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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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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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지는 시야에서 발견한 삶의 실체


국내영화시장에 한국산 블록버스터의 바람이 거세다. ‘실미도’의 흥행성적에 놀라고 숨 돌릴 틈 없이 ‘태극기 휘날리며’가 기세를 몰아 조만간 실미도까지 앞지르려 한다는 소식이다.

실미도의 순제작비는 82억, 태극기 휘날리며는 145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한국영화 투자규모의 대형화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절대적 액수는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와 비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자면 스타배우 캐스팅에 제작비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데 벗어나 그 외 영화효과를 위해 쏟아 붓는 투자다운 투자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 그리고 흥행성적은 관객들의 시선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향상됐음을 반증한다고 볼 때 뚜렷한 변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블록버스터영화의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런 시류와는 상관없다는 듯 단촐하게 극장에 오른 영화가 있다.

‘미소’의 순제작비는 3억. 투자가 안돼 2번이나 제작이 무산됐다가, 그나마 얼굴이 잘 알려진 추상미 씨가 여주인공에 노개런티로 출연하고, 시나리오를 아꼈던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이 프로듀서를, 또 한명의 감독인 ‘꽃섬’의 송일곤 감독이 남자주인공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완성된 영화다.

박경희 감독의 장편데뷔작인 ‘미소’는 실존의 문제를 그리고 있다.
감독은 시야가 점점 좁아져 실명에 이르게 되는 ‘튜블러 비전’이라는 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 병은 어떤 식으로든 인식의 한계에 갇혀 살게 되는 인간을 상징하며, 이런 인식의 한계 속에서는 가족이나 애인이라 할지라도 인간 사이에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삶의 주체는 본인 뿐이며, 인간은 인식의 한계 속에서 파악되는 부분적이거나 잘못된 삶의 실체만을 알 수 있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던지고 있다.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이지만 원론적으로 존재를 추적하는 감독의 사유에 진지함이 묻어난다.

사진작가 소정에게 튜블러 비전이라는 치명적인 병이 찾아온다. 의지를 잃은 그녀는 남자친구 ‘지석’과 함께 떠나기로 했던 유학길을 포기하고 그와의 결별을 결심한다. 할머니의 장례로 고향에 들른 소정은 집에서 쉬고 싶지만 그에게 집은 무덤과 같다. 촬영차 경주로 간 소정은 1500년 전의 고분에 들어가 벽화의 그림이 비상하는 환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상영중)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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