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장애인 건강관리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참가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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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 장애인 건강관리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참가하고 나서
  • 승인 2018.12.2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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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수

강병수

mjmedi@mjmedi.com


치매국가책임제에 한의사의 참가를 촉구하기 위한 국회토론회가 있고나서 약 2 주 뒤,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다시 한 번 장애인 주치의제 관련 국회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남인순 국회의원, 김세연 국회의원, 윤소하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은사님이신 한방재활의학과 송윤경 교수님을 비롯한 한의계 관계자, 보건의료단체 관계자, 장애인 단체 관계자 등이 모였다. 의료 소비자인 장애인의 관점에서 현재 한의사가 배제된 장애인 주치의제 시범사업이 파행을 겪고 있으며, 장애인 주치의제에 반드시 한의사의 참가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어느 한 사람의 건강 상태나 병에 대하여 상담 또는 치료해 주는 의사.’ 바로 ‘주치의’의 정의이다. 나는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국회토론회에 참가하였고, 각 단체에 소속된 연사 분들의 토론 이후 청중 발언 기회가 주어졌지만 시간 관계상 발언하지 못하여, 한의사가 장애인 주치의제에 참여해야하는 당위성을 지면을 통하여 전달하고자 한다.

나는 올해 1월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4월 공중보건의사로서 강원도 인제군에 배치 받아 지역사회의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환자 분들을 진료하며 군복무 중이다. 인제군에 배치되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인제군 보건소의 협조로 보건지소 소재 행정복지센터에서 요청하여 면내에 거주하는 1-4 급 장애등급을 받은 분들의 명단을 받는 일이었다. 현재 도서지역 거주자들은 심각한 의료혜택 불균형에 노출되어 있다. 비장애인도 그렇지만 장애인의 경우에는 특히 심하다. 따라서 공중보건의사로서 장애인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자 명단 파악을 하였다.

현재 주 1 회 4 시간 동안 방문 진료 중인 장애인은 총 4 명이다. 파킨슨병 환자, 두개골 외상으로 발생된 뇌병변 환자, 발목 인공관절수술 실패로 재수술 3 회로 발생한 보행 장애 환자, 우측 무릎 총상으로 인한 보행 장애 환자다. 뇌 병변 환자만 30대이고, 다른 환자들은 모두 70대 이상이다.

