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醫)는 생물학적 생명을 다루는 것이라면 법(法)은 사회적 생명을 다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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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醫)는 생물학적 생명을 다루는 것이라면 법(法)은 사회적 생명을 다루는 것”
  • 승인 2017.07.2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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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hustlejin@http://


인터뷰 : 영월교도소 공중보건의로 근무중인 박홍찬 한의사

 

침‧건부항 치료 가능, 한약은 사용 못해
교정시설 내 한의사 진료 영역 넓히는 방법 고민
호기심에 법(法) 공부 시작…미약하게나마 한의학과의 연결고리 만들고 싶어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지난 3월, 새내기 한의사 3인 인터뷰(본지 1085호)를 진행한 바 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한의사가 지금은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 영월교도소 의료과 공중보건의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 그는 ‘스스로’ 지원했고, 한의사 최초로 교정시설에서 공중보건의를 하게 됐다. 일반인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교정시설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박홍찬 한의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박홍찬 한의사.

▶한의사 최초로 교정시설에서 공중보건의를 하게 됐다.
이번 2017년 한의과 공중보건의의 중앙배치는 모두 교정시설에만 배정되었다.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한의사는 도간이동(중앙배치기관 및 광역단체별로 지역을 이동할 수 있음)이 가능하다고 하여 스스로 지원하였다. 한 친구(치과의사)가 순천교도소에서 1년간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며 느꼈던 점이나 주의해야 할 점을 친절하게 알려줬기에 큰 부담을 느끼진 않았고, 지금도 부담을 가질 일은 거의 없다.

특히 법무부 담당 주무관으로부터 이번 한의사를 시범 배치한 우리 영월교도소와 천안개방교도소는 형기가 짧아 금방 사회로 돌아갈 이들이나 S1~2급의 모범수들이 주로 수용되는 곳이라 들었기에 심적인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다만 지금 딱 떠오르는 불편했던, 부담스러웠던 점은 난생 처음으로 강원도 산골에 살게 되어 처음 한 달 간은 적응하기 어려웠다는 것 하나 뿐이다.

(*교정시설에서는 수감 등급에 따라 수용자를 4단계로 분류한다. 개방처우(S1), 완화처우(S2), 일반경비시설(S3), 중(重)경비시설(S4)로 나뉘는데 S1과 S2는 소위 ‘모범수’로 불리고, S4급은 중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다.)

▶하루 일과는 어떤가. 
공중보건의의 신분은 군인이 아닌 임기제 공무원이다. 따라서 9시까지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을 한다. 우리 영월교도소 기준으로 바로 위로는 서기관 직급의 의료과장님(비뇨기과 전문의)이 계시고, 계장님 및 간호사 면허 또는 조무사 자격을 소지한 교도관들과 함께 근무를 한다. 수요일 아침 의료과 회의하는 날을 제외하면 9시까지 출근하며, 일선 보건소나 보건지소와 같이 환자들이 필요할 때마다 찾아오는 것이 아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인원만큼 찾아온다. 진료 또는 다른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독서를 하거나 학부 때 미처 꼼꼼히 공부하지 못했던 전공 서적을 다시 공부한다. 가끔 이도 저도 하기 싫을 땐 관사에 가져다 둔 디지털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한다.

관사는 매우 쾌적하여 만족스럽다. 퇴근 이후 관사에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낸다. 가끔 같은 영월에서 근무하는 공익법무관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영월군 소속(지방직)이 아닌 법무부(국가직)에 속한 공중보건의다보니 보건소-지소에서 근무하는 동료 공보의들과 만나기 쉽지 않다.

