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성격도, 피부색도 전혀 다른 두 남자의 우정
상태바
[영화읽기] 성격도, 피부색도 전혀 다른 두 남자의 우정
  • 승인 2019.04.12 0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그린 북

실존 인물을 영화화할 때는 영화적 장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의 현실적인 모습 속에서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에 반해 극적인 상황을 첨가하다보면 사실이 어느 정도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경우 사실과 허구의 부분을 구분해서 보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이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그린 북>이 2명의 실존 인물 중 전반적으로 한 사람의 시각으로만 이야기가 전개 되면서 사실을 왜곡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영화적 재미가 반감되는 일이 있기도 했다.

출연 :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셜리는 흑인에게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투어 기간 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발레롱가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는 생각, 행동, 말투, 취향 등 달라도 너무 달라 계속 티격태격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그린 북>은 흑인 우체부가 우편배달을 하면서 흑인이 갈 수 있는 곳들을 정리해 놓은 책자로 흑인이 인종차별이 극심한 남부로 여행을 떠날 때 필수 안내 가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린 북'은 원래의 목적을 뛰어 넘는 은유적인 장치로써 상반된 성격의 두 남자들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버디 영화의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기존 영화와 다른 점은 흑인과 백인의 고정관념적인 역할이 뒤바껴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부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는 시선처럼 백인이 흑인의 운전기사라는 점에서 그간 인종차별을 다뤘던 영화들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물론 결론은 우리가 흔히 예상할 수 있지만 돈 셜리 박사가 기존의 시선에 대해 타협도 하지만 토니와 함께 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맞서 나가는 모습들이 <그린 북>의 신선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전반적으로 진지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덤 앤 더머>와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등의 코미디 영화를 연출한 피터 패럴리 감독이 함께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변모되었다. 또한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 역을 맡았던 비고 모텐슨이 토니 발레롱가 역할을 위해 30파운드 체중을 증량하고 실제 인물의 말투, 걸음걸이 등을 체득하면서 연기에 임했고, 이미 <문라이트>로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마허샬라 알리가 돈 셜리 박사를 연기하면서 두 배우들의 멋진 연기 대결을 감상할 수 있다. 그 결과 마허샬라 알리는 이 영화로 또다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고, 이외에도 각본상과 작품상 등 중요부문을 석권하면 3관왕에 올랐다. 비록 백인들의 시각에서 제작되고, 실제로 두 사람이 영화와 다른 행보를 걸었다고 하더라고 사회적으로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많은 관객들이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성과 있는 시작점이 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