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보고르식물원의 용뇌향나무와 침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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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보고르식물원의 용뇌향나무와 침향나무
  • 승인 2019.06.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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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40)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인도네시아의 섬들은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5°에서 남위 10° 사이에 위치하므로 완전한 열대성 기후를 나타낸다.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이며,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자바 섬을 비롯하여 수마트라 섬, 칼리만탄 섬, 파푸아 섬, 술라웨시 섬 등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60km 가량 떨어진 보고르시 중심에 세계적인 식물원인 보고르식물원이 있다. 자카르타에서 보고르까지 고속도로가 건설되어 있어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교통 체증이 심한 편이다. 식물원의 영어 명칭은 Bogor Botanical Garden, 인도네시아어로는 Kebun Raya Bogor라고 부른다. 이곳은 네덜란드 식민지 통치시대인 1817년에 당시 44세인 라인바르트 박사에 의해 개원되었다. 그는 식물학과 화학을 전공한 독일인으로 보고르식물원의 초대 원장이 되었다. 이곳은 87ha의 거대한 면적에 1만4000종 이상의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동양 최고의 규모 그리고 최대의 식물 재배종을 보유한 곳이다. 보고르식물원은 약용식물구역을 비롯하여 선인장, 야자나무, 양치식물, 계피나무, 대나무, 천남성과 식물, 판다누스속 식물, 빅토리아연꽃, 시체꽃 등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보고르식물원을 방문한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는 약용식물 용뇌향(龍腦香)나무를 찾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 정면에 보이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큰 나무가 한약 용뇌가 나오는 용뇌향나무다. 한약 용뇌는 용뇌향나무(Dryobalanops aromatica)의 수간창구에서 흘러 나온 수지(樹脂) 또는 수간과 가지를 썰어 수증기 증류하여 얻은 백색의 결정체를 말한다. 이 한약은 빙편(氷片), Borneol 등의 이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용뇌는 우리나라 공정서인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 <동의보감> 탕액편의 나무부 그리고 <방약합편>의 향목(香木)편에 수재되어 있는 한약이다.

나무 껍질에는 벌써 용뇌 수지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적은 양의 용뇌 수지를 사진 찍기 위해 서로 경쟁이다. 가파른 경사면을 올라가니 제법 많은 양의 용뇌가 굳어 있다. 멀리 여기까지 왔는데 실패한 사진이 없도록 많은 양의 사진을 확보한다. “한국 연구자로서 아마 용뇌향나무를 이번에 처음 만났을 것 같다”는 강원대 김창민 명예교수의 말씀이다. 그래서 “용뇌향나무 한 가지 만 본 것으로도 인도네시아 답사는 이것으로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다”고 농담하신다. 한국인으로서 이 나무를 처음 찾았다는 뿌뜻한 기분으로 용뇌향나무 앞에서 기념촬영도 해 본다. 몇 년 뒤 다시 용뇌향나무를 찾은 날에는 하필 비상사태가 발생해 대통령궁이 있는 식물원 곳곳에는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방문객을 모두 식물원 밖으로 나가도록 조치했다. 이 때문에 약초 조사에 시간이 부족했던 필자 일행은 며칠 후 한번 더 이곳을 찾아야만 했다. 용뇌는 개규성신(開竅醒神), 산열지통(散熱止痛), 명목거예(明目去瞖)의 한방 효능이 알려져 있으며, <동의보감>에는 ‘눈이 충혈되면서 부예(膚瞖)가 생긴 것, 명치의 나쁜 기운을 치료한다. 풍습(風濕)으로 생긴 뱃속의 덩어리를 없애고 삼충(三蟲)을 죽이며 치질을 낫게 한다’고 약효를 수재하고 있다.

안내원은 다시 침향나무의 큰 나무가 있다며 산으로 안내한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숨을 헉헉거리며 따라 올라간다. 하늘을 치솟는 거대한 침향나무들이 재배되어 있다. 우리나라 공정서에는 한약 침향(沈香)은 Aquilaria agallocha의 침향나무 수지가 침착된 수간목을 가리키지만 이 식물원에는 종이 다른 식물인 Aquilaria malacensis가 재배되어 있다. 이의 한방 효능은 행기지통(行氣止痛), 온중강역(溫中降逆), 납기평천(納氣平喘)이다. <북한약전>에는 기체로 배가 불어나고 아픈데, 신허로 숨이 가쁜데, 기관지천식, 비위허한으로 인한 구토, 딸꾹질, 신양허로 허리와 무릎이 시린데 쓴다고 침향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중국약전>에는 우리 공정서와 다른 백목향(Aquilaria sinensis)의 수지를 함유한 목재를 침향으로 정의하고 있다.

침향나무 아래 산책길에 밑둥치가 거대한 두 그루의 나무가 쌍둥이처럼 서 있다. 그 앞에는 벤치가 마련되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간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에 자생하는 용뇌향과(科)의 Sorea leprosula 그리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오스트리아에 분포하는 뽕나무과(科)의 Ficus albipila이다. 이 의자는 보고르식물원의 기념 촬영지가 될 것 같다.

이외에 육두구, 녹나무, 육계, 가자, 후추, 인도자단, 단향, 안식향나무, 두리안, 콜라너트의 약초사진도 카메라에 저장한다. 콜라너트는 콜라 음료의 제조에 필수적인 향신료이지만 현재는 합성제품으로 대체되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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