장 어두운 밤, 태양이 영영 죽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길고 긴 밤을 견디고 나면 반드시 새벽은 온다. 우리의 광주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는 홍콩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홍콩 시민들의 용기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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