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나와 나 사이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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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나와 나 사이의 공간
  • 승인 2019.05.0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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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mjmedi.com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인생의 가장 많은 부분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가족, 친구, 사회생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이라는 공간을 채우는 요소로 돈, 인간관계, 사회적 명성 등을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는 이런 것들이 아니다. 나와 타인 사이의 관계가 아닌 ‘나와 나 사이의 관계’가 인생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나와 나 사이의 그 깊고 넓은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인생은 결정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와 나 사이의 공간,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내가 매일 일상 속에서 느끼는 기분, 내가 나 스스로를 생각하는 태도 등 수 많은 생각의 조각들이 감정과 결합되어 이곳저곳에 자리하고 있다. 삶을 살면서 만나는 모든 일에 대한 나의 반응과 그로인한 감정이 결합되면 느리지만, 완고한 무언가가 형성된다.

마치 동굴 속을 흐르는 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종유석을 만들 듯이 흘러가버리는 물 같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가 쌓이고 쌓여서 형태를 이룬다. 매일의 삶 속에서 느끼는 기분이나 감정도 흘러가버리는 구름 같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겹겹이 쌓여 단단한 신념(信念)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신념을 통해 세상을 보고 해석한다.

어릴 때는 그냥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다가 나이가 들면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종유석 같은 신념은 더 높아지고 단단해져서 맑았던 어린아이는 서서히 꼰대가 되어간다. <신념>이라고도 하고 <Core Belief> 라고도 하는 이것이 나와 나 사이의 공간에서는 군주(君主)다. 이 신념에 따라 이 공간은 긍정적이고 밝은 것으로 가득 찰 수도 있고, 부정적이고 어두운 것으로 가득 찰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의 소중한 인생은 이곳의 색과 분위기로 결정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영학에서도 여러 기업 직원들의 긍정정서와 부정정서의 비율을 조사해보니, 성공적인 기업은 긍정2.9:부정1 정도의 수치가 나오고 경영성과가 좋지 못한 기업은 고작 긍정1.15:부정1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기준을 로사다 라인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긍정적인 정서가 부정적인 정서보다 3배는 많아야 우리의 인생도 성공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희망의 근거가 없어도 찬란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능력이 진짜 힘이다. 이유가 있는 믿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믿을 것이 없을 때, 나의 환한 미래를 믿고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의 사람은 과거에 만들어둔 신념이 자꾸 의심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상상하는 것에 마음을 내어주기 십상이다.

하지만 마음 속 공기를 밝게 만들 것인지, 어둡게 만들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확률이나 과거의 경험은 흘러간 과거다. 로또 당첨자가 많이 나온 가게에서 로또복권을 구입한다고 내가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과거에 여러 번 실패했다고 해서 미래에도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흘러간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 우리는 매일매일 50%의 확률 앞에 서 있을 뿐이다. ‘YES or NO’ 1/2의 확률 앞에서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결과는 받아들이면 되는데 우리는 무심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50%보다 훨씬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며 산다.

나 역시 불안과 부정적 미래를 항상 예측하고 대비하며 살아왔다. 그런 나를 갑자기 바꿀 수는 없지만 불안을 느끼는 나도 받아들이고 일단 ‘잘 될 거라는 긍정의 신념’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유는 없지만 ‘난 잘 될거야’ 라고 믿는 것은 어떤 대가도 치를 필요가 없다. 손해 없는 장사다. 안 해 볼 이유가 없는 선택지다. 긍정적으로 기대했다가 실패하면 어쩌냐고? 어차피 동전은 수 없이 던지다보면 1/2의 확률에 수렴한다. 그저 ‘지금 실패의 면이 나온 것일 뿐 앞으로 성공의 면이 나오겠지’라고 기다리면 된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부분 <나와 나 사이의 공간>을 긍정의 분위기로 채우면 인생도 분명 바뀔 것이다.

뭐든지 될 것 같았던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지금 사이에 우리는 많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완고한 신념으로 자리 잡았다. 고정관념이라고 부르는 그 신념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 내면의 공기가 바뀐다. 손해 볼 것 없는 장사 <긍정>을 선택하고자 한다. <부정>을 선택하면 대가가 따르지만 <긍정>을 선택하면 비용이 없다. 불안, 걱정의 공기로 가득 채울까? 즐겁고 기대되는 공기로 가득 채울까?

“상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한다. 상처를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내가 결정한다. 그 사람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언제나 내 몫이다.”고 하신 김구 선생님의 말씀도 비슷한 맥락 아니었을까? 우리는 매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계속 같은 자리를 돌고 있는 트레드밀 위의 삶인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함께 무빙워크로 옮겨 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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