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41> - 『藥材質正紀事』④
상태바
<고의서산책/ 841> - 『藥材質正紀事』④
  • 승인 2018.10.2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剝製가 된 朝鮮産 금수초목

이 자료는 우선 분량도 적지 않고 일반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의방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약재 조사의 실상을 전해준다는 측면에서 수록된 실제 내용 가운데 일부나마 특징적인 면모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몇몇 대목에 대해 좀 더 살펴보기로 하였다.

◇ 『약재질정기사』

그 시작은 『동의보감』으로부터 비롯한다. 이 사업을 지휘했던 일본의관 하야시 료키(林良喜)가 장부 2권을 들고 와서 조사를 지시하는데, 그 중 1권은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조수초목의 이름을 정리한 것이었다. 이것은 바로 일본과 조선에서 명칭과 모습이 서로 다르다고 여겨지는 것만을 발췌하여 작성한 조사대상 목록이었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단풍나무를 모미지(紅葉)라고 부르는데, 일본에 찾아온 조선인에게 물으니 ‘楓’자를 써서 표기한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실제 이 조사에 『동의보감』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권후반에 들어 있는 다음과 같은 말로써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조사를 위해 서적(동의보감을 말함)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지만 왜관에 있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그것을 사용하도록 했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동의보감』중 藥性, 食性 부분만 가장 빠른 편에 보내주십시오. 이번 조사에 이 책이 없으면 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른 1권의 장부는 일본에 예전부터 있는 것들이지만 어떤 글자를 쓰는지 자세히 모르기에 말린 잎과 그림을 그려 쓰시마번의 島主로 하여금 조선에서 질문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禽獸蟲菜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 자원에 대한 檢定 작업에 상당한다고 보인다. 예를 들면, ‘莧’에 대해 옛날부터 일본에서는 히유(비름)라고 불렸는데, 본초서를 보면 반드시 이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니, 조선에서도 히유를 비름이라고 부르는지 여부를 물은 것 등이다.

초부에 주로 상용약재의 명칭에 대해 考定한 내용이 써 있는데, 대부분 조선에 있는지 없는지, 일본에서 뭐라고 하는 풀인지를 물었다. 여기에는 토사자, 승마, 목향, 원지, 세신으로부터 초오, 백출, 독활, 강활, 오미자에 이르기까지 40여종에 달한다. 특히 오미자의 경우, ‘사네카즈라(남오미자)’라고 불리는 일본 것과 다른지를 묻고 뿌리와 잎, 열매를 구해 보내라고 당부한다. 더욱이 약재로 쓰이는 것을 약방에서 구매해서 일본산과 비교하여 실물을 첨부하라고 지시한다.

또한 일본과 조선의 동식물이 유사한 경우, 쓰시마에 자생하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여 조선산과 비교 대조를 통해 유사성을 살펴보려고 시도하였다. 아마도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해 있고 오랜 동안 조선과 교통하였던 쓰시마의 식생과 근연성을 감안해 두 나라 사이의 상호비교를 통해 좀 더 정확성을 기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은 조선과 일본의 약재와 동식물을 비교 검정하기 위해, 일본에서 도 자쿠스이(稻若水)가 펴낸 『改定本草』(45권), 가이바라 에끼껜(貝原益軒)이 지은『大和本草』(21책), 가이바라 요시후루(貝原好古)의 『和爾雅』(전5책), 그리고 중국본『救荒本草』(전17책) 등 동식물에 대한 다양한 본초서와 박물서를 구해 조선으로 보내온다.

그들은 또 견본용 새를 박제로 만들어 조선에 보내기도 하는데, 살아있는 새의 가죽을 벗겨서 모형에 입힌 뒤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한 시기가 맞지 않아 구하기 어려운 경우, 소금에 절여 전달하기도 했는데, 실물은 암수 1쌍씩을 기준으로 구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선의 들짐승과 새, 역시 염장한 실물이나 박제로 만들어졌고, 초목류는 말린 초본이나 열매, 혹은 그림으로 그려져 보내졌는데, 이를 위해 감청, 군청, 백록, 녹청, 자황, 호분 등 물감과 아교, 솔과 붓, 먹과 화구, 미농지 등 각종 회화재료와 기물을 준비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이 조사가 매우 전면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되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