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지금까지 이런 천만 영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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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지금까지 이런 천만 영화는 없었다
  • 승인 2019.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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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극한 직업

2018년 한국영화계는 관객 감소와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연이은 실패 등으로 위기설까지 제가되었지만 지난 설 연휴에 개봉 15일만에 천만 관객을 넘기고, 현재 총 1,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로 등극한 <극한 직업> 때문에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극한 직업>은 역대 코미디 영화 최고 흥행 순위를 바꿔놓는 등 각종 기록을 연일 양산하면서 설 연휴 기간 국민적 영화로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동안 천만 영화가 갖추었던 여러 흥행의 법칙들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새로운 흥행 코드를 선보이며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하면서 영화 속 명대사처럼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를 현실적으로 증명해 주었다.

출연 :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신하균

불철주야 달리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은 마약반의 맏형 고반장(류승룡)은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고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까지 4명의 팀원들과 함께 잠복 수사에 나선다. 마약반은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게 되고, 뜻밖의 절대미각을 지닌 마형사의 숨은 재능으로 치킨집은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수사는 뒷전, 치킨장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마약반에게 어느 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류승룡을 4번째 천만 영화 배우로 만들어준 <극한직업>은 정말 운이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상영관 독점이라는 불편한 진실도 있었지만 경쟁작이 초반 탈락하고, 2019년이 시작하자마자 각종 정치적인 사건들과 침체된 경제 등 사회 전반적으로 밝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초반부에는 큰 웃음을 주고, 중후반에는 화끈한 액션으로 통쾌함까지 주면서 설 연휴 기간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여러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흔히 가족 관련 이야기와 함께 후반부에 감정 폭발을 유도하면서 눈물을 흘리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스물>과 <바람바람바람> 등의 영화를 통해 찰진 대사로 웃음을 유발시켰던 이병헌 감독의 특성이 이 영화에서도 돋보이며 코미디 장르가 갖고 있는 특유의 웃음 코드를 적재적소에 제대로 살리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또한 모든 국민들이 좋아하는 음식인 치킨을 소재로 하면서 영화 흥행과 함께 왕갈비 맛 치킨이 상품으로 출시되어 반짝 특수를 올리며 목숨 걸고 한다는 소상공인들을 도와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얻고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약간 허술한 면이 없지 않아 관객들에 따라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5명의 마약반 형사들의 꿀케미 연기와 마약밀매상 신하균의 악역조차도 웃음으로 승화시킨 <극한 직업>은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전하면서 영화의 오락적인 기능과 함께 각종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힐링 효과까지 주는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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