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서양의학 연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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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과 서양의학 연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알리고 싶었다”
  • 승인 2018.12.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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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이사람: 본초 관련 블로그 운영하는 공병희 원장

5년간 블로그에 한약재 연구 소개…성분-본초-처방 연결선상 필요

 

[민족의학신문=화성, 박숙현 기자] 지난 2013년부터 블로그(https://blog.naver.com/lefhod0706)를 통해 본초를 비롯한 한의학연구들을 소개하고 있는 공병희 원장(사랑채움 한의원). 한의사들의 관심도가 비교적 낮은 한약재와 성분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 싶었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블로그를 통해 본초를 비롯한 여러 가지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블로그에 올리는 논문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가.

논문을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은 없다. 다만 본초나 한약재의 성분 관련 글을 꾸준히 올리는 편이다. 그 외에 실제 임상에서 경험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 개인적으로 관심이 생기는 것들을 정리해서 보는 편이다. 내가 한의대를 졸업하던 시절만 해도 논문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나도 학교 다닐 때는 그런 것들을 설명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나는 전문의가 아니다보니 로컬에서 1차병원으로서 겪게 되는 가벼운 질환을 위주로 보게 된다. 공부에 있어서도 특정과에 집중하지 않는 편이고,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간다. 특히, 한약재 그 자체나 한약재의 성분에 대한 연구는 많은 한의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테마가 아니다보니 내가 그 쪽을 소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쓰는 글은 어떤 테마를 가지고 있는가.

나의 글은 실용성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임상을 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찾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한의학에서도 기초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고, 서양의학적인 연구와 한의학적 연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크다. 대표적으로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 여사가 연구한 청호소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 역시 테마와 아이디어는 중의학에서 따왔지만 진행하는 방식은 서양의학에서 실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청호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연구들도 대부분 비슷한 방식이다. 한의학 연구는 소위 현대과학이나 서양의학이라고 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내가 한의대를 졸업하던 당시의 한의사들은 이런 방식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한약이 왜 효과가 있어?”라는 물음에 대해 일반인에게 설명하려고 할 때, 이제는 단순히 효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는 어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약재의 성분이나 기전 그리고 이것들이 어떻게 의학적인 부분으로 이어지는지를 알리고 싶었다.

 

▶본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한약의 성분이 건기식이 되거나 연구를 해서 신약이 되는 것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벤치마킹을 해야 할 만큼 잘 구축된 산업이라면, 한의사도 이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처방을 구성할 때는 본초를 알아야 하고, 본초를 알려면 성분을 이해해야 한다. 한약재나 식물을 가지고 치료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한의사라고 이야기하려면 누구 한 명쯤은 이런 정보에 대해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의사가 모든 의학에 대해 알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분야의 전문가는 그 분야의 직군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나는 박사학위도 없어서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내가 이런 분야를 소개하다보면 나중에 훌륭한 전문가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임상에 나오면 환자치료에만 치우치게 되다보니 학문적인부분에 대해 소개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더 배우고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다.

 

▶한의대 교육에 있어 본초가 실제임상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식의 교수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한의학 교육은 처방은 처방이고 본초는 본초라는 식의 괴리를 많이 가지고 있다. 황기가 들어있는 여러 처방이 있지만 황기를 안다고 해서 그 처방을 쓸 수 없다는 식이다. 처방은 처방대로의 새로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처방은 처방대로 공부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본초에 대한 지식이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어떤 것은 방제가 되어야 효과가 있지만 어떤 것은 본초 하나가 모든 작용의 8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에게는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소개해야 한다. 이것이 어떤 처방에서 크게 작용한다는 식의 설명이 필요하다. 본초를 열심히 하면 처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우선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내 생각에 임상에 나와서는 참고 수준인 지식들을 너무 지엽적으로 암기시키는 방식이 본초공부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그보다는 성분-본초-처방으로 나아가는 연결선상의 모습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에서 본초에 대해 너무 전통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것이 아쉽다. 내가 한의대를 다닐 때는 약초를 보러 산에 가는 식의 임상실습이 많았다. 그런 부분의 전문가도 필요하겠지만, 한의원을 운영하거나 혹은 연구자의 길을 택한 한의사들에게 본초의 생육환경을 비롯한 식물학적 지식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런 부분은 약재공급을 하는 약재상들이 따로 맡고, 한의사들은 양의학이나 성분과의 연결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의학을 배우다보면 현대와 근대가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원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중성약이 되거나 신약이 되는 예가 충분히 많다. 홍국에서 고지혈증 스타팅계열의 약들을 찾아내거나 마황에서 에페드린을 찾아서 이를 초창기에 천식치료제로 사용한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한 근대와 현대의 연구 성과가 많은데 이를 잘 배우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블로그 운영이나 칼럼 기고는 꾸준히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개원을 한 개원의로서 한의원 운영이 가장 큰 목표다. 만약 향후에 여건이 되면 학업을 조금 더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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