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원 칼럼] 공황장애의 명상치료 – 멈추고 알아차리고 의도적으로 연습하기
상태바
[강형원 칼럼] 공황장애의 명상치료 – 멈추고 알아차리고 의도적으로 연습하기
  • 승인 2018.06.08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형원

강형원

mjmedi@http://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25>

 

강 형 원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20대 후반의 결혼 1년차 주부 J씨는 1년 전부터 발생한 공황장애로 치료를 시작하였고 석달이 지나자 많이 안정되어갔다. 자신감이 생겨 장거리 여행을 시도하였고 약간의 긴장은 느꼈지만 전에 경험한 발작증상 없이 무사히 휴가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루 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갑자기 몸에 힘이 쑥 빠지더니, 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휘청거리더니 손발이 뻣뻣해지면서 곧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해왔다. 금방이라도 119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때 치료 중에 훈련 받았던 호흡명상법을 경황없는 가운데지만 시도하였다. 지켜보던 남편도 다급히 팔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고 30분 정도 지나자 숨이 차고 곧 어떻게 될 것 같은 절박한 느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후 발작은 없었으나 기진맥진한 상태로 하루 종일 지내야했다.

J씨는 깊은 절망감에 빠져 들었다. ‘다 나은 것 같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가? 계속 이렇게 살아야하나?’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되돌아가 결국 주저앉은 기분이었다. 답답함이 밀려왔다. 이런 자조적인 상태가 발작 직전까지 이어가고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막막한 심경은 진료실을 찾기까지 계속되었다.

 

J씨와 같이 어느 한순간 예기치 않게 갑자기 다시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그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증상 없이 잘 지낸 날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만에 나타난 발작에 너무 당황하게 되고, 깊은 무기력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공황장애는 평소 괜찮다가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공황발작’이라는 표현을 쓴다. 발작이 없을 때는 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어떡하나 하는 ‘예기불안’으로 늘 경계태세가 된다. 어깨를 움츠리고 두 주먹은 불끈 쥐고 어떤 자극이 오면 바로 반응할 태세로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살아간다. 다시 공황상태에 사로잡힐까 두려워 긴장을 놓을 수가 없어 늘 피곤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공황상태의 어려움을 가히 짐작케 하는 상황들이다.

이렇다보니, 지금당장 현재의 불편한 증상에서 해방되고 싶은 욕구가 절박하다. 그러나 상황이 급할수록 안전을 위해 돌아가야 하는 수가 여기서도 적용이 된다. ‘공황과 명상’이 바로 그 묘수가 아닐까? 얼핏 들으면 잘 어울리지 않는 짝처럼 느껴지지만 거인 골리앗을 넘어뜨린 꼬마 다윗의 뭇맷돌처럼 명상은 공황장애를 잠재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황장애 치료를 위한 명상적 제언은 ‘멈추고(Stop) 알아차리고(awareness), 의도적으로(deliberately) 연습하기(Practice)’이며 즉, SaPd 원리로 구성된다.

 

첫째, 잠시 멈추면 알아차리는 것들이 있다(Sa: Stop-awareness).

내 마음 안에는 여러 개의 방들이 존재한다. 그 중 불안의 방이 어느 한 순간 내 마음의 전체를 차지해버린다면 나는 불안덩어리가 되고 만다. 다른 방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불안의 방이 내 마음 전체가 되어버린다. 늘 애쓰면서 살아왔던 열심의 방, 성실의 방, 날 걱정해주는 부모의 사랑의 방도 있고, 친구의 방도 있지만 그런 방은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 멈춰서 이런 마음의 방을 관찰자의 눈으로 치료자와 함께 한걸음 떨어져서 보는데서 부터 치료는 시작된다.

멈추면 알아차려지는 것들이 있다. ‘불안이 내 마음의 전부는 아니구나’, ‘공포가 내 마음의 전부는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안에 힘이 되는 자원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내게 된다. 또한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 같았던 증상은 말 그대로 증상으로 지나갔고 죽거나 후유증으로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즉, Feeling(느낌)이지 Fact(사실)이 아니다. 공황은 ‘공포’와 ‘당황’의 준말이다. 공즉기란(恐則氣亂), 즉 공포는 기(氣)를 혼란스럽게 하여 당황하게 만든다.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에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어버린다. 사실 당황만 하지 않아도 그대로 지나가는 것을 체험해갈 수 있다. 알아차림은 자기의식을 가지고 내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함을 말한다. 알아차림은 마음챙김으로 번역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또 다른 우리말인 이유이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인지적 관점에서 공황장애 치료의 핵심하다. 나는 내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렸는데 깊은 평온에 큰 용기가 일어나더라는 것이다.

 

둘째, 지금 이 순간만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Pd: Practice deliberately).

공황발작에서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란, 과거 발작과 연관되어있는 트라우마 발작이다. 죽음을 경험한 공포발작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데,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트라우마를 재경험(Re-trauma)하는 것에 해당된다. 객관적으로 발작강도는 덜하고 횟수도 줄었지만 발작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이미 재경험이 일어나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내안의 내면을 바라볼 때 과거의 발작 경험을 가지고 보는 것과 미래에 또 그러면 어떡하나 하는 미래의 불안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보겠다는 결단과 함께해야 한다.

불안의 방이나 공포의 방을 볼 때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한다. 불안공포는 맞서 싸울 대상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불안이 있다는 신호로 알아차릴 뿐이다. 공포의 방을 혼자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치료자나 가족들처럼 누군가 함께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소함, 막연함,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 공포는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연습함으로서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에 반복 연습하는 것이다. 연습에 중요한 키워드는 의도적(deliberately)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불안의 늪으로 빠져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는 결국 ‘나’를 이해하는 통로가 된다. 공황발작은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게 없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질병은 오랫동안 견뎌낸 누적된 스트레스의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 성격 특성도 있다. 너무 완벽히 사는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남의 시선에 민감한 경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쓰고 있는 나를 돌봐주고 나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처음에는 공황발작, 예기불안의 공황장애로 출발했지만,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 증상을 넘어 더 큰 내면의 세계로 삶을 확장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공황발작은 복잡한 세상을 향한 마음에서 나에게 마음을 집중해보라고 속삭인다.

마음챙김 명상치료는 현재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그대로 바라보는 관찰자적 의식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연습을 할 때, 비로써 공황장애를 이해하게 되며 내면의 고요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경험된 느낌이 기억되고 반복될수록 공황장애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J씨도 힘든 경험 뒤에 병에 대한 이해와 꾸준한 연습으로 더 단단해지고 있다. 그녀의 다음 여행지가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강형원 /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