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종양학계에서 중의학의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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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종양학계에서 중의학의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다
  • 승인 2017.12.0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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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박지혁

이남우, 박지혁

mjmedi@http://


하버드 통합암센터에서 근무하는 중의사 웨이동 루

지난 여름 특성화실습의 일환으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이남우 학생이 뉴욕에서 개원의로 활동 중인 박지혁 원장을 방문했다. 이 기고는 하버드 통합암센터에서 근무하는 중의사 웨이동루 선생의 인터뷰를 진행해보면 어떻겠냐는 박 원장의 권유에 의해 이뤄진 결과물로, 이남우 학생이 인터뷰를 하고 박지혁 원장이 감수했다. 중의학이 어떻게 영향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는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국의 통합의료는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있을까?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학업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과정인 특성화 실습을 통해 그 모습을 직접 관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필자는 미국 미시건과 뉴욕에서의 특성화 실습 기간 동안 하버드 대학 다나파버 암센터 (Dana-Faber Cancer Institute, DFCI) 의 자킴 통합의학센터 (Zakim Center) 에서 오랫동안 암환자 대상 침 치료 (Oncology Acupuncture) 를 담당해 온 웨이동 루 (Weidong Lu) 선생에게 메일을 통해 만남을 요청하였고, 7월 17일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 할 수 있었다. 그가 경험한 중국과 미국에서의 통합치료, 그리고 앞으로 중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약 1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었다.

Weidong Lu, MB, PhD, MPH는 1983년 절강 중의약대학을 졸업한 중의사로 현재 Harvard Medical School, 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Zakim Center에서 Lead oncology acupuncturist로 근무 중이며 Harvard Medical School의 Instructor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하버드의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다른 중의사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통합종양학계에서 중의학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박지혁(Jihyuk Park Clinic 원장)

 

◇이남우 학생(왼쪽)과 웨이동 루.

이남우: 자킴 센터에서 진료중인 중의사 수와, 중의사들이 활용하고 있는 중의학적 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웨이동 루: 현재 자킴 센터에서는 총 6명의 중의사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6명 모두 중국에서 중의대를 졸업하고 중의사(MD) 면허를 취득하였으며, 그 후 미국으로 진출한 Licensed Acupuncturist (L.Ac.) 입니다. 대부분 여기서 진료하기 전에 미국 내에서 여러 해 진료활동을 해 온 사람들로 다나파버 암센터에 통합의학센터가 생긴 이후 영입된 중의사들이죠. 현재 통합 암치료의 중의학적 치료방법은 주로 침 치료를 활용하고 있으며 중약이나 뜸 치료는 사용하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남우: 자킴 센터를 개원한 후에 어떻게 중의사 팀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는지요?

웨이동 루: 자킴 통합의학센터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였던 Leonard Zakim의 의지로 2000년에 개원하게 되었어요. Zakim 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 침 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통합 종양치료가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기부를 통해 통합의학센터 개원을 지원하기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 (L.Ac.) 와 2명의 의사 (MD) 가 함께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환자가 많지 않았어요. 중의학이 환자들에겐 생소했던 거죠. 저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환자, 그리고 의사들과 소통해야 함을 느꼈습니다. 먼저 우리는 임상에서 효과를 증명했습니다. 그 후 지속적인 연구와 홍보를 통해 존재를 알렸고 차차 환자수가 늘어나며 더 많은 중의사를 필요로 하게 되었죠.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지금의 자킴 센터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 중의사들이 처음부터 임상 진료를 함과 동시에 의사 또는 환자 대상으로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며 서로의 이해를 도와 왔고, 또한 지속적인 침 치료 임상연구 발표, 환자에게 실제 나타나는 치료 효과, 환자의 효과를 통한 의사들의 학문적 동의 등이 모두 융합되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어요. 저는 이중에서도 과학적인 접근을 통한 연구가 가장 중요한 작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자체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을 당시에는 다른 기관이나 다른 국가의 연구들을 모아 의사들에게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한 상호 이해가 현재의 자킴 센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남우: 현재 자킴 센터의 통합치료의 방식은 어떠한 것인가요?

