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헤나라트고다 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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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헤나라트고다 식물원
  • 승인 2018.1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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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28)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스리랑카의 헤나라트고다(Henarathgoda) 식물원은 스리랑카의 6개 식물원 중 하나다. 이 식물원을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정식 기사로 소개된 적이 없다. 따라서 이 칼럼은 국내 처음으로 헤나라트고다 식물원을 소개하는 기사가 되는 셈이다.

수도인 콜롬보에서 동북쪽으로 29 km 떨어져 있는 식물원은 공항에서 가깝다. 1876년에 설립되었고 14.6 헥타르의 면적에 약 4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식물원은 약용식물 정원을 비롯하여 과일 정원, 꽃 정원, 일본 정원, 열대 숲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중 약용식물 구역은 작은 규모로 식물원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약용식물 구역에서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인 갈랑갈을 만났다. 한방에서 갈랑갈의 뿌리줄기를 대고량강(大高良薑) 그리고 열매를 홍두구(紅豆蔲)라고 부르며 약용한다. 뿌리줄기는 생강과 비슷한 향미를 가지고 있지만 생강보다 강하다. 열매인 홍두구는 동의보감에서 ‘물 같은 설사를 하며 복통과 곽란으로 신물을 토하는 것을 낫게 하고 술독을 풀어주며 산람장기 독을 없앤다’고 그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식약처 공정서에 기재된 한약인 산내(山柰)도 조그만 키로 자라고 있다. 이의 뿌리줄기는 복부가 차고 아픈 증상,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는 증상에 유효하다.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마비되며 아픈 병증에도 효과가 있다. 갈울금(Maranta arundinacea)이라 부르는 약초도 보인다.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다년초로 뿌리줄기에서 전분을 활용할 목적으로 열대 각지에서 재배하는 식물이다. 전분을 이용하는 칡(갈근) 그리고 형태가 강황(일본에서 울금으로 부름)과 비슷하여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이 식물원서 재배 중인 흰독말풀(Datura metel)은 숨이 차면서 기침하는 증상과 저리고 통증이 있는 증상을 낫게 한다. 하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는 약초다. 오렌지자스민(Murraya paniculata)는 인도네시아 보고르 식물원, 발리 식물원, 보고르 농대 식물원, 반둥 공대 약초원 등 인도네시아 식물원에서 자주 봤던 약초며, 일본 도쿄도 약용식물원 온실, 유메노시마 열대식물관, 교토 부립식물원 온실 같은 일본의 온실 식물원에도 다 재배하고 있던 식물인데 헤나라트고다 식물원에도 자라고 있다.

이 식물원에서 자라는 나머지 약초는 다음과 같다. 이엽결명(Senna auriculata)은 인도, 스리랑카의 건조지역에서 분포하는 약초다. 강심배당체 성분을 함유하며 뿌리는 당뇨 치료, 해열, 변비치료로 쓰인다. 풍선덩굴로 부르는 도지령(Cardiospermum halicacabum)은 청열, 양혈, 활혈 작용이 있으며 당뇨병 치료, 폐렴, 간염, 황달의 치료효능이 있다. Osbeckia octandra의 잎, 줄기, 나무껍질은 당뇨, 간염, 황달, 고지혈증에 사용한다. 동유수(Jatropha curcas)의 씨는 독성이 강하지만 하제, 해열제로 이용하는 약용식물이다. 난서수기(Ardisia elliptica)는 태국에서는 발열을 수반하는 설사에 열매를 사용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잎을 가슴 통증에 사용한다. 기침, 피부 염증을 없애는 황근(Hibiscus tiliaceus), 실론새틴우드로 부르는 인도, 스리랑카의 특산식물인 Chloroxylon swietenia, 인도제브라우드로 인도, 스리랑카 특산식물인 Connarus monocarpus, 리그난 성분을 함유하는 운난석재(Gmelina arborea) 그리고 아유베다 의약인 화엽가두견(Barleria lupulina)과 황화가두견(Barleria prionitis)도 분포하고 있다. 코카 잎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는 Erythroxylum moonii, 자화단(Plumbago indica)이 헤나라트고다 식물원서 자라고 있다. 약용식물구역의 제일 안쪽에는 스리랑카 특산식물인 큰 나무인 Dillenia retusa가 서 있고 나무 아래에는 노란 열매가 떨어져 있다. 이 열매는 거식증이나 기침, 구강 질환을 없애는데 사용한다.

스리랑카의 식물원 중 마지막으로 찾은 이 식물원에서 스리랑카 안내인은 약초 조사를 위해 우리 일행들에게 1시간 만 줬다. 식물 조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가서 바로 귀국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내인이 준 시간이 너무 짧아 약용식물 구역을 찾아 뛰어가다시피 달려갔다. 이곳에서 일행 모두 말없이 사진촬영에만 열중했다. 주어진 1시간이 다 되어 누군가 출발이라고 몇 번이나 외쳤지만 바로 떠나려는 사람은 없었다. 겨우 촬영을 마무리해서 공항으로 돌아와 보니 항공기 출발 때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식물원과 공항이 아주 가까운 거리였던 것이다. 이 정도라면 2시간 이상 식물원에서 체류해도 될 뻔 했는데 1시간이란 짧은 시간을 준 안내인이 너무 야속했다. 약용식물 구역 외에도 많은 식물들이 분포하는 헤나라트고다 식물원을 자세히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던져준 식물원이었다. 스리랑카의 헤나라트고다 식물원에서 촬영한 45종의 약용식물 이름은 <한약정보연구회지>에 게재된 <스리랑카의 244종 약용식물의 조사 연구>의 필자 논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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