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도움 없이 완주하는 철인삼종경기…우리네 인생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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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도움 없이 완주하는 철인삼종경기…우리네 인생 같아”
  • 승인 2018.05.1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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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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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 마니아인 김광호 한의사

운동에 관심 없던 과거…‘일단 하고 보는 것’ 중요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학교 졸업까지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던 한의사가 매일같이 싸이클을 타고 수영을 하는 철인3종 경기(Triathlon) 마니아가 됐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주인공인 김광호(경희자연한의원)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운동은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운동은 굉장히 못하는 축이었다. 몸도 비만한 편이었고 대학교 졸업 때까지는 운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1999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의사가 되어 바로 경희의료원에서 인턴으로 근무를 했는데, 1년 인턴생활을 마치고 레지던트가 되면서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근무를 마치고 저녁이면 병원 근처에 있던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고 그때부터 조금씩 다이어트도 시작했다. 2001년 여름부터는 수영장에 등록해 수영을 시작했고, 가을에는 10km 달리기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2년 3월, 우연히 동호회인 ‘10under 클럽’에 가입해 철인3종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운동을 원래 좋아하지 않았는데 막상 시작을 해보니 매력이 있어서 점차 깊이 빠져들게 된 것 같다.

 

▶철인3종경기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20여 년 전에 우연히 TV에서 다큐멘터리를 봤다. 철인3종경기를 하는 독일의 굴뚝 청소부 이야기였다. 그 선수는 아이언맨코스를 뛰었는데 그 모습이 고독하면서도 멋있어보였다. 그래서 그 모습을 그냥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게 되면서 철인3종경기에 대한 동경이 다시 살아났고, 장거리 수영이 가능하게 된 다음해 5월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지금까지 대회도 많이 출전했을 것 같은데 어떤 대회들을 출전했나.

2002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랜 기간 철인3종을 하고 있지만 막상 대회를 많이 나가진 않았다. 30여회 정도 출전하였고, 아이언맨 코스(수영 3.8km, 싸이클 180.2km, 달리기 42.195km)는 3회, 하프아이언맨 코스(아이언맨 코스의 절반)는 대략 10회, 나머지는 올림픽코스(수영 1.5km 싸이클 40km 달리기 10km)였다. 2013년 5월에 처음으로 입상(연령대 2위)을 해봤고, 이후 연간 2~3회씩 입상을 해봤다. 작년부터는 훈련 양을 줄였고, 워낙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많아서 요즘은 대회 자체를 즐기며 운동하고 있다.

 

▶평소에 시간을 내서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트레이닝하는지.

일을 하면서 세 가지 운동을 하느라 시간이 좀 촉박한 편이다. 평일에는 아침 6시부터 1시간에서 1시간 30분정도 달리기과 싸이클을 한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달리기를 하고,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싸이클을 하는 식인데, 종종 수요일과 금요일 싸이클, 화요일과 목요일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장거리 달리기나 싸이클 훈련을 한다. 달리기는 30km 내외, 싸이클은 90km 내외다. 수영은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집근처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고 있다. 월요일은 되도록 운동을 하지 않고 쉬는 편이다.

 

▶철인3종경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철인3종경기의 규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의 도움 없이’ 경기를 하는 것이다. 싸이클을 탄 후 달리기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싸이클에서 모든 힘을 다 쏟지 않아야 달리기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있다. 싸이클을 탈 때 다른 선수의 뒤에 가까이 붙어서 바람의 저항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되면 그 선수는 달리기를 할 때 훨씬 유리하게 뛸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탔던 선수는 싸이클을 타며 바람의 저항을 이겨내느라 더 많은 힘을 소진하여 달리기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것을 ‘뒤따르기 반칙(또는 드래프팅 반칙)’이라고 하며, 매우 금기시 되는 비신사적인 반칙에 해당합니다. 설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입상을 한 선수라도 드래프팅을 한 선수는 절대 다른 선수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 운이 좋아 심판에게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철인3종경기는 오직 본인의 힘으로 완주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점이 마치 우리가 사는 인생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내가 철인3종경기에서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세상의 일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참 많은데 이 경기는 그렇지 않다. 노력을 하면 노력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다른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는 편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경기환경이 열악해도, 그 조건은 경기에 참가하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운동신경과 상관없이 본인이 덜 자고 더 많이 땀을 흘리면 그 양만큼 결과로 보답을 해주는 점. 이런 점이 철인3종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운동을 하려고 하지만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운동을 시작할 때 두 가지가 충족되면 오래, 심지어 평생 할 수 있다. 첫째, 재미가 있어야 한다. 둘째, 건강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어떤 운동은 재미는 있는데 몸에 한 부분에 과도한 부하가 걸려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가 하면 반대로 몸에는 좋지만 재미가 없어서 금방 싫증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두 조건을 충족하는 운동이 있으면 그 운동을 잘 하는 선수들의 동영상을 보길 바란다. 잘 하는 선수들의 영상을 보면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 필요한 동작이나 훈련을 아주 낮은 강도에서 시작해 조금씩 맛을 들이다보면 점점 긴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운동을 하다보면 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 날도 있다. 이때 너무 하기 싫고 몸의 컨디션도 좋지 않다면 휴식을 취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날의 운동을 ‘일단은 하고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점점 운동이 습관화가 되어 저항도 적어지고 즐거움도 커질 것이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흥미도 있어야 하고 의지력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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