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의 로열 식물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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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로열 식물원(2)
  • 승인 2018.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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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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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26)
한의약연구소장

스리랑카 로열(Royal) 식물원의 매표소 뒷편에 약용식물인 육두구나무가 서 있다. 일행 한 분이 이 나무를 발견하고서 필자를 이곳으로 안내해 줬다.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이 나무에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많은 열매가 달린 모습은 처음 본다. 필자가 항상 지니는 등산용 지팡이 덕분에 높이 달려있는 육두구 열매를 두 개 딸 수 있었다. 불법이지만 열매 안을 쪼개 봐야 하니 할 수 없었다. 칼로 쪼개니 심홍색의 씨 껍질이 드러난다. 너무나 싱싱하고 선홍색의 가종피(假種皮) 모습을 본다. 씨 표면을 덮고 있는 특수한 부속물을 가종피라고 한다. 처음 만나는 황홀한 이 모습을 수없이 촬영해 뒀다. 시간이 지나 말리면 이 색상은 변한다. 육두구나무의 열매 안에는 한약으로 쓰는 씨인 육두구와 이 씨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 같은 물질인 메이스(mace)가 있다. 메이스는 씨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육두구 화(花)라고도 부른다. 육두구 열매 속의 씨인 육두구와 씨를 둘러싸고 있는 메이스, 이 두 가지는 모두 약으로 쓰지만 메이스는 향신료로 더 자주 사용된다. 육두구는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지만 옛부터 <동의보감> 탕액편의 풀부에 소개되어 있고 <방약합편>의 향기나는 한약인 방초(芳草) 편에 수재되어 있다. 육두구는 소화를 촉진시키고 장을 튼튼하게 하며 식욕부진, 복부팽만에 효과있다.

식물원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깊숙이 들어갔더니 잭프루트라 불리는 바라밀나무가 있었다. 커다란 바라밀 열매가 나무줄기에 직접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저렇게 큰 열매가 떨어지지 않고 달려 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옆에는 원숭이들이 몰려 다니며 관광객들과 조우하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라밀은 열대과일인 두리안과 모습이 비슷하다. 과일의 고기라 불린다. 익은 열매에는 씨앗으로 둘어싸인 많은 과육 조각이 있다. 졸깃졸깃해서 고기 씹는 질감이 있다. 갈증을 멎게 하고 원기를 북돋우는 효능이 있다.

비려륵(毗黎勒, Terminalia bellirica)이 보인다. 사군자과인 이 식물의 잘 익은 열매를 한약 모가자(毛訶子)라 부르며 청열해독, 수렴양혈의 효능이 있다. 티베트족의 전통약재이자 아유베다의 중요한 약물인 모가자는 가자, 여감자와 함께 모아서 삼과(三果)라고도 부른다. 부상화도 보인다. 중국 남부, 인도 동부가 원산지인 이 식물은 불상화, 하와이무궁화라고도 부른다. 말레이시아는 부상화를 말레이시아의 나라꽃으로 지정했으며 말레이시아의 지폐, 주화에 이 식물이 그려져 있다. 한약인 면실자(棉實子)는 식약처 공정서에서 기본종으로 목화를 기재하고 있으나 비슷한 식물인 수면(Gossypium arboreum)이나 초면(Gossypium herbaceum)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원대 김창민 명예교수는 말한다. 이 식물원에서 바로 그 초면의 약초를 만났다.

코타라힘부투(Salacia reticulata)가 심어져 있다. 이 나무의 줄기나 뿌리로 만든 차는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에서 약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초기 당뇨병의 특효약으로도 이용되었다. 키가 높은 Agathis robusta가 눈에 띈다. 별명이 퀸스랜드 카우리이다. 거대한 나무가 하늘 높이 뻗어 있다. 매끈한 나무 줄기가 마치 몽둥이 같이 보인다. 나무 아래서 관람객들이 더위를 피해 땅으로 튀어 나온 뿌리에 걸터 앉아 쉬고 있다. 1865년에 심어진 나무다. 길가의 양치식물 안내판에는 양치식물의 일생이 그림과 함께 잘 설명되어 있다. 식물 사이에는 유명 인사들이 기념 식수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폴란드 수상인 요제프 치란키에비츠가 1960년에 심은 무우수가 있다. 무우수는 인도아대륙에서 매우 중요한 나무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1961년에 심었다는 노랑무우수도 보인다. 식물원 안에는 오래된 고목이 가득하고 스리랑카, 인도 특산 식물들도 빨간 팻말에 표기해 놓고서 곳곳에 심어져 있었다. 모두들 귀한 식물 자원들이다.

로열 식물원에서 필자는 195종의 식물을 촬영했다. 약용식물 구역에서 찍은 116종의 식물을 과별로 분류해 보니 콩과와 운향과 식물이 각 11종으로 가장 많았다. 일반식물 구역에서 촬영한 식물은 79종이다. 이를 분류하면 콩과 식물 8종, 쥐꼬리망초과 식물 7종 등이다. 한국국제농업개발학회지의 2009년도 논문인 <스리랑카의 약용식물 이용, 연구 및 보존 현황>을 보면, 당시 스리랑카에서 중요하게 연구하는 10종의 약용식물을 알리고 있다. 필자는 그 중 3종의 식물을 이곳 로열 식물원에서 촬영할 수 있었는데, 바로 Coscinium fenestratum, Salacia reticulata, Woodfordia fruticosa이다.

스리랑카의 로열 식물원에서 촬영한 195종의 약용식물명은 한약정보연구회지(5권, 2호, 11-22, 2017년)에 실린 필자의 논문인 <스리랑카의 244종 약용식물의 조사 연구>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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