웨이동 루: 전체 치료 과정 동안 암환자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의 개념입니다. 자킴 센터에서는 중의나 서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환자가 통합적인 관리를 받도록 치료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암 치료는 그 기간이 길고 힘들어 하나의 여정 (journey) 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환자 치료의 전 여정에 걸쳐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의학 치료는 3가지의 개념으로 개입됩니다. 가장 먼저 지지적 관리 (supportive care) 의 개념입니다. 우리는 중의학 만으로 환자의 질병을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중의와 서의 서로의 장점을 살린 통합치료를 설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로써 다양한 암환자에 대한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 사이사이에 우리의 치료 방식, 즉 침 치료가 적시적소에 개입될 수 있도록 합니다. 두 번째는 서의 진단을 통해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판별하고, 환자가 겪고 있는 증상에 맞는 침 치료가 개입되도록 설계합니다. 동일한 증상에는 동일한 프로토콜의 치료법이 활용되기 때문에 의사 개개인의 중의학적 진단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합니다. 세 번째는 부작용 관리입니다. 서의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다양하며 길게는 수십년까지 나타나기 때문에, 지속적인 중의학적 관리를 통해 환자의 부작용을 완화시켜 안전하게 항암치료가 완료되도록 할 뿐 아니라, 항암치료 일정이 완료된 후에도 남아 있는 부작용에 대한 관리를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큰 틀 안에서 통합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남우: 중국의 중서의 결합치료와 이곳 자킴 센터 통합치료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웨이동 루: 먼저 같은 점은 중의사들의 기초의학 지식수준입니다. 중서의 결합모델과 자킴 센터의 중의사 모두 중의와 서의의 기초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중국 내 중의대에서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시대에 서의학적 지식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절대 환자에게 최대한의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중의사로서 중의뿐 아니라 서의의 기초의학 지식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소통의 기본은 지식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점은 치료 방법입니다. 중국 내에서는 중약, 뜸 등 다양한 중의치료를 암환자 치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베이징의 광안문 중의병원은 중약 위주의 연구를 주로 진행 중이며 실제 임상에서도 중약 치료를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침 치료를 활용하며, 다른 중의학적 치료법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중약은 아직 그 효과와 안정성, 서약과의 상호작용 등에 대한 근거연구가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으로 국내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근거수준이 마련되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다나파버 암센터에서도 중약에 대한 실험실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연구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뜸 치료는 연기에 대한 문제가 있으며, 이는 중국에서 연구되고 있는 레이저 뜸 등으로 대체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남우: 임상 프로토콜과 임상진료지침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개발하시며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웨이동 루: 주로 RCT논문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논문은 양은 많으나 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 잘 활용되지 못하며, 현재는 주로 미국 등 중국 외의 논문을 활용하거나 자체 연구결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임상 프로토콜은 개발 중인 상황이며 개발 완료되면 미국뿐 아니라 중국, 한국 등 국외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현재 진행중인 연구는 항암 치료 후 나타나는 말초신경 손상 (CIPN) 에 대한 침 치료 연구와 항암화학요법 기간 중 환자의 오심, 구토 증상에 관한 이침 치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질병 자체보다는 임상증상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남우: 미국 의사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설명이 어려운 중의학적 개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 궁금합니다.

