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양상 갖고 있는 화(火)병, 분노 억누르지 말고 풀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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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양상 갖고 있는 화(火)병, 분노 억누르지 말고 풀어야 합니다”
  • 승인 2017.10.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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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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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화병·스트레스 치료하는 강동경희대한방병원 김종우 교수

 

스트레스 총량 늘어난 한국 사회…분노를 밖으로 드러내도, 안으로 참아도 문제 
한의학 치료 기본인 변증 통해 효과적 진료 가능…명상·기공으로 기 순환 돕는 것 중요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화병의 영문명을 우리 발음대로 ‘Hwa-byung'이라고 표기한다. 그러면서 ’한국 민속증후군의 하나인 분노증후군(anger syndrome)으로, 분노를 억제하는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화병이 유독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유의 질병이라고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우울증, 화병 등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화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화병·스트레스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김종우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강동경희대한방병원 김종우 교수.

▶한국인 특유의 질병인 ‘화병’은 무엇인가. 
화병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오랜 시간 가지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기분장애가 우울, 불안장애가 불안이 핵심 감정이라면, 화병은 분노가 핵심 감정이다. 화병은 가슴 답답함, 치밀어 오름, 열감, 억울함과 분함을 주요 증상으로 하면서, 두통, 입마름, 불면, 두근거림 등의 부수적 증상을 가지고 있는 병이다. 예전에는 6개월 이상의 경과를 보는 만성 질병으로 분류했지만, 점차 분노에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양상이 많아짐에 따라 급성 화병이나 격분증후군과 같이 단기적 반응도 화병에 포함하고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어떻게 접근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
화병은 뚜렷한 신체 증상과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화(火)병으로 표기되는 것처럼, 불의 양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증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치료에 임한다. 예를 들어 가슴 답답함은 침 치료가 효과적이고, 열감은 한약 치료가 효과적이다. 또한 열감이 인체의 상부로 두드러지기 때문에 관원·기해 등에는 뜸 치료를 하게 된다. 이런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므로 치료 또한 복합적으로 진행한다. 
화병은 억울함과 분함이라는 감정의 문제가 동반되어 있기 때문에 한의학에 기반한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 상담을 진행하면서, 명상이나 기공과 같은 방법으로 기의 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다면. 
어린 시절 부모님의 성격 탓으로, 조금이라도 잘못된 것을 보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는 환자였다. 자신은 늘 철저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사회가 불법적인 것에 대해 용납을 하기 어려워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늘 다툼이 많았고 심지어는 소송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침이나 약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었지만, 속에 쌓인 감정을 풀기 위해서는 상담이 필요했고 특히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해결하고자 용서를 다룬 상담을 진행했다. 부모님과의 화해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나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이전보다 분노와 신체적인 증상도 줄었을 뿐 아니라 성격도 변화되었다.  

▶현대에 들어 화병, 치매, 스트레스 등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문제라고 본다. 스트레스의 총량이 늘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점점 스스로가 위축되다 보니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쉽게 반응하고 늘 억울하고 분한 생각을 가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무기력감에 빠지게 된다. 순서적으로 본다면 불안, 분노, 우울로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살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보니 어느 한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주의가 분산되면서 무기력해지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현상으로 우울, 치매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명상은 어떤 도움을 주는지 궁금하다. 
명상의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만 꼽자면 첫 번째, 이완의 효과다. 늘 긴장되고 쫓기는 삶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육체 뿐 아니라 정신에서도 휴식이 필요하며, 이런 휴식 후에 자신의 리듬을 찾을 수 있다. 즉 이완 이후 최적의 상태를 만들고 자신의 리듬을 찾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 여기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생각이 분일하여 과거나 미래, 그리고 다른 것에 가 있는 것을 지금 여기로 돌려놓아 현재의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를 하더라도 맛있게 할 수 있고, 공부를 하더라도 능률을 올릴 수 있다.
 
▶화병 치료에 있어 한의사가 지닌 강점을 꼽는다면.
화병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증상과 특성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학 치료의 기본이 되는 변증(辨證)의 방법을 적용하여 효과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털어낼 경우에도 기공과 같은 방법이나 감정 자유기법(EFT) 등을 통해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화병과 대비되는 우울증의 경우,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한의학의 치료에 있어서 화병보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병을 극복하기 위한 작은 팁(TIP)을 소개한다면. 
화병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감정인 분노는 밖으로 드러내는 것도, 또 속으로 삭이는 것도 다 문제가 된다.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쉽게 하면 분노 발작이나 분노 행동 등의 문제 뿐 아니라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속으로 참는 것도 문제가 되어, 장기적으로 갈 경우 무력감과 함께 신체 기능, 예를 들어 면역력 등의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이로 인해 암과 같은 질병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화가 나는 경우는 빠른 시간 내에 분노를 풀어야 하고, 화를 참는 경우에는 가급적 일상생활을 유지하여 무력감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병과 관련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향후 화병 연구와 관련한 또 다른 계획이 있는지. 
화병과 관련된 책은 20년 전부터 출간해왔다. 1997년 <홧병>에서는 ‘분노, 참지 말자’가 주제였다. 2007년 <화병으로 부터의 해방>에서는 분노를 반복적으로 내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였다. 2013년에 출간한 <화병 100문 100답>은 화병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현재는 분노라는 감정을 재해석하여 창조적으로 분노하는 방법, 화병을 극복하여 더 나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의 변화를 도모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빠른 시일 내에 펴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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