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별빛이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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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별빛이 사라져간다
  • 승인 2019.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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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mjmedi.com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스카이캐슬> 드라마가 열풍을 넘어 광풍이다. 대한민국의 광적인 교육열을 보여준 계기이기도 하다. 내가 입학하던 1999년도의 한의대에 대한 뜨거운 열풍 이상으로 지금은 의대입학에 전국의 수재들이 매달리고 있다. 과거에는 성적 우수학생들이 의대 뿐 아니라 여러 전공에 골고루 나눠 입학했다면 요즘은 의대로만 몰려들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이미지 하나가 그려졌다. 찬란하게 빛나는 아이들의 빛이 꺼져가는 모습, 짙은 어둠에 별빛이 잠식되는 그런 이미지.

우리나라 교육은 평균을 지향해왔다. 사회의 부속품처럼 어디에 끼워도 잘 맞는 제품이 되도록 만드는 교육이다. 뜨거운 교육열은 짧은 기간에 평균을 높여주었다. 그리고 사회의 성장을 빠르게 견인했다.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표준 덕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은 특별한 우리를 ‘평범의 감옥’에 가두어버렸다.

이제는 숨겨왔던 우리의 빛을 찾아야 할 시대다. 어른들의 내면에서 꺼져가던 빛도 살려내야 한다. 그 빛을 꺼내고 살려내야 우리의 아이들도 빛을 찾는다. 가정과 사회가 요구하는 <올바른>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 우리의 몸과 마음이 때때로 아픈 이유, 제대로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회의가 드는 이유가 바로 우리 내면의 빛이 시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빛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나의 내일을 기다려지게 한다. 그 빛은 세상 누구보다 내가 잘 키워낼 수 있고 조금만 애정을 쏟아도 금새 환해지는 빛이다. 나뿐 아니라 주변을 밝히고 세상을 이롭게 만든다. 우리는 그런 빛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쩌면 전생에서 일생동안 해오던 운명의 업(業)을 이번 생에서 이어가려고 하는 건 아닌지 상상을 키워본다. 이유 없이 잘 하는 일, 배우자마자 엄청나게 능력이 향상되는 일,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 이런 일은 전생부터 잘 하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상상.

평균적인 올바른 삶은 내면의 빛을 크게 소모시킨다. 찬란하게 빛날 기회를 만나지 못한 채 우리는 남들처럼 나이 들어간다. 내면의 빛이 이따금 반짝할 때마다 ‘이게 아닌데..’, ‘왜 이유 없이 자꾸 아프지?’, ‘내가 지금 행복한가?’, ‘사는 게 원래 이런 건가?’ 와 같은 내면의 신호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신호는 의례히 무시되고 그저 삶의 철로(鐵路) 위를 왕복하게 된다. ‘인생은 원래 이런 거지 뭐.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라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우리 마음을 잠식한다.

하지만 빛은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생을 다할 때까지 그 빛은 살아있다. 우리의 인생이 아무리 고되고 험난했다 하더라도 그로인해 얻은 경험과 지혜, 타고난 재주는 세상의 쓰임과 만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가 아직 빛나지 못한 건 꼭 맞는 때와 장소를 만나지 못한 것일 뿐.

아이들은 사회화되기 전이라 그 재주의 빛이 더 반짝거린다. 또래 아이들보다 빨리 배우고, 더 재미있어하는 것을 찾아주어야 한다. 그것이 돈이 되는 재주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재주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넓은 세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만나게 도와주다보면 아이는 반드시 자신의 빛을 찾아낸다. 지금 우리의 생각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시대의 큰 흐름이 그 재주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재능의 빛을 찾아내서 세상의 부름과 만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재능이 시대와 만나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매일매일 힘들어 할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 꺼져가는 내 빛을 살려야 한다. 지금 내 마음이 힘들다면 그 빛이 꺼져가고 있다는 신호다.

아이들의 빛을 발견하려면 우리 어른부터 어두워진 내면의 빛을 찾아내야 한다. 의사나 한의사가 되려고 태어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특별한 빛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빛을 살려내야 한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빛나는 별이다. 내 안의 그 빛이 세상의 부름과 만나는 그 순간,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가슴 가득한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무리 지금이 힘들어도 나의 빛나는 미래를 믿는다. 내 안의 빛,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빛이 세상을 밝히는 날이 올 것임을 굳게 믿는다. 세상을 밝히는 것은 똑같은 색의 희미한 빛이 아니다. 자기만의 색을 뚜렷이 가진 수많은 빛들이 모여야 세상은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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