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연구의 대가 ‘로버트 와인버그’ 박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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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 연구의 대가 ‘로버트 와인버그’ 박사와의 만남
  • 승인 2019.04.2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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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이상헌

mjmedi@mjmedi.com


2019년 하버드 탐방기

제가 가진 다양한 학문적 백그라운드를 통한 한의학과 융합을 시도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2019년도 시작과 더불어 하버드 대학에서 1년간 연구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버드와 MIT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대학이 밀집된 보스톤은 다양한 학문의 중심지라 불리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전 세계 의학의 흐름을 만들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학문의 본고장 보스톤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모습들을 보게 되었고, 많은 생각과 영감을 받게 되어 그 경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는 보건의료 계열의 학생을 포함하여 연구자 가운데 ‘The Biology of Cancer’이라는 제목의 책 (국내판 ‘암의 생물학’)을 모른다면 한의사로 황제내경을 모른다는 말과 동일할 정도로 종양학 분야에서 그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더욱이 2000년과 2011년에 Cell 저널에 출간된 ‘The Hallmark of Cancer’는 2000년도 표적치료제와 2010년도 면역치료제의 개발을 이끌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필자가 대학에서 강의 때마다 인용하는 이 책과 논문을 말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저자인 와인버그 박사님은 인간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고 종양학의 신적인 존재라고 강의를 하였는데, 그 신적 존재를 보스톤의 Whitehead 연구소에서 만나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면역치료제의 성과가 나오면서 마치 암이 정복될 것처럼 보이지만 와인버그 박사님이 보는 암은 인간보다 스마트하고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질환이므로 지난 수십 년간의 암 연구의 발전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빙산의 일각만을 알고 있을 뿐이라는 말에서 대학자이지만 학문을 대하는 겸손한 연구자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암에 대한 주제 가운데 그가 관심이 있는 토픽은 전이(Metastasis)인데, 대다수의 암환자를 사망시키는 이유가 바로 전이로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암세포가 전이되는 일련의 기작은 상피세포(Epithelial Cell)가 중간엽세포(Mesenchymal Cell)로의 변화로 이 과정에 2가지 미스터리가 있는데, 우선 첫 번째로 상피세포가 중간엽세포로 바뀌는 것이 과연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는가입니다. 이에 대한 와인버그 박사님은 일반세포의 암세포로 변화는 돌연변이로 인하여 발생되지만 전이의 과정에서는 유전자의 변형이 아닌 후생유전학적 변화로 설명합니다. 즉 새로운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아도 올챙이가 개구리로 바뀌는 변화와 같이 암세포가 전이를 위한 중간엽세포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원발 부위에 따라 전이 병소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 가인데, 흔히 전립선암은 뼈, 유방암은 뼈와 폐, 대장암과 췌장암은 간으로 전이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이에 대하여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고 부분적 설명만이 가능할 뿐 여전히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와인버그 박사님의 말씀이, 70대의 연세에도 묵묵히 학문에 정진하는 모습으로 필자에겐 큰 감동이었습니다. 와인버그박사님의 만남을 통해 얻은 지식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학문을 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 하루였습니다.

 

이상헌 / 단국대학교 생명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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