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길거리 약용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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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길거리 약용식물
  • 승인 2019.04.19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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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36)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남인도 케랄라 주의 주도인 티루바난타푸람(Thiruvananthapuram)의 트리반드룸(Trivandrum) 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오니 삼성의 대형 광고판이 일행을 반긴다.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를 입은 여성들이 보이고 터번을 두른 할아버지를 만나니 비로소 인도 도착을 실감하게 된다.

티루바난타푸람의 숙소 상점에는 인도 전통의약인 아유르베다 상품이 넘치고 강황, 생강 가루 제품과 알로에 베라 크림도 보인다. 이른 새벽이라 주인 없는 매점에서 아유르베다 제품을 구경하다 비누 몇 개를 프론터를 통해 샀다. 집으로 돌아온 후 아내는 비누가 좋았던지 “여유있게 더 사오지 그래요?” 란다. 숙소 마당의 협죽도나무, 망고나무에는 모두 꽃이 피어 있다. 파고다나무(pagoda tree), 독참파(dok champa)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Plumeria alba에도 흰꽃이 달려 있다.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시내를 통과하는데 멀리 주택 담벼락에 빨갛게 핀 꽃의 사군자(使君子) 군락이 보인다. 우리에게는 귀한 약초이지만 여기서는 정원수처럼 흔하게 심어져 있다. 버스 안에서 사군자를 향해 셔트를 누르며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시내 곳곳의 야자나무는 이곳이 열대지방임을 알려준다.

트리반드룸 공항 상점에는 한약 소두구(小豆蔲)인 카더몬이 보이는데 연한 황색이 아니라 검정색이다. 아마 품종이 다른가 보다. 메이스, 실론계피는 잘 팔리는지 쌓아두고 있다. 한 개씩 사서 마크로렌즈로 열심히 찍고 있으니 주위에서 힐끔힐끔 훔쳐본다.

호텔서 잠깐 쉬면서 로비 탁자에 있는 코치 관광 안내서를 보니 어마어마한 양의 메이스를 파는 상점 사진이 실려 있다. 약초이자 향신료인 메이스는 육두구 열매 안의 씨 껍질에 붙어 있는 가종피(假種皮)를 가리킨다. 씨 껍질에 붙은 이 양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진에서 보는 판매점의 메이스 양은 어마어마하다. 비록 사진이지만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모습 같아 세미나나 수업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여러 장 촬영해 뒀다.

코치 해안가의 영국풍 건물 옆에서 귀한 약용식물을 만났다. 귀국 후 우석대 한의대 주영승 교수께서 역엽곡궐(櫟葉槲蕨, Drynaria quercifolia)로 분류한 곡궐 종류다. 한약 골쇄보(骨碎補)는 고란초과인 약초 곡궐(槲蕨)의 뿌리줄기로서 그대로 또는 비늘조각을 태워 제거한 것을 말한다. 키가 엄청 큰 나무에 이렇게 많이 붙어 있는 곡궐은 처음 본다. 곡궐 발견은 이번 인도, 스리랑카 한약 답사에서 만났던 자단향, 산내, 소두구와 함께 4대 수확의 약초로 꼽고 싶다.

근처에는 뱅골보리수인 반얀(Ficus benghalensis)이 도로 옆에 거대한 나무가 되어 서 있다. 이 나무는 인도의 국가나무다. 우리나라 서울식물원 온실이나 일본의 도쿄도약용식물원, 사쿠야코노하나칸의 온실에서도 반얀나무를 볼 수 있다.

분홍색 꽃이 핀 포탄나무(Couroupita guianensis)도 해안가에 있다. 인도, 스리랑카, 동남아시아에서 문화적⋅종교적 의미를 가지는 식물이다. 아마존 유역의 원주민들은 포탄나무를 고혈압, 암, 피부질환, 말라리아의 치료 약용식물로 쓴다.

코치의 재래시장을 찾았더니 다양한 종류의 쌀 그리고 수세미오이, 오크라, 곤약, 여주, 바라밀(잭프루트) 같은 낯익은 식품들은 물론 카사바, 바나나꽃도 팔고 있다. 이중 길쭉한 고구마와 같은 외형을 가진 카사바(Manihot esculenta)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다년성 작물로 열대지방에서는 훌륭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활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비타민, 무기질 등 풍부한 영양 성분을 함유한 식재료 및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전분, 주정, 식품의 점성을 높이는 보조 재료 등으로 사용된다. 버블티에 들어있는 타피오카 펄은 바로 이 카사바로 만든다. TV에서 자주 봤던 카사바를 이곳서 처음 접한다.

이른 새벽에 숙소를 빠져 나와 멋진 광경을 목격했다. 인도식 밀크티인 차이(chai)를 만난 것이다. 인도 사람들은 하루를 차이로 시작해서 차이로 마칠 정도로 즐겨 마신다. 먼저 우유에 원하는 양의 물을 붓고 끓인다. 우유가 끓어오르기 직전에 원하는 만큼의 차이 가루를 넣고서 우유가 넘쳐 오르기 직전에 불을 끈다. 체로 걸러 잔에 담은 뒤 다른 잔을 하나 더 준비해서 두 잔을 위아래로 공중에서 멋진 곡선을 그린 후 설탕을 섞어준다. 차이 만드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며 인도의 한약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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