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36> - 『水火法』
상태바
<고의서산책/ 836> - 『水火法』
  • 승인 2018.09.08 0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모든 질병은 火水陰陽의 불균형에서

 髥囊本 혹은 袖珍本, 懷中本이라고도 불리는 크기가 작은 고의서를 1종 소개해 보기로 한다. 고의서 중에 염낭본은 주로 자주 쓰이는 단방이나 경험방이나 혹은 약성가를 적어두거나 구급질환에 쓰이는 침구경혈 등을 채록해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에는 ‘水火旣濟/ 水火未濟/ 合部’라는 긴 제목이 달려 있고 이제면에는 水火法, 旣濟掛法, 未濟掛法 같은 별개의 제목들이 기재되어 있다.

◇ 『수화법』

  본서는 외형이 가로세로 10~13센티에 불과해 소매 속이나 주머니 안에 집어넣기에 좋고 손에 펴보기에 딱 알맞은 문고판 사이즈다. 두툼한 갈포지를 이용해 표지를 두르고 실끈으로 책등을 동여맨 전형적인 선장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크기가 작고 분량이 적어서인지 단지 3針眼만을 두어 제책했기에 군살 없이 단정한 모습을 띄고 있다.

  수진본은 대개 형식적인 체계를 잘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역시 번쇄한 서발이나 목차는 따로 없다. 본문의 첫머리에는 ‘火水未濟論’이라는 제목의 의론이 실려 있는데, 글은 “卦有六十四, 而獨以火水爲準者, 何也.”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언뜻 보기엔『주역』의 괘상을 논하는 전통적인 易論으로 보이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구절에서 곧바로 그런 생각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盖人之受病에 陰陽不均, 而偏勝之致也라 火水는 陰陽之相適故로 以爲用矣나 然則地天泰는 天地否, ...... ” 곧 주역의 괘상이 의미하는 역리로써 의학의 이치를 해설하고 이에 따른 침약의 용법을 이해하고자 하는 해석법이라 할 수 있으며, 의역학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의론에 뒤이어 도해까지 그려가며 설명에 열중해 있는데 각 부문에는 假令章을 두어 산출방식을 알기 쉽게 해설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또 괘명이나 飛伏神, 천간지지 뿐만 아니라, 相生相克, 六親, 劫殺與驛馬法, 空亡法, 食祿法, 三合必成, 天干合, 地支相合, 相沖, 貴人 등 여러 가지 기초적인 명리용어와 종류가 차례대로 열거되어 있다.

 
  그러나 곧이어 십이경맥 오장육부의 井榮兪經合 오수혈이 표격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또 別穴이라는 항목이 등장하는데, 알다시피 별혈은 비록『銅人經』(『동인수혈침구도경』)에 수록되지는 않지만 여러 醫方書에 등장하는 까닭에 별혈이라고 부른다는 주해가 달려 있다.

  여기 등장하는 혈로는 神廳, 當陽, 太陽, 明堂, 眉沖, 鼻準, 耳尖 등 81종의 침혈이 수록되어 있는데 혈명 아래 혈수와 소재 부위를 일일이 기록해 두었다. 예를 들면 “海泉 一穴, 在舌下中央脈上, 治消渴.”이라고 적혀 있다. 전체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이 작은 책자의 본문은 별혈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奇門針法, 男女運法, 胎占卦名法, 그리고 ‘命之曰…’ 로 시작하는 또 다른 易論까지 제법 다양한 내용들이 포괄되어 있다. 본문 앞뒤로 등사자의 인장으로 보이는 소형 장서인이 날인되어 있고 본문의 권두에는 작성자로 보이는 ‘冊主 宋〇萬’이라는 기록이 들어 있으며, 평소 상당히 애지중지하던 소장품이었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갈피 안에 꼬깃꼬깃 접어둔 매우 얇은 종이 조각이 끼워져 있다. 손가락크기로 여러 겹 말려 있는 종이를 조심스럽게 펼쳐보니 첫머리에 保安萬靈丹이란 방명이 적혀 있는 和劑이다. 창출 4냥으로 主藥을 삼고 石斛, 明天麻, 當歸 등으로부터 眞沈香, 진피, 봉출, 당목향, 오약 등 26미를 부재로 넣어 만드는 환약이다. 끝으로 朱砂로 환약의 겉면을 입혀 만든다고 했으니 오랫동안 매우 소중하게 보관해 두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침과 약, 간단하고 신속한 치료법으로 언제 어느 때 닥칠지 모를 병고와 危難에 대비하고자 했던 시골 의원의 정감어린 손길이 느껴지는 애장서 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