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약진흥원, 한약으로 국한됐던 업무범위 확대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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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약진흥원, 한약으로 국한됐던 업무범위 확대 의의”
  • 승인 2019.06.20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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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이응세 한국한의약진흥원 원장

12일 한국한의약진흥원 출범식…지자체 및 전국한의대 mou 체결
의료기기 및 신의료기술 관련 연구 등 수행…“의료 발전 위해 산업화 기틀 마련할 것”

 

[민족의학신문=경산, 박숙현 기자 ] 지난 12일 한약진흥재단이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 이름을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한의약진흥원은 한의약의 산업화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히며 지자체 및 한의과대학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한약에서 더 나아가 한의약 관련 산업까지 업무범위를 넓힌 한국한의약진흥원이 한의계에 어떤 역할을 수행해나갈지 이응세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약진흥재단에서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는 어떤 의미가 있나.

한약진흥재단이 탄생하던 당시 그 근거가 된 것은 2004년 한의약육성법에 ‘한약진흥재단을 둘 수 있다’는 단 한 줄 뿐이었다. 이를 토대로 전남과 경북에 한방진흥산업진흥원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시행령에 의해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나 시행령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서 업무추진이 불안정했다. 한의약진흥원은 한의학적인 의료행위와 한약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다룬다. 반면 한약진흥재단은 한약에 관련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그동안은 한약으로 업무가 국한되어 있기에 다양한 의료기술이나 서비스, 의료기기 등의 업무를 하지 못했다. 이에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을 발의해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법조항으로 한의약진흥원의 콘텐츠 개발 등의 업무가 포함되면서 이를 더욱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출범식과 함께 전남과 경북 등의 광역단체 및 13개 기초지자체들과 한의약 산업 육성 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한 전국한의과대학과는 한의약소재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체결했다. 이 협약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이전에는 각 지자체에서 한의약 관련 산업을 각자 추진하다보니 중구난방이었고 혼선이 많았다. 그래서 이를 누군가 책임지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자체들과 mou를 체결하게 됐다. 다행히 다들 이 제안에 동참해줬다. 또한 한국한의약진흥재단은 처음에는 전남과 경북이라는 영·호남지역의 화합으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이들이 한의약에 대한 산업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한의약 산업 육성을 위한 동맹을 맺자는 취지에서 mou를 제안했다.
한의약소재 글로벌 얼라이언스는 한의과대학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체결했다. 한의약진흥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한의약 소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기관의 독점적인 소유이지만 동시에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기에 다른 기관과의 협약을 고민했다. 대학에서 연구를 하다보면 약재의 성분을 추출할 일이 생기는데 이는 한의약진흥원에 비해 전문적이지 않고 수도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 기관에서 대학에 교육도 제공하고, 각 대학에서 추출한 소재를 우리 기관에 있는 시설에 대신 보관해줄 예정이다. 요구에 따라 연구용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실험환경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발전하면 한의계 전체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의약진흥원에서는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계획은 무엇인가.

경산본원의 경우 경영과 연구개발본부가 있다. 이곳에는 R&D팀이 있는데, R&D 1팀은 조직개편을 통해 한약진흥재단이 한의약진흥원으로 발전할 것을 대비해 미리 만들어 둔 조직이다. 이 곳에서는 의료기기, 신의료기술 연구개발 등을 맡게 된다. 이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업무다. R&D 2팀은 기존처럼 한약제형의 변화를 담당한다.

한의신약팀에서는 한의신약의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 한약이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왜 치료됐는지 무슨 효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의약진흥원은 한의약 소재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천연물질을 통해 1700여종의 한의약소재를 추출해놨다. 단일한약재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이러한 소재를 다른 효소 등과 결합시켜 새로운 성분을 만드는데 이를 포함하면 대략 1만 여종의 한의약소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립암센터와 교류를 하고 있다. 암센터에서는 각종 암의 종류별 세포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 암세포에 우리의 한약재소재가 항암효과가 있을지 연구해왔고, 2년 동안의 연구 끝에 600여 개 중 25개를 추렸다. 이는 의미가 있는 결과다. 현재는 더욱 상세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암센터는 진세노사이드의 항암효과 연구를 진행하고, 한의약진흥원은 진세노사이드가 있는 인삼을 어떻게 조합하면 항암효과가 있을지도 연구하고 있다.

