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30> - 『論症實驗醫訣』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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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30> - 『論症實驗醫訣』①
  • 승인 2018.07.2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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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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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代의 경험에 자신의 眼目을 덧붙여

오늘은 근현대 임상의방서 가운데 하나로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책 하나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책 제목에서도 이전처럼 방약이나 의방, 경험과 같은 단어를 채택하지 않고 대신 ‘論症’, ‘實驗’과 같은 용어를 사용한 것만 보아도 저자가 전통적으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거나 주변에서 수집한 견문을 모아 책으로 펴낸 관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검증해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 『논증실험의결』

권미의 판권을 찾아보니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156, 저작겸발행자 朴義洙’로 되어 있고 판매처 또한 위 주소의 ‘一如堂漢醫院’으로 기재되어 있다. 곁에 날인된 청색의 스탬프인에도 역시 동일 주소의 한의원 상호와 함께 원장 박의수란 명칭이 찍혀 있어 저자가 자신이 아호를 넣어 이름 붙인 한의원에서 구독을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 주문받아 판매, 배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곁에는 우편 진체구좌번호와 함께 ‘臨時定價金三千六百圜’이라고 적힌 정가표도 보인다.

책값으로 적인 이 가격이 현재 시세로 얼마에 상당하는지 정확히 대조해 보진 않았으나 당시 이승만 대통령 초상이 그려진 500환 지폐가 가장 큰 단위였으니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던 듯싶다. 그런데 필자가 입수한 소개판 리플렛이 아닌 본책의 판권부에는 발행처가 木浦市 소재 港都出版社란 곳으로 되어 있어 다소 의아스럽다.

소개판에는 ‘참고말슴’이라는 제목아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본 소개판은 원판 중 그 내용의 일부를 안내한데 지나지 않기땀에 간결한 푸린트형으로 되아있지만 원판은 선명한 자체로 인쇄되았으며 또한 사육배판인 尨大한 製冊이오니 留意하시옵기 바랍니다. 그리고 注文時는 별기 ‘振替口座’를 이용하심이 便宜하고 또한 利로우실줄로 믿습니다.” 이로보아 출판을 전후로 서울의 한의원에서 직접 주문 배포를 하다가 나중에 출판사에 대행을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본서의 첫머리에는 자서에 해당하는 ‘發刊에 際하여’란 글이 실려 있다. 여기서 저자는 “恩師 芝堂 鄭海鳳선생이 涅槃하신지 어언 20여 星霜이 흐른 오늘 ‘醫는 仁이니 病苦衆生을 惻隱히 여길줄 알라.’하시던 유훈을 마음에 채쭉하여 가며 내딴 정성을 모름직이하여 엮어놓은 이 의결을 이제 세상에 내어보냄에 있어 지나온 荊棘의 자취를 헤아려 보자매 실로 감개무량함을 금할 수 없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또한 “본서는 어디까지나 위대하고 숭고한 醫聖들의 유고인 고서를 토대로 하여 다못 그에 평이한 주석과 해설을 꾀했을 뿐이며, 또한 평소의 임상시마다 불편을 느낀 고서탐색의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하여 편의한 방법을 취하기에 최선을 다했을 따름이며, 게다가 과거의 경험과 임상에서 얻은 약간의 眼目을 첨가한데 불과한 것이다.”라며,  겸손을 다하여 자신의 저술에 대한 출판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또한 서문에서 당시 임상가에 널리 통용되었던 혜암의 『방약합편』, 행림서원의 『고금실험방』, 李尙和의 『변증방약정전』, 金海秀의 『醫方大要』, 韓秉璉의『醫方新鑑』등을 거론하면서, 여태까지의 여러 임상방약서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활용면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효용에 치중하여 엮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편찬에 앞서 스스로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집필원칙을 나름대로 정리해 두었는데, 다음과 같이 3조목으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한의학의 특징인 증후를 상세히 논증하기에 주력했다. 둘째, 누구나 一見能解할 수 있도록 가장 평이한 문구로써 해설과 주석을 달았다. 셋째, 한의계의 병폐인 비장된 家傳秘方을 극력 索出하거나 買收하여 실험체득한 방문과 경험방서에 수록된 다수의 처방을 수합하였고 여기에다가 침구방 400여 방문을 곁들여 종합집성하였다고 밝혔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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