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서 흔히 접하는 모유수유에 대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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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에서 흔히 접하는 모유수유에 대한 질문들
  • 승인 2018.09.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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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

김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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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증수유상담가(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 이하 IBCLC)는 모유수유, 산전산후관리, 신생아 케어에 특화된 전문가 직능이다. 한의사이면서 IBCLC로 활동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동료 한의사들에게도 질의를 자주 받게 된다. 흔히 오해되는 부분들을 추려 보았다.


젖양이 부족하다는 산모의 호소에 대해

산후 6~8주쯤 젖이 부족하다고 느껴 모유수유를 중단하는 일이 많은데, 사실 ‘가짜 젖양 부족’인 경우가 많다. 정말로 아기에게 젖이 부족한 ‘진짜 젖양 부족’은 드물다. 아기가 원할 때마다 자주 물리고, 유륜까지 깊게 물리는 올바른 젖물리기로 젖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시기는 생후 1주일이다. 태어나자마자~생후 30분 이내에 첫 번째 모유수유를 해야 모유수유 성공률이 높아진다. 태어나자마자 첫 번째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산전 교육으로 임신부와 가족들이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산후에 이 내용을 알게 된다면 이미 때는 늦으므로, 임신부를 진료할 때 미리 교육하도록 한다.

생후 3일 정도는 양이 적지만 진한 초유가 계속 나오고 있으므로 젖이 불어나는 느낌이 없어도 계속 젖을 물려야 한다. 이 때 빠는 자극이 있어야 프롤락틴 수용체가 충분히 생기고 4일 정도부터는 드디어 젖이 돌기 시작한다. 아기가 빈 젖을 빠는 것 같다고 산모가 불안해한다면, 우선 공감을 표현한 뒤, 지금은 빈 젖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실은 초유가 나오고 있고 젖 분비를 본격 가동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시기이므로 걱정 말고 아기가 원할 때마다 젖을 물리라고 설명한다. 3일째까지는 생리적으로 체중이 출생체중의 10%까지 감소할 수 있다. 아기가 3kg로 태어났다면 3일째까지 최대 300g이 줄어드는 것은 괜찮다는 뜻이다. 아기와 24시간 모아 동실로 같은 방에 지내면서 밤중수유도 계속하며 분유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대부분 4-5일째 풍부한 젖 분비가 시작된다. 24시간 모아 동실의 중요성 역시 산전교육으로 미리 알고 있어야 하므로 임신부에게 꼭 교육하는 것이 좋다.

아기가 자꾸 젖을 찾는다고 산모가 호소한다면? 이는 모유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엄마젖을 물고 있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욕구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3주, 6주, 3개월의 급성장기가 되면 다른 때보다 좀 더 자주 젖을 먹고 싶어할 수 있다. 아기가 필요한 양에 맞춰 엄마 젖은 또 늘어난다. 산모가 걱정을 토로하면, 우선 공감을 표현한 뒤 아기가 생후 몇 주인지 묻고 급성장기인지 확인한다. 또한 인간 아기는 다른 영장류 아기에 비해 미숙한 채로 태어나므로 생후 100일까지는 거의 모든 아기가 이유 없이 많이 운다. 100일까지는 아기는 원래 많이 운다는 것을 알고 아기가 원할 때마다 수유하면 된다.

젖이 차는 느낌이 없어서 젖양이 부족한 것 같다고 산모가 호소한다면? 젖양이 잘 조절되면, 젖이 많이 불어 있지 않은 상태로 아기가 적당하게 먹을 수 있다. 젖이 덜 차 있는 느낌은 들지만 아기가 먹는 양은 충분하고, 이는 정상적인 상태이다.

유축해봤더니 양이 적다고 걱정하는 환자도 있는데, 유축하면 아기가 직접 빨 때보다 훨씬 적게 나오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대체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아기가 젖을 잘 먹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루에 젖은 기저귀가 6개 이상 나오고 소변 색깔이 옅다면 모유 양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아기가 잘 놀고 울음소리가 작지 않고 피부가 탄력이 있다면 잘 큰다고 볼 수 있다. 젖이 부족한 것 같다고 산모가 호소하면, 우선공감을 표현한 뒤, 위 사항들을 확인해 본다.

세이지, 민트, 에페드린(마황이나 슈다페드 등의 감기약)은 모유양을 줄이는 역할을 하므로 모유수유 중에 감기약이나 다이어트약 처방에 주의한다. 젖양 감소를 고민하는 산모가 양약 감기약을 먹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산모에게 한약을 처방할 때 아기에게 수유패턴, 잠, 울음소리, 각성 정도, 발진, 대변 등에 변화가 있는지 잘 관찰한다. 현재까지 수유여성이 한의사 처방의 한약 복용을 하여 아기에게 문제가 발견된 사례는 한 건도 보고된 적이 없다.

 

단유(이유) 관련 상담에 대해

6개월이 지나면 단유하라는 잘못된 속설이 있다. 아기가 6개월이 되면 모유 말고도 다른 고형식(모유 이외의 음식, 이유식)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모유는 막강한 영양을 지니고 있으며 아기에게 전달되는 면역물질의 양도 이전과 비슷하게 유지된다. 아기는 여전히 모유를 원한다. 돌이 지나면 우유를 간식으로 먹이는 부모가 많은데, 우유보다 소화가 잘 되고 영양이 풍부한 ‘아기 맞춤형’ 모유는 당연히 우유보다 월등한 가치가 있다. 모유를 억지로 끊고 모유보다 열등한 우유를 대신 먹이는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양육자에게 모유의 가치를 설명한다.

그렇다면 단유는 언제 하는 게 좋을까? 다른 동물이 단유하는 시기를 비교해서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포유동물마다 차이는 있지만 *첫번째 영구치 어금니가 났을 때 *어른 체중의 1/3까지 자랐을 때 *임신기간의 약 5배가 기준이 된다. 즉 최소 만3-4세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단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는 2년 이상의 모유수유를 강력히 권장한다.

모유수유를 오래 하면 단유가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모유양이 오랜 기간 서서히 줄어들면 단유도 쉽게 할 수 있다. 생후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모유수유는 서서히 줄어든다. 돌 이후에는 간식 수준으로 모유수유를 하기 때문에 더 줄어든다. 보통 갑작스럽게 단유를 하면 젖몸살을 앓으며 힘들게 젖을 끊는데, 조금씩 모유양을 줄이며 단유를 시도하면 보다 편안하게 단유에 성공할 수 있다.

한편, 아기가 삶의 고비를 넘기고 있을 때는 단유라는 또다른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한다. 즉 아기가 이가 날 때, 엄마가 직장에 복귀할 때, 유선염에 걸렸을 때, 약물을 복용할 때, 동생을 임신했을 때, 감정적인 문제가 있을 때, 입원을 했을 때 등의 시기는 단유에 좋지 않은 시기이다. 수유 시작과 마찬가지로 단유도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행복한 여정이며,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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