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베르니 정원과 약용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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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베르니 정원과 약용식물
  • 승인 2018.05.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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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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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14)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지베르니 정원(프랑스어: Les Jardins de Monet à Giverny)은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노르망디 지역에 있다. 이곳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작품 <수련>의 배경이 된 지역이다.

이 마을은 모네가 만년을 보낸 집과 지베르니 정원을 잘 보존하여 촘촘하게 심은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마치 그림 속을 재현한 모습이다. 원래는 이웃 지역에서 지내기 위해 찾아온 모네에게 여관 아가씨가 지베르니에서 빌려주는 땅이 있다고 소개하여 이곳으로 옮겼다는 내용을 필자가 TV에서 본 것이 떠오른다. 모네는 파리 인근의 평범한 농촌일 뿐이었던 이곳 지베르니를 택해 1883년부터 1926년까지 43년 동안 머물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생애를 마쳤다.

모네는 1840년 프랑스 파리에서 식료품 잡화상의 장남으로 태어나 다섯 살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파리근처의 항구 도시인 르아브르로 이사하여 그 곳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모네의 대표작품 중 <인상, 일출>은 르아브르에 있는 항구를 그린 것이다. 그는 1873년 무명예술가협회를 조직하여 1874년에 첫 번째 그룹전으로 이끌어 내고 그 자신은 <인상, 일출>을 출품했다. 이를 계기로 인상파란 이름이 모네를 중심으로 한 화가집단의 빛나는 이름이 되었다. 모네는 이 그림의 제목을 선정하게 된 사연을 나중에 솔직하게 밝히게 된다. 그림의 제목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르아브르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만 묘사 할 수 없는 작품이기에 ”‘인상’이라고 적으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원의 매표소를 거쳐 입구 근처에는 2층짜리 모네 집이 있다. 집 앞에는 외국인들이 몰려 있다. 관람객들은 모네 집을 이리저리 찍고 이층도 올라가 정원을 내려다보며 전체를 담기위해 부감(俯瞰)으로 카메라를 누르기에 바쁘다. 이름 모르는 꽃들의 매혹적인 향연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명을 알리는 팻말이 없으므로 식물명을 다 알아 낼 수 없었지만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다음과 같은 식물들이 있음을 알려 준다. 작약, 튜립, 아이리스, 수련, 팬지, 아네모네, 살비아, 카네이션, 탠지, 칸나, 디기탈리스, 헬리옵시스, 블루 수국들이다.

정원 깊숙이 들어오니 모네의 작품에 등장하여 눈에 익은 일본식 다리가 있는 유명한 연못이 나타난다. 연꽃이 가득 핀 연못에서 직원이 보트를 타고 청소 중이다. 다리 위는 관광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연못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네는 1890년 이후부터 하나의 주제로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리는 연작을 많이 제작했다. <수련>은 그의 대표적인 연작 작품이다. 모네는 수련의 배경이 된 지베르니에서 정원을 넓히기 위해 더 많은 대지를 더 구매하고 연못을 만들어 수련을 심고 그 위로 일본식 다리를 놓았다. 모네는 말년에 백내장으로 거의 시력을 잃게 되었지만 그가 만든 이상향 지베르니에 머물며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86세를 일기로 지베르니에서 생을 마감했다. 모네 사후 프랑스 정부는 그를 기리며 튈르리 공원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에 모네의 <수련> 연작을 설치했다.

연못에서 나오다 보니 한자로 ‘기념식수’라고 적어놓은 안내문이 있었다. 일본 혼슈 중부지방인 아이치(愛知)현 도요하시(豊橋)시의 동·식물공원과 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도요하시의 시화인 진달래와 특산 식물인 지로우가키(次郞柿) 감나무를 정원에 심었다고 프랑스어와 일본어로 기록을 남겼다. 일본 식물, 모네 집의 일본 물건 수집품 그리고 일본식 다리 등 지베르니는 일본에 대한 관심이 나타난다.

지베르니 동네를 산책했다. 인동덩굴이 꽃을 활짝 피우며 담장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인동덩굴의 꽃은 한약이름이 금은화다. 꽃은 급성 열병으로 인한 발열과 치루(痔瘻) 그리고 호흡기계 감염의 치료 효능이 있다. 좀 더 걸어가니 라벤더 꽃이 활짝 핀 정원에서 5-6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보라색의 꽃들을 앞에 두고 편안히 얘기 나누는 모습이 촬영에 조급한 필자에 비해 여유가 보인다. 라벤더는 정신이 아찔아찔하여 어지러운 증상을 낫게 하고 두통 증상을 없애주는 효능이 있다. 길가 철조망에는 포도 열매가 가득한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건물의 벽에 걸어둔 그림과 그 앞의 꽃들은 부드러운 조합을 이루고 있다. 이 모두가 모네의 그림 속 한 장면의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시내를 더 돌다보니 모네의 가족묘가 나타났다. 십자가 아래에는 모네의 생애인 ‘1840.11.14. - 1926.12.5.’를 표시해 뒀다. 모네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이곳에도 예쁜 꽃들이 자라고 있다.

지베르니 정원은 파리에서 열차를 타고 베르농까지 간 다음 역에서 지베르니 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이곳은 3월에 개장하고 11월에 문을 닫는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하며 영어 주소는 http://giverny.org/gardens/fcm/visitgb.ht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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