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34> - 『人畜農經驗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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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34> - 『人畜農經驗方』②
  • 승인 2018.08.2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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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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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스를 피해 맨홀에서 살아남기

  지난 호에서 『인축농경험방』이 人門, 畜門, 農門 3가지로 대분되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인문편 맨 앞쪽에 약성가가 실려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목차에서만 그렇게 표기된 것이고 실제로는 인문편 앞에 별도로 약성가가 실려 있는 것이어서 다소 차이가 있다.

 

◇ 『인축농경험방』

본편에 앞서 권수에 ‘이 책(此篇)에 기재(記載)된 약성(藥性)과 약미대계(藥味大槪)’란 제목을 달고 柴胡로부터 시작하여 인삼, 천화분, 모근, 고삼, 현삼, 사삼, 자삼, …… 익모초, 한수석, 숙지황까지 2백종이 넘는 약미에 대해 약성과 약용부위, 효능, 거가다가 한글이름과 각종 수치법까지 기록해 놓았다. 다만 기존의 흔히 볼 수 있던 『제중신편』이나 『방약합편』약성가와는 배열이 다른데다 별도의 분류 없이 열거되어 있어 어디에 근거하여 작성한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이어 본편에서는 맨 먼저 人門, 즉 사람의 질병에 대해서 인사편에 집중해서 수록하였으며, 병문에 앞서 총론격인 몇 가지 병론이 실려 있음도 이미 개략적으로 살펴본 바와 같다. 실제 본문에서는 목차와 다른 부분이 다수 있어 수록내용을 대조하여 기재해 보면, 질병원인, 오장육부의 음양의 구별, 오장육부 오행의 구별, 오미의 작용 순이다.

  그 뒤를 이어 ‘人身 構造된 大槪’라는 항목 아래, 耳目口鼻所屬,   아들딸 놓기를 구하는 법, 남자양기쇠약, 孕胎正期, 才操있는 아들을  놓는 법, 불효자를 놓는 원인, 相處女九法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요즘에야 남아와 여아를 구별하지도 않을 뿐더러 인권에 대한 문제 소지도 내포하고 있어 적용하긴 어려워 보이며, 다만 사회발전 과정 중에 노정된 과거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자료로 여길 수 있을 뿐이다.
 
  또 매월 남녀교합 좋은 날(貴宿日), 受胎婦人 금기약과 食物, 남태와 여태를 아는 법(辨男女胎法) 등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俗信에 불과하여, 단지 참고자료로 여김이 마땅할 것이다. 이밖에도 자녀생산을 재촉하고 생산하기를 꺼리는 법(催子와 斷子法), 孕婦胎動胎漏 가정치료법, 生男法, 난산원인과 치료법, 난산에 태아의 생사를 분간하는 법, 古時藏胞衣法, 부인산후잡증, 乳腫치료법, 산후음호통, 婦人陰戶中에 生瘡치료법, 婦人陰門이 가려울 때’ 등이 실려 있다. 명료하게 구분하진 않지만 부인문에 해당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뒤로는 소아문이 이어지는데, 兒孩名稱, 擇乳母法, 초생아해독법 과 목욕법 등 주로 초생아나 영유아에 대한 調護法이 수록되어 있다. 또 우리가 잘 아는『동의보감』의 養子十法, 養子歌, 그리고 소아의 變蒸候에 대하여 기록한 小兒變法, 젖을 끊게 하는 방법이 들어있다.

  부인, 소아에 이어 急難病치료법이 나오는데, 溺水死, 凍死, 入井死, 猝死, 자다가 갑자기 죽게 된 사람, 놀라 죽은 사람, 술에 취해 行房하다가 갑자기 죽게 된 사람, 그리고 中惡, 鬼擊, 客忤, 尸厥 등 평소에 마주하기 어려운 급성 병증에 대한 구급 처치법이 열거되어 있다.

  그 중에는 제법 흥미로운 방법도 들어 있는데, 바로 ‘井試驗法’이라 적은 것이다. 오랫동안 쓰지 않던 우물을 청소하거나 깊은 우물에 들어갈 때 독기에 저촉되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곧. 들어가기 전에 닭의 깃을 우물 안에 던져 보아 깃털이 곧장 아래로 떨어지면, 독이 없고 빙빙 돌면서 춤을 추고 내려가면 독이 있음을 의심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물 안에 부패한 가스가 차있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제법 유용한 방안이라 할 수 있으니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라 하겠다.

  또 중독문에는 熱麵, 두부, 소주, 鹵汁, 여러 가지 고기나 버섯, 음식물이나 약물에 의한 중독증상이 실려 있으며, 제상문에서는 탕화상, 熱油傷, 金刃傷을 비롯, 일상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각종 타박과 손상, 咬傷, 사고로 인한 상해, 주취해소법을 다루었다. 그 뒤로 양생방에 장생주 양조법, 벽곡방, 신침방 등이 있으나 널리 알려져 있는 것들이라 볼만한 것이 없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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