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의 본질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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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본질을 묻다
  • 승인 2017.11.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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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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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유한 의학교육 평가 컨퍼런스

 

지난 1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6층 세미나실 및 은명대강당에서 ‘제1회 유한 의학교육 평가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이날 컨퍼런스는 의학교육의 다양한 주제 중 ‘평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약 100여명의 참가자가 참석하였는데 의학 외에도 한의학, 간호학, 치의학 등 다양한 보건의료 분야에서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과연 평가란 무엇이고, 왜 실시하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학교육학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서 주관하여 진행되었다. 의학교육학회에서는 ‘다양한 평가방법: 지식, 술기, 태도’라는 주제로 수업에 대한 다양한 평가방식을, 의평원에서는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성과측정 지표 개발과 새 평가인증기준(ASK 2019)을, 국시원에서는 국가시험 문항분석을 위한 문항반응이론을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이병두(인제의대) 교수가 의학교육평가 개선을 위한 제언 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끝으로 성황리에 마쳤다. 

◇세브란스 병원(본관)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유한 의학교육 평가 컨퍼런스.

학습자의 변화와 성과에 주목하라
의평원 세션에서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이론과 기준에 대한 논의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첫 번째로 이영미 교수(고려의대)가 ‘프로그램 평가의 모델과 이론’을 주제로 평가의 의미에 대해 소개했는데, 궁극적으로 평가는 학습자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그 본질이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 교수는 특히 교수자가 의도한 성공적인 변화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도치 않았던 변화에 대해서도 파악을 하고 왜 그랬을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피드백과 개선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그는 실제로 신경근골격학 통합실습과정에서 최초 1개월 시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평가를 실시하였으며, 문제상황의 개선점 파악을 고민하고 이를 피드백 하여 실습과정에 반영하였더니 학생들의 평가 점수가 실습 전에 비해 상승한 본인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두 번째로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의 성과측정이라는 주제로 채수진(아주의대) 교수가 발표하였다. 채 교수는 “실제로 평가인증이 각 대학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면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성과바탕교육의 의미란 결국 학생들이 역량을 갖추고 졸업함을 교육프로그램이 보장하고 학습자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해내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다시 말해 그 증명을 하지 못하는 평가는 형식적이고 의미가 떨어지는 평가이기 때문에 평가자들은 이를 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세 번째로 정은경(전남의대) 교수가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성과측정 지표 개발이라는 주제로 2019년부터 의학교육 평가인증에 적용될 예정일 ASK 2019 기준과 그에 연계된 성과측정 지표 및 평가도구를 소개하였다. 정 교수는 각 기준에 따른 변화지표와 측정도구의 예시를 설명하고 해당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하는 도구들을 나열하였다. 그 예로 학생들의 학습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학습몰입도 검사’ 및 ‘자기주도 학습능력 검사’, 근거중심의학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논문을 검색하고 타당성 분석 및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검색 결과물 평가 도구’ 등 다양한 측정도구가 소개되었다. 현재 모든 성과와 측정도구 중 일부만 개발된 상태이며 본격적인 평가시점에는 해당 도구들을 공개하여 각 의과대학의 사정에 맞도록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평가기준 개발의 어려움 공감
오후에는 실제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인 ‘ASK 2019’의 가이드를 개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의평원의 ‘ASK 2019’는 평가기준만 공개된 상태이며 해당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및 근거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와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의평원 관계자가 설명하였다. 참가자들은 조를 이루어 영역별로 실제 평가의 각 가이드라인과 근거들을 개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낯선 기준과 용어에 대해 어떻게 해석을 할 것인가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실제 개발과정에서 해당 기준이 불분명하거나 모호하여 해석범위가 상이하고, 의미도 다양하게 받아들여져 의견 수렴이 쉽지 않음을 확인했다. 같은 조의 한 참여자는 평가기준 가이드라인 개발을 해보니 용어나 기준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 어렵다면서 해당 기준의 충족여부를 현장에서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 난색을 표하기도 하였다. 약 2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워크샵에서 기준과 개발의 고통(?)을 함께 공유하였다. 의평원 관계자는 마무리를 하면서 향후 평가인증에 협조를 당부하며 많은 의견을 전해달라고 당부하였다. 

평가는 당연한 것인가?
‘당연하다’ 라는 인식은 때로 그 목적을 간과하게 만든다. 평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도 당연하게 평가를 받아온 우리에게 “왜 평가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이번 제1회 유한 의학교육 컨퍼런스는 평가를 해야 하는 목적과 이유에 대해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결국 평가는 궁극적으로 신뢰받는 의료인을 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며 그것을 위해서 성과를 다양하고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도한 성공적인 성과를 잘 도출하기 위해서 계획적인 변화의 설계가 필요하며 해당 과정의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들을 주목하고, 양태를 포착하여 학습자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함을 이번 의학교육 평가에서 던지는 메시지였다. 

국민들은 신뢰로운 의료인을 요구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한의계에서도 신뢰받는 한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각계의 노력과 해당 성과를 증명해내려는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더불어 평가에 대한 기존의 관습과 저항을 극복하고 평가의 본질에 접근하면서 관계자들을 설득해나가는 노력이 신뢰받는 한의학의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한의계에서도 이와 같은 평가에 대한 진솔한 논의가 공유되고 함께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역량을 키워나가는 자리가 마련되길 기다려본다. 

<ASK2019>는 의학교육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에서 제시한 Basic Medical Education WFME Global Standards for Quality Improvement (The 2015 Revision)를 근간으로 우리나라의 기본의학교육 상황을 고려하여 마련된 기준을 의미함(의평원 홈페이지)

서동인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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