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제는 우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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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제는 우리 차례다
  • 승인 2003.12.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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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장 직선제 도입을 준비하자 -
間選회장은 대의원들만의 회장
학교·지역 배제 정책대결돼야


박용신(평화한의원,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기획국장)


한의사협회장을 회원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뽑자는 주장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주위의 의견을 들어보아도 사회적 대세인 직선제를 반대하는 분은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단지, 절차상의 문제나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12월 9일 약사회장 및 시도약사회장이 직선제 의해 선출되었다. 투표율이 78.6% 였고 당선자(원희목)의 득표율은 56.9%였다. 의협도 지난 3월 14일 직선제를 통하여 김재정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 때는 투표율 43.7%, 득표율은 38.5%였다. 2001년 첫 직선 때의 투표율 60.8% 보다는 많이 낮아졌다.

약사회는 후보통합을 거쳐 2파전의 양상을 띠었고 의협은 모두 5명의 후보가 나서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약사회는 시도 회장까지 직선에 의해 선출되었지만 의협은 대의원들의 간선에 의해 선출된 점이 다르다(서울시의사회 심의 결과 직선제안 폐기). 두 선거 모두 우편을 통한 투표방식을 택했다.

의협은 개표 15일전에 선관위에서 우편투표 용지를 발송해 3월 15일에 개표하였고 약사회는 개표 14일 전에 투표용지를 발송하여 12월 9일에 개표했다. 우편 투표와 현장투표 중 어떤 방식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용이나 운영 면에서 우편투표를 더 선호한 셈이다.

직선제는 한의사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과정이다. 협회의 업무는 최대한 한의사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조율하면서 수행되어야 한다. 협회의 사무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독단적으로 결정되고 일반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배제할 때 이것은 독재가 된다. 독재는 결국 무관심을 낳는다. 한의사협회를 민주화해야 한다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도 ‘한의사협회 회비를 왜 내는 지 모르겠다’, ‘협회가 나한테 해준 것이 대체 무엇이냐’는 일선 한의사들의 불만과 ‘한의사들이 한의사협회 회무에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 라는 집행부와의 인식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은 ‘참여’와 ‘비판’ 이라는 구조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선제는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갈수록 어려워지는 개원환경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들 수 있다. 자양분은 바로 힘이요 추진력이다. 약사회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일부 대학들이 대의원을 장악하여 약사회장 선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을 벗어났고 서울, 경기, 충남, 강원 약사회장에 여약사가 당선되었다. 이는 간선제의 문제점을 직선제로 해결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의원들에 의해 선출되는 회장은 한의사 회원들의 의사를 적절히 반영한 것이 아닌 대의원들만의 한의사 회장이다. 1인1표의 직선제에서는 회원들 모두에게 참여의 기회가 있다. 또한 당선되기 위해 후보들은 많은 모임에 참석하여 자신의 얼굴을 알려야 했고 정책을 발표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단련의 과정을 거치고 대중과의 교류 과정을 거치면서 회원들과 집행부 모두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구나 또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직선제를 할 때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우선,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편투표방식은 본인이 직접 투표를 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부정 개입 소지가 많다. 선거와 관련된 향응이나 선물은 안된다. 대구시 약사회장 선거에서처럼 부정투표 논란이 있어서도 안된다. 의협 선거에서는 투표인 자격(5년간 회비납부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선거운동 기간이 길면 회무의 공백도 커진다. 투표율을 높이는 것도 논란거리이다. 올해 의협 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직선제 자체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투표율은 어떤 계기가 있지 않다면 해가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간선제보다는 민주적이다.

두 번째 우려는 한의계의 분열이 심화되고 이것이 구조화될 가능성이다. 약사회 선거에서는 서울대와 성균관대·중앙대 연합의 대결구도로 나타났다. 한의계에서는 경희대와 타 대학이라는 구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의계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소위 정책대결로 가야하지만 한의계의 현실상 또는 정서상 학교별, 지역별로 편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학교보다는 한의사를 먼저’ 라는 구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것들은 후보들이나 한의사들이 스스로 노력해야할 부분이다.

세 번째로 한의계의 집단적 목소리가 자칫 ‘국민들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의협과 약사회가 직선제를 실시한 것은 의약분업이라는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좀더 강력한 의협, 약사회 회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협은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고 있다. 의협이 자기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면서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자기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것이 단기적으로 이익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커다란 손실이다.

한의계의 우경화는 정말로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정책대안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지를 끊임없이 자기 검열해야 한다.

한의사집단이 전문직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갖지 않는다면 의사들과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단지 ‘돈이나 잘 버는 한의사’라면 허약한 모래성일 따름이다.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미 직선제는 대세이다. 단지 이를 어떻게 잘 준비하여 혼란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해야 하는가라는 과제가 있을 뿐이다. 의협과 약사회의 실시를 거울삼아 내년 3월에 있을 중앙 대의원총회에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더 및 심의분과위원회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논의한 결과를 다음 회의 때 보고하도록 나아가 직선제 추진을 의결하거나 최소한 ‘협회장 직선제 문제에 관하여 대의원총회 법령 한다’ 정도를 의결해야 한다. 그리고 차기 협회장 후보는 직선제 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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