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아들딸에게 쓰는 엄마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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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아들딸에게 쓰는 엄마의 반성문
  • 승인 2017.10.2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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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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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엄마 반성문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전문가 된 교장선생님의 고백’ 
“나는 부모가 아니라 감시자였다. 아이를 살린 건 인정, 존중, 지지, 칭찬이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보게 된 위의 강력한 문구는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추천받아 본 이후 한 달 여가 지난 지금 이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며, 저자의 처절한 고백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로서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특히나 치열한 교육열로 인한 경쟁적인 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를 지켜주고 키워야 하는 건지. 반 발짝 앞서 이끌어주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한발 뒤에서 그저 지켜보며 가야하는 건지 늘 고민하고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저자인 이유남 교장이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은 ‘동행자’, ‘파트너’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와 아이는 같은 평행선상에서 같이 가야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도 완전히 독립된 사람이고, 무한한 잠재능력과 답은 아이에게 있는 것이므로 어떤 주장을 한다면 그 주장을 믿고 응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자라며 전교 1등, 전교 임원을 휩쓸며 ‘부모의 자랑’으로 잘 자라준 순둥이 연년생 남매가 어느 날 자퇴를 선언했다. “엄마, 나 학교 그만 둘래요.” 고3 아들, 고2 딸의 이 말은 엄마에게 날벼락처럼 다가왔다. 보통 엄마도 아닌 ‘완벽주의 엄마’, 그리고 맡은 학급마다 1등으로 올려놓고 각종 연수에서 1등을 휩쓸었던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인 엄마이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두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는 먹지도 나가지도 않고 창마다 신문지를 붙이고, 양쪽 방에 틀어박혀 1년 반 동안 폐인 생활을 했다. 엄마의 세상은 지옥과도 같았다. 스트레스로 세 번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고, 세 번 교통사고를 당하고, 세 번 교통사고를 내고, 두 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두 아이는 그런 엄마를 벌레 보듯 할 뿐이었다.

이때 ‘아이를 살리고 봐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코칭공부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잘못된 교육방법을 깨닫고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코칭’ 개념이 주목을 받은 건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의 훈련 방식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그는 선수들에게 “네가 잘 하는 것은 뭐니?”, “어떻게 해 볼래?”, “그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편 선수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졌다. 선택하고 생각하는 것의 몫을 선수에게 돌렸다.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하게 하는 게 코칭은 아니다. 아이의 말을 지지해주고 인정해주지만, 스스로 생각해 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선택을 존중해주되 그 이유를 물어봄으로써 한 번 더 생각하게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과정 자체가 전두엽을 활용하게 되고, 이것이 저절로 자기조절력과 실행력, 탐구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이에 대해 또한 지지적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또한 전두엽을 더욱 활성화시켜 자긍심과 행복감을 느끼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파트너가 돼 주는 것만큼 ‘내려놓음’도 중요하다고 했다. “얼마나 믿고 기다려주느냐가 코칭의 기본 스킬이에요. 내려놓을수록 아이들의 잠재능력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그만큼 자기 몫을 했어요. 정말 힘든 길이지만 그것이 멀리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저자는 그간 본인이 무자격부모였고, 유자격부모가 되기 위해 처절한 자기반성과 몸부림을 쳤다고 한다. 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이 땅의 부모들이 더 이상 자신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책을 쓰고 강의를 하러 다닌다고 한다. 이제 두 남매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엄마를 꼽는다. 저자 역시 지금 두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같고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는 요즘 쇼팽 콩쿨을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에 푹 빠져있다. 그의 연주도 연주이지만, 사실 도대체 그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실까, 어떻게 키우셨길래 저렇게 자랄 수 있는 걸까 궁금해하는 게 아마 부모의 입장이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조성진의 부모는 네가 정말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그림자처럼 묵묵히 서포트만 해주었다고 한다. 피아노가 좋았고, 피아니스트를 하기로 선택하고, 유학을 결정하는 거 이 모든 건 그저 성진군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믿어주고 기다려주기. 이것이 그의 부모가 해준 참된 역할이었던 것이다. 

‘최고의 코칭 기본은 내려놓음이고, 가장 훌륭한 코칭 스킬은 믿음과 기다림이다.’ 저자가 수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코칭을 배우며 절망 끝에 얻은 깨달음이 이것인데 ‘최고의 부모 기본은 내려놓음이고, 가장 훌륭한 부모 스킬은 믿음과 기다림이다.’ 결국, 이 말이 아닐까 한다.

서주희 /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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