▶주로 어떤 진료가 이뤄지고 있나. 
교정시설의 특성상, 그리고 한의진료의 특성상 침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침 사용 개수를 정확하게 기록하여 관리한다. 이는 단순히 감염성 폐기물에 대한 관리 차원을 넘어서서, 수용자들이 침을 이용해서 다른 수용자들에게 해를 입히거나 교도소 밖으로 나가기 위해 침을 구강을 통해 삼키거나 자해를 하는 등 비교적 상식 밖의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아직까지는 내가 독단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과장님이 한의진료가 필요한 경우 환자를 나에게 보내주시는 형태이다. 아무래도 교정본부 측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교정시설에 한의사를 배치한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모양이다. 한약(보험 엑스제 포함)은 사용할 수 없으며, 건부항 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2017년 7월 현재로선 만성적인 근골격계 통증 환자만을 진료하고 있다. 교정시설 내 한의사들의 진료 영역을 넓히는 방법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있다.
 

◇영월교도소 정문.

▶근무한지 약 세 달 정도 됐다. 교정시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지내면서 느낀 점들이 있다면. 
우선 감옥에 있는 이들, 즉 ‘재소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분명 이들은 사회에서 ‘나쁜 사람’으로 공인받아 감옥으로 오게 된 사람들이다. 범죄를 저질러 사회로부터 격리된 이들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감옥에 간 이들도 결국 거리에서 마주치는 보통 사람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다만, 내부 의료정보 시스템을 통해서 이 수용자가 어떤 경위로 재판을 받고 감옥에 들어왔는지의 기록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는데 정말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온 이들도 있는 한편,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규모로 사기, 배임, 횡령을 저지른 이들이 “나는 억울하다”고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머리와 가슴 속에서 교차한다. 

어떤 범죄를 저지른 이가 언론지상에 보도되면 많은 사람들은 쉽게 “사형시켜라”, “징역 몇  백 년 형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끔 죄형법정주의를 모조리 무시하고 엄중한 형벌을 내려줬으면 싶은 사람도 있고 절도 전과 횟수는 많으나 지금까지 훔친 금품의 액수가 천 만 원도 채 넘지 않는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자들도 있지 않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보니 법과 그에 대한 국민의 감정(법 감정)의 현격한 차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가끔은 내가 한의사가 맞나 싶을 때가 있다. 
 

▶현재 교정시설 내 진료소에는 한의사 T/O가 없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올해 교정시설에 한의사를 배치한 것은 온라인 게임으로 치면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게임을 정식 서비스하기에 앞서 비공개로 하는 베타 테스트)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나와 천안개방교도소에서 근무하는 다른 선생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법무부가 교정시설 한의사 공보의 배치 및 정식 의무관(5급) 채용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재소자들의 한의진료 만족도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재소자 진료뿐만 아니라 교정직 공무원들의 건강관리에 대해서도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교정시설은 그 특성상 주택가나 번화가 바로 주변에 자리 잡기 어렵고, 교정직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도 생각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재소자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건강관리 방안 및 체계를 구축한다면 앞으로 정식 한의사 공보의 T/O가 교정시설에 배치될 것이라 믿는다.
 

▶방송통신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다. 공부하게 된 계기는. 
사실 법을 공부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다. 순전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 호기심에 굳이 이유를 달자면 의(醫)는 사람의 생물학적 생명을 다루는 것이라면 법(法)은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다루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만 미약한 부분이나마 한의학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을 바로 지금 여기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대생을 넘어 법대생이 되었고, 또 어찌 하다 보니 정말로 ‘법무부’ 소속의 공중보건의가 되었다. 형법, 형사소송법, 형집행법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 진료 도중 발생할 만일의 사태(오진 시비 등으로 고소 고발을 하는 등)에 대비할 수 있다. 또한 국시를 위해서 공부했던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의료법 및 시행령 및 교정시설 등에서 일어나는 사례와 그에 대한 판례를 분석하다보면 수용자들에게 어느 수준까지 적절한 한의진료를 해야 할지 판단이 서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얼마 전까지는 공보의 복무를 마친 뒤 바로 개원을 할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법을 넘어서서 보건대학원에 진학하여 정책을 공부할 것인지, 시간적‧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한의사와 법조인 자격까지 모두 얻는데 도전해볼 것인지, 혹은 민간경력직 공채에 지원하여 공직에 계속 남을 것인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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