방문 진료를 가면, 첫 번째로 침과 보험한약으로 장애 증상 치료 및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지속적인 V/S, BST 측정을 통하여 장애인들의 만성질환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약 복용에도 불구하고 수치가 조절되지 않는 경우, 매주 1 회씩 측정한 혈압 및 혈당 수치를 기록한 진료의뢰서를 작성하여, 혈압 혹은 혈당 조절을 위해 의료 기관을 방문하여 약 용량을 조정 받도록 하고 있다. 세 번째로 장애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관리를 하고 있다. 이는 월경 관리, 생활습관 티칭, 운동법 티칭 등을 포함한다. 네 번째로 장애인이 요청을 할 경우 바로 자택에 방문한다. 감기 등 평소에 존재하지 않던 증상이 발생하거나 기존 장애 증상이 심해질 경우 보건지소로 전화를 하도록 장애인 및 보호자에 교육을 하여, 119 등 을 부르지 않고도 바로 1 차 의료 해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전화를 받아서 급히 보건소에 출장 신청을 하고 방문 진료를 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렇듯 나를 비롯한 전국의 1000 여 명의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주치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 중이다. 따라서 장애인 주치의제에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는 물론이고 한의원/한방병원 소속 한의사들의 참여가 특정 직역의 단독 참여 주장으로 인하여 막혀야 할 근거는 전혀 없다.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로서 장애인 방문 진료를 하면서 느낀 점은,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장애인 방문 진료를 위한 대폭적인 지자체의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4 시간 이상의 관내 출장의 경우 1회 2만원의 출장비가 지급된다. 내가 소속된 지자체의 경우 공중보건의사의 출장비 상한선을 10만원 이내로 권장하고 있으며, 이 경우 월 5회까지 4시간씩의 방문 진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장애인 분들을 방문해보면, 주 2회의 방문을 원하기도 하고 내가 판단하기에도 그런 경우가 있다. 또한, 주 1회 4시간의 출장 시간의 한계로 인하여 장애등급 1~4등급 명단에는 있지만 아쉽게 방문하지 못하는 분들도 존재한다. 한의과 방문치료는 침 치료 시 유침 시간으로 인하여 환자 한 명 당 최소 30분의 시간이 걸려서, 평균적으로 타과의 방문 진료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방문 가정 사이의 이동거리/이동시간도 고려하면 일정이 빠듯하다. 지자체별로 다르겠지만 출장비 상한선이 존재하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애인 및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비정기적인 방문 진료가 어려울 수도 있다. 공중보건의사 이외에도 보건소 방문보건 부서의 방문 진료 사업의 경우, 인력부족으로 인하여 한 명의 공무원이 여러 개의 행정구역의 장애인들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치료 시간의 확보가 충분하지 않아 장애인들의 방문건강관리의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도 타과에 비해서 시간이 더 걸리는 방문 진료를 함에 있어서, 방문 진료의 질은 유지하면서 더 많은 장애인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예산 증액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 공중보건의사들은 지역사회에서 일반 진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방문 진료 등으로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내가 일하는 보건지소 반경 1km 이내에는 의원 2개소, 한의원 1개소가 존재한다. 굳이 공중보건의사가 일반 진료 역할에 집중할 이유가 없다. 전국의 보건소/보건지소 근처에는 행정복지센터, 경로당, 문화센터, 운동시설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많고, 모인 사람 중 만 65세 이상은 보통 보건소/보건지소 치료비가 무료이기 때문에, 진료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전국적으로 합산하면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보건소/보건지소 근처에 지역 보건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민간의료기관이 있는 경우에는, 공중보건의사는 일반 진료 역할을 줄이고 공중보건, 행정 및 사업 등 새로운 업무를 주로 수행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으로써 장애인 방문 진료는 장애인의 복지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종합적인 장애인 방문 진료를 위하여 유관기관들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방문 진료는 현재 공중보건의사 이외에도 각 지자체 보건소의 방문보건 부서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미 보건소 방문보건 부서도 장애인 방문 진료를 하고 있는데, 장애등급 받은 사람 명단을 보건소에 요청했을 때 소속 공무원인 공중보건의사에게 곧바로 명단을 제공하지 못 하고 행정복지센터에 협조를 구하여 처리하는 과정이 안타까웠다. 보건소 방문보건 부서와 행정복지센터 등 유관기관들은 제도적으로 장애인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공중보건의사가 방문 진료를 함에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장애등급제 폐지와도 관계가 있다.

네 번째, 장애등급제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적인 약속이 필요하다. 1988년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애등급제는 장애인들의 폐지 요청으로 2019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 절차를 밟는다. 실제로도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장애등급제는 본인에게 맞는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보건소의 협조로 행정복지센터에서 받은 장애등급 1-4 등급 명단에는 주, 부 장애등급 등이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괄호치고 무릎, 허리, 뇌병변, 시각 등 한 단어 정도의 장애 부위가 기록되어 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것만 보고는 현재 어떤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장애인 각각의 상태는 어떤지 알 수가 없어서 막막함을 느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방문 진료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현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좋지만, 대안으로 장애인을 관리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대안으로 개발 중인 ‘종합조사도구’는 ‘장애등급제’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서 장애인들의 반발이 심하다. 새로운 시스템은 저마다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의 시각에서,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행정, 복지, 의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만들어졌으면 한다.

현재 한의사가 배제된 장애인 주치의제 시범사업은 파행을 겪고 있다. 반면 94.7%의 한의사들은 장애인 주치의제에 참가하겠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는 조속히 한의사의 장애인 주치의제 시범사업에 한의사를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장애인 방문 진료를 위하여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충분한 지원 및 올바른 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대외협력이사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전문의 강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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