웨이동 루: 임상적 치료효과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기존에 출판된 수준 높은 RCT 근거를 주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중의 이론 설명은 일체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이러한 중의학적 이론을 그들이 알아야 할 이유도, 우리가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의학은 실용주의 기반입니다. 임상에서 치료효과가 있으며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근거 기반으로 설명해 주면 됩니다. 저는 임상효과가 먼저이며, 이 효과를 설명하는 이론에 대한 분석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론을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더라도 실제 치료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임상적으로는 그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를 집 짓는 것에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미 겉으로 보기에 잘 지어진 집은 그걸 짓기 위해 땅속에 무엇을 묻어가며 지었는지 몰라도 됩니다. 우리는 그 집을 잘 활용하고 관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잘 지어진 집은 RCT 기반의 EBM 침 치료 프로토콜이고 그 집을 짓기 위해 기반이 되어주었던 것은 중의 이론입니다. 물론 중의학적 치료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중의 이론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이론을 통해 이미 새로운 치료법이 창조되었고 그 효과가 임상적으로 증명되었다면, 그 후에는 이를 효과적으로 임상에서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중의학적 개념에 대한 설명보다는 효과에 대한 근거 제시가 미국 의사들을 설득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며 이것이 미국에서 통하는 실용주의 방식입니다. 이는 다른 분야 의료인들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아주 드물게 환자가 중의학적 설명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환자에게도 논문 근거를 기반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남우: 그러면 자킴 센터의 중의사들은 서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팀을 이루어 진료하는지요?

웨이동 루: 미국 진료의 특징은 한 환자를 한 의사가 전담하는 1:1 주치의 진료입니다. 이것은 개개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시스템으로 볼 수도 있으며, 이것이 미국의 primary care 혹은 family doctor의 형식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다르게 한 환자를 6명의 중의사가 동시에 진료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환자를 주제로 서로 소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표준화된 치료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환자에 대한 동일한 치료 방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소통이 더욱 원활합니다. 여기서 표준화는 개체화의 반대되는 말로 인식할 수 있으나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개체화는 두 가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곳 6명의 중의사를 예로 들면, 6명의 중의사가 한 환자를 보고 다른 변증을 하여 치료하는 것이 첫 번째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환자에게 개체화 된 치료는 제공하지만 6명의 중의사가 동일한 기준으로 표준화 된 치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두 번째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동일한 환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일하게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는 질환 및 증상에 대한 치료 프로토콜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진료방식은 팀원들간의 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게 해줍니다. 저는 중의학의 변증논치 패러다임이 장점과 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중의사, 중의병원의 치료 방식이 다른 이유는 변증논치 때문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만약 개체화라는 단어가 사용된다면 서로 다른 치료에 대한 변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의 다양한 침 치료 연구를 살펴보면 변증논치를 적용한 군과 그렇지 않은 표준화 군의 치료효과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환자 개개인에 대한 변증논치는 실시하지 않으며, 질병과 증상에 최적화 된 표준화 된 치료를 모두 동일하게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팀의 특징입니다.

이남우 : 중의사의 경우 MD로 미국 진출이 가능한데, 중의사 또는 한의사의 미국 진출을 장려하시나요?

웨이동 루: 중의사가 미국에서 MD를 취득하여 진료하고 있는 지인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전문의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외국인인 중의사가 미국의사시험 USMLE를 합격하더라도 수련을 받기 위해서는 변두리 지역의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이곳 다나파버 같은 세계 최고의 암센터에 중의사가 L.Ac.가 아닌 MD로 진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의사가 국제사회에서 MD로 인정받고 활동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가 미국 의사들과 동일한 지식수준을 갖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곳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미국 진출을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남우: 현재 하버드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교수님께서 강의하고 계시는 중의학 관련 과목이 있는지요?

웨이동 루: 현재 하버드 대학병원의 펠로우, 하버드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침구학 (Acupuncture 101)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선택과정 수준의 매우 기초적인 수업입니다. 강의 또한 임상에서의 실제 치료 효과를 근거 위주로 설명해주는 방식이며, 이론에 대한 설명은 매우 간단하게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남우: 지금까지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웨이동 루: 자킴 센터의 침 치료는 서의화 된 침 치료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현시대에 중의학적 치료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우리는 환자를 위해서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로써 최적의 중의학적 치료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아직 임상 프로토콜과 임상진료지침은 개발 중이지만, 개발이 완료된다면 앞으로 이를 미국, 유럽 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한 교육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녹취, 번역, 정리 : 이남우 (중의사,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감수 : 박지혁(뉴욕 Dr. Jihyuk Park Clinic 원장, 미국통합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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