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46> - 『漢方醫學原論』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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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46> - 『漢方醫學原論』①
  • 승인 2018.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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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음양원리의 재검토와 과학적 체계수립

근대 한의학 교육현장에서 실제 사용되었던 교재를 살펴보는 것은 당대 한의학 지식의 수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이다. 여기 근현대 한의학자 가운데 한 사람 韓昇璉(1914~미상)이 지은 한의학원론 즉 개론서 한권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명은 당시 널리 통용되던 일반적인 인식을 반영하여 ‘한방의학원론’이라는 다소 딱딱한 명칭이 붙여졌지만 서명 앞에 ‘철학과 과학으로 본’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어 저자의 관심과 주안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한방의학원론』

특별히 이 책은 동양의약대학의 교재로 출판되었는데, ‘동양의약대학 학생한의학회’가 발행소로 등록되어있어 대학에서 강의용 교재로 자체 출판한 것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대개 이러한 부류의 과목별 강의교재에는 편저자나 발행처, 발행 시기 등 저작 관련 기재사항이 누락되거나 아예 판권사항이 붙어 있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이에 비해 이 책의 판권부에는 이러한 내역이 아주 세심하게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주문처, 취급자, 정가, 송료에 이르기까지 판매와 보급에 필요한 정보가 상세하게 나타나 있어 교재를 자체 제작하여 공급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동 10번지’라 적힌 동양의약대학의 주소지가 밝혀져 있고 학생한의학회의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다. 발행자이자 취급자는 趙容安으로 밝혀져 있는데, 그는 한의사협회장을 지낸 근현대 한의학인물 가운데 한분이다.

다른 한편 판권부에는 단기로 표기된 발행시기가 표기되어 있는데, 1949년(단기4282)에 초판이 발행된 것으로 되어 있고 1960년(단기4293)에 수정증보판(補修改訂版)을 낸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로 보아 이 책은 발행 이전인 광복 이후부터 교재로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自序의 말미에는 ‘1920년 仲春 著者 靑岳 識.’라고 밝혀져 있어 이 책이 이미 오래전에 기획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펴보지 않아도 부제를 통해 이미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동서의학적인 측면에서 한의학(동양의학이라고 지칭.)을 조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서문에서 그는 “동서 兩醫學이 동일한 生係를 양면으로 다른 각도에서 아직까지 취급하는데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일방이 기의 外形化現象, 他方이 생리적 현상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모다 현상만을 대상으로 하는 데에 있어서는 동일한 태도라 볼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마도 저자는 이점으로부터 동서의학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견해는 같은 글의 뒤편에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저자는 “유일 의학체계로의 추구문제는 東西 醫人이 良心으로 돌아가 해결지어야 할 의무가 부가되어 있음을 각성하여야 하겠다. 그러므로 한방의학은 무엇보다도 그 기초이론을 형성하고 있는 근본적 不動原理에 관하여 재검토하고 확고한 체계를 수립하여야 되는 것이다.”라며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한의학(한방의학)은 중세인 진한 시대로부터 수당시대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발전을 보았고 근세인 송시대로부터 약10세기 이래 현대에 이르기까지에는 특수한 발달을 볼 수 없이 거의 그대로 과거의 전통을 답습하여 왔다는 사실은 의학사가 한결같이 명시하는 바이다.”라고 하였다. 우선 근현대를 가르는 시대 구분점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송대 이후 전통의학이 발전 없이 정체되어 있었다는 견해는 서양과학기술에 기준한 문명발달사적 견해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여 매우 유감스러운 견해가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저자는 다만 음양 양면을 포괄하는 한의학 이론체계가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하고 그 원리체계를 재검토하여 과학적 방법으로 확립시키는 것이 견실한 의학체계를 수립하는데 있어서 급선무라고 보았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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