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공개된 첫 국시, 성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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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 공개된 첫 국시, 성과와 과제는?
  • 승인 2018.02.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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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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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비해 생소한 문제유형…학생들 “어쩌면 불합격할 수도 있겠다”

실습시험 부재 및 문항 수 채우기 식의 문제 등 개선 지적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지난달 19일 치러진 제73회 한의사 국가시험은 그 어느 때보다 한의계의 관심이 쏠렸다. 처음으로 문항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시험을 치룬 뒤 각자 시험지를 들고 나가는 것이 허용됐다. 최초로 문항이 공개된 시험에 대한 한의계의 반응은 어땠을까?

◇지난달 19일 제73회 한의사 국가시험이 진행된 자양중학교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마지막 복습을 하고 있다.

손인철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원장은 이번 국시의 문항공개를 두고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미 의료분야의 타 직군들이 문항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만큼 당연한 흐름이라는 반응이었다. 손 원장은 문항공개에 따른 효과로 ▲한의사가 필요로 하는 지식 확인 ▲출제경향 파악에 따른 학업 시행착오 감소 ▲한의사의 직무역량을 공개적 확인 ▲기존의 졸업준비위원회가 독점하던 국시 정보 비대칭성 해소 등 네 가지를 뽑았다.

이번 시험 출제에 관해 이인선 한의사국가시험위원회 위원장은 ▲수험생들의 직무역량을 적절히 평가하기 위한 시험 형태 유지 ▲실제 임상을 시험에 반영 ▲문항과 답가지의 한글화 과정 ▲오류 없는 문항출제 등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출제에 참여한 교수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직접 시험을 치룬 수험생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본인을 중위권 성적의 평범한 수험생이라고 밝힌 A학생은 “어쩌면 불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다른 과목들은 평이한 수준이었지만 4교시 소아과학·예방의학·한방생리학·본초학 과목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뿐만 아니라 주변 학생들이 다들 4교시 과목이 과락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그러나 막상 가채점을 하고 보니 오히려 평소보다 잘나왔다. 학생을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자격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문항 최초 공개에 대비해서 양방 쪽 문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는 적었다”고 덧붙였다.

B학생 역시 “기존의 문제에 비해 생소한 유형이 나와서 어렵게 느껴진 것 같다”며 “그러나 막상 채점을 해보면 점수가 잘 나온 것으로 보아 공부를 했다면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첫 문항공개라서 문제의 질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며 “내과의 MRI 사진이 등장했던 것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사상이나 상한처럼 암기로 푸는 문제도 임상에서 실제 환자가 온 것 같은 지문이 나왔다”며 “실제로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이렇듯 실제로 시험을 본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지만 개선할 점에 대한 지적 역시 많았다. A학생은 “어떻게 환자를 대하고 어떻게 이론과 실제를 연결시킬 수 있는지 전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실습시험에 비중을 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학생은 “내과문제에서 음허에 대한 문제가 많고 부인과도 같은 변증을 물어보는 유형이 많아 문항 수 채우는 느낌”이라며 “10% 정도 문항 수를 줄여도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호연 세명대 교수는 향후 국시 방향에 대해 “임상실기 위주의 국시를 위해 암기보다는 해결이나 해석형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OSCE나 CPX식의 실습문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의사는 임상현장에서 통합 의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혈액학적 검사나 진단방사선 문제가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원장 김창휘)은 지난해 8월 제73회 한의사 국가시험부터 시험문제지와 답안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시원은 당시 “한의사 시험문제 공개 결정은 타 직종 시험문제 공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로 국시원은 보건의료인 전 직종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험문제를 공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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