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
상태바
[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
  • 승인 2019.07.12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옹

정유옹

asdfs@gmail.com

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천년의 질문

플라톤의 말이다.

최근 한의계에서는 첩약건강보험 도입을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제제 의약분업과 중국식 의료일원화를 공약으로 당선된 현 회장은 첩약건강보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한의사는 비의료인과 함께하는 첩약건강보험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첩약건강보험으로 첩약의 의약분업 나아가 의료일원화의 시초가 되는 것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첩약건강보험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지금부터라도 첩약건강보험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찬반투표를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현 협회에서는 정부와 협상하여 최종안이 나온 이후에 찬반투표를 하자는 입장이다. 양방보다 힘이 약해 단합해도 모자랄 판에 한의계 내부의 반목과 대립은 심각하다.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의계의 첩약건강보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최근 재미있게 읽었던 조정래의 신작『천년의 질문』에서 그 해결 방안을 생각해보았다. 조정래는 『태백산맥』, 『아리랑』,『한강』등 장편 소설을 집필한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최근에는 『풀꽃도 꽃이다』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을 꼬집었다. 그리고 『정글만리』에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벌어지는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었다.

신작 『천년의 질문』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주간 시사 잡지의 장우진 기자는 의협심이 강하여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하나씩 기사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절대 청탁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고, 그에게 걸렸다 하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어 파장을 일으킨다. 대기업의 불법적 비자금 조성, 중소기업의 노동자 성폭행, 국회의원의 대가성 해외 출장, 공무원들의 퇴직 후 전관예우 취업, 대기업과 정치권의 커넥션, 대기업과 사법부의 비리 등 우리 사회의 곪아터진 문제점들을 하나씩 기사화하였다.

때로는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돈으로 회유를 당하기도 하고, 법적으로 고소당하기도 하지만, 그는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시민단체 소속의 변호사와 양심 있는 폭로자들과 함께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노력이 몇 명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 국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모색한다.

세 권의 소설이라 다소 길지만, 조정래 특유의 만담과 같은 스토리로 재미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이 현재 우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했소”로 끝나는 구한말의 어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현 상황의 문제의식과 감각은 젊은 작가보다 낫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문제점들이 대중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 독자들이 정치와 사회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지금의 한의계에도 문제가 많다. 한의사들의 협회에 대한 무관심은 정도를 넘어선다. 연말이나 연초의 분회 총회에서는 성원이 되지 않아, 분회도 대의원 제도로 바꾸는 분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분회의 회장들은 회원들의 무관심 속에 세습되어 이어지고, 회원들의 목소리는 점점 협회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한의계를 아우르는 인터넷 공간에서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협회에서는 선거 전에는 인터넷 공간에서 홍보하며 표를 구걸하다가, 선거가 끝나니 공식적인 경로가 아니라며 협회의 홈페이지에서 회원들과 대화하겠다고 한다. 최근의 벌어지고 있는 첩약건강보험 문제도 원인은 여기서 기인한다. 아무리 회장이 제제 의약분업과·첩약건강보험·중국식 의료일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더라도,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회원들의 여론이 많이 형성되는 인터넷 카페나 오프라인의 공간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소통하여야 한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회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도 없다. 또한, 협회는 점점 회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협상력은 떨어져 한의계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협회 관계자들에게 요청한다. 협회의 협상력은 회장의 정치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회원들의 단합된 힘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협회 회장을 비롯한 이사들은 첩약건강보험에 대한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어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전 회원 투표를 통해 의견을 묻고 일을 진행하기 바란다. 회원들의 첩약건강보험에 대한 관심 속에서 의견을 모으고, 이것을 바탕으로 회무를 진행한다면 첩약건강보험은 바르게 진행될 것이다.

“가장 늦은 첩약건강보험을 가장 멋진 첩약건강보험으로!”

 

정유옹 /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정유옹
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