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한역(漢譯) 불경(佛經)의 역사를 새로 쓴 푸른 눈의 승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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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한역(漢譯) 불경(佛經)의 역사를 새로 쓴 푸른 눈의 승려
  • 승인 2019.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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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구마라집(鳩摩羅什) 평전

동아시아 문화를 읽는 코드는 단연 압도적으로 불교에 대한 이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한·중·일 삼국이 오랫동안 불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각종 문화재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의 전통 생활문화로 인식하고 있는 것들도 상당한 부분들이 불교와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더구나 우리의 의식과 사상 속에서도 불교철학이 관여되어 있는 것이 많아서, 불교를 이해하지 않고는 우리 문화를 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부터 이 땅에 처음 들어온 불교가 우리 의식의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한 근원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해답은 간단하다. 역사시대 이후로 모든 기록은 한자로 이뤄져 있고, 불경 또한 한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우리 문화 속에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불경을 한자로 바꿔 읽힐 수 있게 만든 최초의 번역은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이뤄졌는가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공빈 著, 허강 譯, 부키 刊

이 책은 중앙아시아 구자에서 태어나, 중국 장안에서 삼백여 권의 불경을 한역(漢譯)하고, 삼천여 명의 제자를 키우며,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구마라집(鳩摩羅什; 344 ~ 413년)의 일대기다. 이 평전은 정대(正大)하고 숭고(崇高)했던 고승(高僧)의 일대기를, 《진서(晉書)》 《위서(魏書)》 《자치통감(資治通鑑)》 등 역사적 전거를 씨줄로 하고, 《고승전(高僧傳)》 《출삼장기집(出三藏記集)》 및 대소승경전(大小乘經典) 등 불교 전적을 날줄로 하여, 그 사이를 문학적 상상력과 불학 사상으로 점점이 수놓으며 완성했다. 말하자면 역사적 전거와 전기적 작가시점으로의 소설적 감각이 엮여, 충실하고도 생생함이 돋보이는 평전(評傳)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저 소설책으로 대하여도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역사책으로 읽어도 무난하며, 종교적 관점으로 대한다 하더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한다.

그럴 만큼 고난과 역경을 넘어선 구마라집의 삶에 감동을 주며, 중앙아시아의 불교문화의 찬란함, 상상만 하더라도 가슴에 벅찬 파미르고원과 타클라마칸 사막의 환경, 오호십육국(五胡十六國)의 전란상황, 불학에 대한 고승들과의 교류와 그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4~5세기 서역과 중원의 문화와 사회와 승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공(空)의 사상은 “일체 모든 법은 결국 다 공(一切諸法畢竟皆空)”이라 하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즉시색(空卽是色), 색즉시공(色卽是空)”이란 말도 바로 구마라집에게서 나왔고, 그의 이러한 중관학(中觀學)은 《중론(中論)》·《백론(百論)》·《십이문론(十二門論)》의 한역(漢譯)으로 이어졌으며, 익히 알고 있는 《금강경(金剛經)》·《법화경(法華經)》·《유마경(維摩經)》·《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소품반야경(小品般若經)》 등의 주요 대승 경전이 그의 손에 의해서 한역되어 우리에게 전해진다.

아쉬움이 있다면 위대한 사상가이자 역경가(譯經家)인 구마라집에 대한 평전(評傳)이라 하지만, ‘평(評)’이 없는 ‘전(傳)’이기 때문에 제목을 차라리 그냥 ‘전기(傳記)’라 함이 옳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한의사로서 종종 번역에 접하게 될 경우가 많은데, 구마라집이 “문채를 잃어버리면 … 번역은 밥을 씹어 남에게 주는 것과 같으니, 맛을 잃어버릴 뿐 아니라 구역질나게 만든다.”라고 말한 부분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값 2만 5천원>

 

김홍균 金洪均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김홍균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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