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른식물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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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식물원(2)
  • 승인 2017.11.0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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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http://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②

 

박 종 철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알프스의 관문이자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은 구시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도시의 이름에도 곰의 의미를 담아 이곳은 곰의 도시이다. 베른 시내를 휘감아 돌고 있는 아레 강 옆으로 베른식물원이 있다. 강 위를 가로지르는, 건물로 치면 2,3층 높이의 로레인 다리에서 내려다 보면 베른식물원이 아래로 보인다. 다리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비밀스런 식물원 입구가 열린다.

정식명칭은 베른대학 식물원이다. 이 곳은 1859년에 대학의 학문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5 에이커 면적에 6천여종의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식물마다 표지판이 깔끔하고 예쁘게 디자인된 철판으로 제작되어 있다. 필자는 식물의 표지판에 관심이 많아서 가는 곳 마다 비교하곤 한다.

식물원 안에는 미국, 아프리카, 아시아 구역 등이 있는데 체류시간이 너무 촉박해 이곳들은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모든 안내판은 독일어로 되어 있으니 독일어를 모르는 필자에게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표지판의 내용을 알기위해 식물을 관리 중인 직원을 찾아가 귀찮을 정도로 물어야 했다. 그는 그때마다 작업기구를 내려놓고서 친절히 가르쳐 준다.  

우선 약용식물위주로 제일 많이 재배하고 있는 초본식물지역을 찾았다. 이곳은 알칼로이드 · 배당체 구역, 정유 구역, 탄닌 구역, 고미 · 신미 구역, 점액성분 구역 등으로 구분해 놨다. 약용식물의 성분에 따른 식물분류법을 선택한 유니크한 식물원이다.

입구에 탕구트(唐古特)대황이 중국과 티벳에 분포한다는 설명문과 나란히 서 있다. 마침 잎이 살아있어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해 뒀다. 이 대황은 중국의 칭하이성, 쓰촨성, 간쑤성에서 주로 재배하는데 필자는 이렇게 멀리 유럽에서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공정서에 따르면 약용대황, 장엽대황, 탕구트대황의 뿌리 및 뿌리줄기의 주피를 제거한 것을 한약 대황으로 쓰고 있다. 이 세 가지 대황은 잎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탕구트대황은 하나의 잎이 3-7개로 끝부분이길게 나뉘어져 있어서 다른 대황과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이것이 탕구트대황 잎의 특징이다.

인근에는 라바르바룸대황 그리고 루바브대황으로 불리는 식물도 보인다. 루바브대황은 줄기, 잎을 식용한다. 한국 식품공전 수재되어 있고 서양에서는 중요한 먹거리채소로 이용한다, 잎자루의 껍질을 벗기고 썰어 삶아서 샐러드에 섞기도 하지만, 파이, 잼, 젤리로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설사를 일으킨다. 맵고 쓴 맛과 따뜻한 성질을 가진 한약 토목향으로 사용하는 토목향 식물에는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만성습진 치료에 외용하는 구백영은 보라색 꽃과 빨간 열매를 함께 가지고 있다. 한약 지유로 사용하는 오이풀, 보라색 투구꽃이 달려있는 주형오두(舟形烏頭), 그리고 권삼으로 사용하는 범꼬리도 보인다.

검은 쿠민으로 불리는 니겔라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든 식물과 열매모습만 사진으로 찍을 수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연한 분홍색 꽃이 핀 온전한 식물을 촬영할 수 있게 돼 큰 소득이 되었다. 후추같이 생긴 니겔라 씨는 커리, 고기요리, 채소 요리의 풍미를 높이는데 사용하고 케이크와 빵에 뿌려 먹기도 한다. 면역활성을 높이고 강장 작용도 있다. 

잎을 식용하고 한국 식품공전에도 수재되어 있는 무늬큰질경이는 물론 대엽차전, 창질경이의 3종 질경이 종류도 관찰한다. 금잔화 또는 마리골드로 불리는 식물에는 노란 꽃이 피어 있다. 비싼 사프란에 비해 마리골드는 값이 싸므로 서민용 사프란으로도 불린다. 잎을 샐러드에 첨가해서 먹을 수 있는 한련화 또는 금련화로 부르는 식물은 빨간 꽃이 피어 있다. 보리지는 보라색 꽃이 피어 있다. 이 식물의 씨 성분인 감마리놀렌산을 함유하는 유지(油脂)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준다.

중간 행선지인 이 도시에서 식물원까지 찾아가 압축된 2시간의 짧은 시간에 식물은 173종, 사진은 1천220장, 용량은 9기가바이트 분량을 정신없이 찍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숨도 못 돌린 채로 다음 행선지를 위해 역으로 향하는 중, 6월 중순의 무더위에 갈증이 탔다. 편의점이 보이질 않아 염치 불구하고 어느 카페에 들어가 물 한 컵을 부탁했더니, 탄산수에 얼음까지 채워서 서비스해 준다. 너무 시원해서 또 한 컵을 얻어 마셨다. 기다리던 동료가 필자의 얼굴이 너무 창백해 보인다고 놀라서 우황청심환을 권하기도 했다. 베른 시내에 위치한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베른식물원이 있다. 무료이고 휴원일도 없다. 독일어 홈페이지는 www.botanischergarten.ch, 영어 홈페이지는 https://www.bern.com/en/detail/ botanic-gard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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