산업화 지원팀은 한의약 산업에 보탬이 되도록 기존 연구의 산업화나 기술전수 등을 지원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기초 R&D를 했으니 우리는 이를 산업화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품질인증센터에서는 식약처의 위탁을 받아 한약재 독성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 약령시에 건물이 따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곳에서 독립적으로 수입약재 관련 검사와 인증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동물성 한약재의 기준이 무엇인지, 웅담의 어떤 물질이 지표물질이 돼야 할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케미컬 약은 GMP부터 시작해서 주사제나 제약 등으로 사용되지만 한의계는 약초를 땅에 심을 때부터 문제가 된다. 관련 변수가 너무 많다. 이런 것에 문제가 많아서 품질인증을 하려면 약초가 자라고 유통되는 등의 모든 과정을 다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 전남 장흥에 자원본부에서 이를 담당하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가 발휘되면서 토종한약재의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의 수입한약재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편중되어 있다. 다행히 10년 전부터 전남한방산업진흥원은 약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왔다. 토종약재 240여종이 한국자생식물이라는 근거를 만들고, 이를 어떻게 재배해야할지, 어떻게 해야 우수한 한약재로 재배할 수 있을지 연구해왔다. 이 한약재의 유전자분석도 실시해 미국 NCDI 등록도 해놨다. 또한 이렇게 확보된 토종한약자원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올해 말까지 도록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한약재를 생산할 때 이를 대량으로 실험할 GMP시설이 별로 없다. 그래서 대구첨복의료단지에 공공인프라시설로서 한약제제 임상시험용 GMP시설을 만들고 있다. 1000평이 넘는 규모로 어지간한 제약회사보다 크다. 이것이 완성되면 한약재 임상시험으로는 국내최대규모가 될 것이다.
아울러 한약 독성문제는 늘 이슈다. 한약에 너무 여러 가지 약이 있어서 독성이 있어도 무엇인지 모른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래서 한약에 대한 불신을 씻기 위해 장흥에 비임상 독성센터(GLP 기관)를 만들기로 했다. 대략 100억 원이 들 예정이다.

서울 정책본부는 정책을 담당하는데 미래정책팀은 제도개선, 공공정책팀은 보장성강화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첩약급여화가 좋거나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의학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보장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어떤 조건이며 어떤 형태로 진행되느냐의 문제로 인해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공공성을 확보하고 보장성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진행할지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준임상진료지침사업단의 경우 원래 별개로 활동했지만 올해부터는 한의약진흥원으로 들어왔다. 30개 질환의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고, 이를 식약처 IND 인증이나 임상시험으로 증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의치료행위의 근거를 창출하려 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한의 기술이 급여화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토대로 이를 하나씩 급여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 한의약진흥원은 한약재를 심을 때부터 임상시험에 이르기까지 한의계 전주기의 모든 일을 다 수행한다. 이런 기관은 세계적으로 없다. 이를 제대로만 수행할 수 있다면 한의약진흥원은 더욱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법이 미비한 점을 보완해 한의약진흥원으로 출범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의약진흥원이 너무 많은 일을 부담하고 있어 업무가 과중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 역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그런 지적을 받는다. 그래서 거꾸로 이야기한다. 양방은 그런 업무가 여러 기관에 나눠져 있는데 한의약진흥원에 업무가 집중되어 있다. 한의계의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은 우리기관 뿐이다. 한의계에서 공공성을 확보할 기관이 우리밖에 없다보니 이를 모두 끌어안고 가고 있다. 한의계가 점점 발전해서 분화되길 바랄 뿐이다. 제약은 제약대로 공공인프라는 공공인프라대로 분화되는 타이밍이 빨리 왔으면 한다.

 

▶한의약은 아직까지 산업화에 있어 미진한 부분이 많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의료는 의료 하나로만 존재할 수 없다. 신의료기술, 제약 등 다양한 분야가 얽혀있다. 양방의 경우는 의료기기개발은 의료기기개발회사가 하지 의사가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의사가 산학연 분야를 모두 다 한다. 각 분야가 서로 협력하고 융합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한의약은 한의학 관련 의료행위와 업무를 뜻한다. 한의약이 발전하려면 한의사 뿐 아니라 다양한 직역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산업이 형성되고, 의료도 발전해나간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이를 위한 밑바탕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만 등 다른 나라를 보면 대체의학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료를 넘어 산업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산업으로 진출해야 의료가 발전한다. 한의계는 이러한 부분이 부족하다.

 

▶유라시아센터장을 역임하며 남한과 북한의 한의학 교류를 위해 일했었다. 한의약진흥원에서는 이와 관련된 계획이 있나.

한의계에서 남북교류와 관련해 나보다 더 많은 일을 수행한 사람이 없다. 여러 가지 계획이 있다. 문제는 지금도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와 관계없이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북한을 방문해 교류하고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뿐이다. 이외에 약에 관한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보니 사람이 방문하는 것도 북한에서 거부하고 있다. 지난 5월에 한의협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어려워졌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남북교류를 통해 한의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북한에 있는 자원을 우리의 기술로 자원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만의 독자적인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 것이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의 비전은 무엇인가.

한의약 산업을 육성해 국가경제와 국민건강에 기여하자는 것이 우리기관의 비전이고 목표다. 단순히 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도록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계 내외 여러 분야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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