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케랄라농대 약용⋅향료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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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케랄라농대 약용⋅향료식물원
  • 승인 2019.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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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32)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인도 케랄라농업대학교 원예대학의 AICRP on Medicinal and Aromatic Plants 식물원은 케랄라산림연구소를 찾아가다 만난 식물원으로 규모는 크지 않다. 식물원 이름 속에 들어있는 ‘AICRP’는 ‘All India Coordinated Research Project on Spices’의 약자로 인도 인터넷 곳곳에 보여 이곳의 향신료 연구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식물원 이름이 너무 길고 케랄라농업대학교 원예대학에서 약용식물과 향료를 내세운 식물원이므로 편의상 케랄라농대 약용·향료식물원으로 부른다. 식물원으로 들어갈 때 미리 차에서 찍어 둔 식물원 간판 속의 여러 명칭으로 인터넷을 뒤져봐도 자료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규모가 작다보니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는 모양이다.

“산내를 재배하는지?“ 학명을 조심스럽게 보여주니 마침 이곳서 재배하고 있단다. 너무 기뻐 보여달라고 했더니 식물원 구석에 자리잡은 온실로 안내한다. 산내(山柰, Kaempferia galanga)는 어린나무라 비닐화분에 재배 중이지만 약용부위인 뿌리줄기를 봐야겠기에 뽑아 달라고 하니 흔쾌히 뿌리 세 개를 캐어 준다. 크기는 작았지만 세계 약초 탐방에서 처음으로 만났길래 수십장의 사진으로 기록해 놨다. 이 한약 식물은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남부지역에 분포하며 플라보이드와 향기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자라며 산내와 같은 생강과(科) 식물인 흑강황(Curcuma caesia)은 원산지가 인도 북동부 지역이며 테르페노이드, 스테로이드 성분을 함유한다.

케랄라농대 약용·향료식물원의 사무실 바로 앞에 육두구나무가 서 있다. 올려다 보니 노란 열매 하나가 달려 있지만 잎에 파 묻혀 있고 높아서 사진 찍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이번 인도, 스리랑카 지역의 식물원 방문에서 육두구나무는 자주 보였다. 육두구는 동의보감에도 기재되어 있는 중요한 한약이지만 넛메그(씨)와 메이스(씨 표면을 덮고 있는 물질)란 이름으로 요리에 자주 사용하는 향신료이기도 하다.

식물원 오른편 안쪽에 포탄처럼 생긴 열매와 분홍색 꽃이 달려있는 나무 한 그루가 멀리서도 눈에 띈다. 캐논볼트리로 알려진 Couroupita guianensis이다. 잎이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들어낸 나무라 열매와 꽃 사진 찍기가 편하다. 아마존 원주민들은 이 약용식물을 고혈압, 염증, 통증 치료에 사용한다.

케랄라농대 약용·향료식물원에서 자라는 나머지 식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악취화(鰐嘴花)는 식물원 표지판에는 학명이 Clinacanthus siamensis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 식물의 정명 학명은 Clinacanthus nutans이다. 악취화는 인도네시아에서 당뇨병과 이질 치료에 사용하는 약용식물이다. 영지초(靈芝草)는 snake jasmine의 영어명칭을 가지며 간염, 당뇨병, 고혈압 치료에 도움을 준다. 칠판나무인 Alstonia scholaris는 인도 아대륙, 말레이 반도와 호주가 원산지이며 인도 약전에 강장, 구충의 효능이 기재되어 있다. 인도, 스리랑카가 원산지인 Salacia oblonga은 맥아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알파 글루코시다제 효소의 저해작용이 있어 전통의학에서 당뇨병 치료에 활용한다. 아야파나(aya-pana)는 식물원 표지판에 이명 학명인 Eupatorium triplinerve로 표기되어 있다. 이 식물의 지상부는 강장과 완하작용이 있고 잎은 방부와 지혈 효과가 알려져 있다. 마안등(馬鞍藤)은 브라질에서는 염증과 소화기계 장애에 사용하며 필리핀에서는 류머티즘, 배앓이 치료에 활용하는 약초다. 인도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Smilax zeylanica는 잎과 뿌리를 약용으로 사용한다. 인도가 원산지인 베티버(vetiver)는 중국에서 향근초(香根草)로 불린다. 표지판에는 이 식물의 이명인 Vetiveria zizanioides로 기재되어 있다. 인도너도밤나무(Indian beech)로 불리는 수황피(水黄皮)가 잘 자라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민간약으로 사용하는 황형(黄荊)과 모가자, 판단도 재배 중이다. 이중 판단은 필자가 찾았던 인도의 네루열대식물원, 케랄라산림연구소식물원, 케랄라농대 약용·향료식물원 모두 키우고 있었다.

식물원 직원이 필자에게 다가와 방명록에 서명하기를 부탁한다. 사진 찍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방명록의 여러 내용을 급하게 채우고 사무실을 나온다. 우리 일행이 식물원의 귀한 손님인지 그는 서명하는 필자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두기도 했다.

이 식물원에서 20종 약초를 촬영했으며 이를 과별로 정리해 보니 협죽도과 식물 3종, 쥐꼬리망초과, 메꽃과, 생강과 식물은 각 2종이다. 남인도 지역인 케랄라 주의 네루열대식물원, 케랄라산림연구소 그리고 케랄라농대 약용·향료 식물원에서 조사한 약초들의 학명은 <한약정보연구회지>에 발표한 <인도 남서부지역 3개 식물원의 약용식물 조사 연구>의 필자 논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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