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33> - 『人畜農經驗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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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33> - 『人畜農經驗方』①
  • 승인 2018.08.18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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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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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가축, 그리고 豊凶을 예측함

서명이 특이한 이 책, 『인축농경험방』은 조선시대 사람과 가축을 치료하던 전통적인 치료술과 오랜 농사 경험에서 우러나온 풍흉을 예측하는 방법을 한글로 풀어 옮긴 것이다. 겉표지에는 內譯(분명하고 자세한 내용)이라고 쓴 제목 아래 크게 人門, 畜門, 農門 3가지 문류로 구분하여 전체 내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 『인축농경험방』

맨 먼저 인문은 질병원론, 부부교합법, 생남법, 眞人衛生論, 학생약방문, 相處女法, 잡병치료방문, 기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축문에는 畜生相法과 잡병치료방문, 飼養法 등을 수록하였으며, 아울러 농문에는 흉년과 풍년이 드는 해를 점치는 방법 등에 대해 기재하고 있다. 이로 보아 이 책은 농어촌지역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관련 지식만을 모아 실용적으로 꾸민 통속의서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선장본으로 제책하였지만 본문은 양지에 양면으로 인쇄하였으며, 지질이 좋지 않고 산화가 심하게 진행되어 보존상태가 몹시 열악하다. 권두에는 편저자의 머리말이 실려 있는데, “……오랜 시일과 부단한 노력으로 각 서적을 참고하고 선인들의 경험과 아울러 본인의 오십 여년 경험을 가하여 인문, 축산, 농사, 험세 등 우리들의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사항을 채택하여 한글해석 ‘인축농경험방’이라 하는 보잘 것 없는 책자를 만들어 보았습니다.”라고 소개하였다.

또 “자고로 우리의 주위에는 單方이다 秘書니 하는 좋은 의서를 自家에만 비치하고 공개치 않는 습관을 타파하고 부끄러운 미문이나마 쉬운 말로 해석하여 일반대중 앞에 내어 놓으니 미미한대로 사람과 축산농사 등사에 조그만 재료로 생각하시고 가정에 일권씩 비치하여 애독하여 주시기를 삼가 바랍니다.”라고 출판의 변을 밝혔다.

의약 내용은 주로 인문편인 맨 앞쪽에 실려 있는데, 약성가가 가장 먼저 수록된 것이 특징적이다. 그리고 질병의 원인, 오장육부음양구별, 오장육부오행구별, 오미의 작용, 인신구조 대개, 이목구비소속 등의 차례로 의학일반에 관한 논의가 실려 있어, 이 책이 단순히 구급방이나 경험방 몇 조문을 소개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이어지는 세부항목으로 ‘아들딸 놓기를 구하는 방법, 남자양기쇠약, 태기가 있을 시기, 才操있는 아들 놓는 법, 불효자를 놓는 원인, 처녀를 상보는 아홉 가지 방법, 매월 남녀교합하는 좋은 날, 수태부인 기하는 약과 食物, 남태와 여태를 아는 법, 자녀생산을 재촉하고 끊는 법, 잉부태가 동하고 胎가 漏하는데 치료법, 생남법, 난산원인과 치료법, 난산에 태가 살고 죽는 것을 아는 법, 예전에 아이 포를 묻는 법[藏胎法], 부인산후잡병, 유종치료법, 산후에 음호가 아프거든, 부인 음호 안에 종기, 부인 음호 안에 가려울 때에는’ 등이 실려 있다.

전반적으로 인문편의 본편은 주로 상속적이고 민간에서 자주 마주하기 쉬우며, 누구나 궁금해 하는 생활상의 애로점을 중심으로 내용을 배치하여 편집하였음을 볼 수 있다. 뒤이어 소아문과 급한 병 치료문, 중독문, 여러 가지 傷門, 眞人衛生門, 학생필요약처방 등의 내용이 실려 있어 의방서에 등장하는 갖가지 내용 가운데 민간에서 자주 소용되는 간단한 처치법을 골라내어 수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여러 가지 중독증상과 구급질환, 손상 병증에 대한 대처법도 실려 있다. 또한 양생법에 대한 내용으로 진인위생문을 둠으로써 전통의료가 지니고 있는 예방의학적 역할에 대해 현대적으로 풀어 부감해 주고 있다는 면에서 다소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학생필요약 처방에는 주자독서환, 공자대성침중방과 함께, 귀비탕, 인삼말복법 등이 수재되어 있는데, 소위 산업화시대에 입시경쟁이 점차 가열되면서 수험생 건강에 대한 필요 지식이 날로 증대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실례라 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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