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 논의에 교육통합 거론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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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일원화 논의에 교육통합 거론 적절한가?
  • 승인 2019.04.2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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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한의협 “미국 DO 방식 의료일원화 추구”…학장협 “한의대와 한의사 유지돼야”

회원들 “한의학 특성 사라질 것…의견수렴 필요” “정치와 교육 분리해야”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사와 양의사의 의료일원화 논의가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협의 의학교육일원화 추진 방향에 대해 학장협은 “한의사와 한의대가 유지되는 DO방식의 의료일원화에 찬성한다”고 밝힌 반면 일부 한의대 교수들은 “정치와 교육을 구분해야 한다”며 “교육이 아닌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권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관은 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전문기자간담회를 통해 “상반기 중에 한의계와 양의계의 의료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한의계와 양의계는 한-의-정 협의체를 통해 의료일원화를 논의해왔으나 지난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두 차례의 협의체에서 이들은 한의사와 양의사의 면허권 뿐 아니라 교육의 통합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대한한의사협회가 공개한 2015년과 2018년 한-의-정 협의체의 합의문 초안에는 ‘의료와 한방의료의 교육과정의 통합과 이에 따른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를 2030년까지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올해 협의체가 재개된다면 이러한 교육통합 문제도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한의대와 한의사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며 “의학교육일원화의 방법으로 중국, 대만, 북한 등의 의학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의사가 미국의 DO처럼 일차의료영역에서 역할영역의 제한 없이 진료할 수 있게 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한의대교육과정과 국시를 개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재동 전국한의과대학(원)장협의회장은 “학장협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의료일원화를 통해 교육이 통합될 때 의료인이 자칫 한의사, 양의사, 통합의사 이렇게 세 가지로 더 세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교육통합을 위한 시범사업이 전개된다면 한의대만 있는 대학의 경우 지역거점국립의대와 교육내용에 대해 협의하고 지원하는 측면에서의 시범사업이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일원화가 되면서 한의대나 한의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염려하는 학장들도 있다”면서 “그러나 의료인의 면허가 통일되더라도 한의대와 한의사는 유지되야 한다는 것이 학장협의 생각이다. 다행히 한의협이나 한의학회는 미국의 DO처럼 한의사와 한의대가 유지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어찌 보면 학장협이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의협의 추진하는 미국 DO제도를 준용한 의료일원화에 대해 일부 한의대 교수들은 우려의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A 교수는 “의료일원화가 진행되면서 한의학이 통합의학적인 특성을 잃어버리고 단지 기술로 남을까 우려된다”며 “한의학은 생리 병리적 관점, 인체에 대한 이해, 형색맥증으로 환자를 진찰하는 기초가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공부는 줄어들고 추나나 약침 등의 기술적인 부분만 남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B 교수는 “현재 한의대는 한의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개편이 필요하고, 대부분의 한의사는 의료기기 사용을 원한다”며 “협회는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교육과 면허의 일원화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면허의 일원화와 관련해 협회는 양의사의 권한을 한의사에게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못지않게 양의사에게 한의사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논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C 교수는 “한의사들은 의료일원화에 대해 면허권 통합만 이야기해왔는데 이번 집행부 때부터 교육일원화를 강조했다”며 “한의사의 입장에서 한의대는 이미 교육이 일원화되어있다. 최혁용 회장이 그동안 주장한 것도 한의사가 WDMS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양방교육을 많이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면허 상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일원화와 교육과정개편은 별개의 문제이며, 협회가 의료일원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C 교수는 “미국의 DO를 모델로 교육과정을 개편한다는 이야기는 한의대 교수들과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는 외부에서 협상테이블에 놓고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협의체에서는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권 통합을 위한 제도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A 교수는 “시대가 흐르면서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해도 이는 시간을 가지고 여러 전문가들과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지금은 한 쪽의 의견만을 들으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다른 의견을 듣고 수용하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B 교수는 “정치와 교육을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는 그 나름대로 해결해야 하며, 면허범위와 관련 없이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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