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녹고 살인의 악몽이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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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녹고 살인의 악몽이 다시 살아난다
  • 승인 2017.03.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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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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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해빙

최근 일교차는 크지만 햇살이 점차 따뜻해지는 날씨를 통해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겨우내 묵혀있던 걱정거리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3월로 들어서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인 <해빙>은 제목만으로도 요즘 시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봄 느낌을 물씬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오는 장면들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꽃샘추위 같은 서늘한 느낌을 전하고 있다.

한 때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경기도의 한 신도시. 강남에서 병원을 하다가 도산한 후 이혼하고, 선배 병원에 취직한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은 치매아버지 정노인(신구)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의 건물 원룸에 세를 든다. 어느 날, 정노인이 수면내시경 중 가수면 상태에서 흘린 살인 고백 같은 말을 들은 승훈은 정육식당 부자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얼마 후, 뉴스를 통해 한동안 조용했던 이 도시에 다시 살인사건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듣고 난 후, 승훈은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던 중, 승훈을 만나러 왔던 전처가 실종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온다.

2003년 <4인용 식탁>을 연출했던 이수연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해빙>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릴러 영화로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며 모처럼 장르적 재미를 맘껏 선사하고 있다. 또한 영화와 TV를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던 조진웅이 그동안의 역할과는 다른 예민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인물을 매우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몸무게를 18kg이나 감량하면서 원톱으로 하드 캐리하며 영화 전체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신구는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장인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치매노인으로 등장하면서 출연 분량은 매우 짧지만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처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해빙>은 여타의 영화들처럼 잔인한 살인 장면 위주가 아닌 프로포폴 사건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며, 불안감에 휩싸인 주인공의 꿈과 망상을 뒤엉켜 보여주면서 심리적 스릴러의 특성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초중반에 스릴러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급격한 화면 전환 등의 편집기법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하고 있으며, 반전 결말에 중점을 둔 결과 중간중간에 구체적으로 표현되었어야 할 이야기들이 결말 부분에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하는 결말을 브리핑 하듯이 설명조로 끝내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단,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영화의 마지막에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으며 관객들에게 짧지만 임팩트있는 극적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해빙>은 제목과 달리 봄과는 거리가 멀지만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예년보다 조금 일찍 스릴러 영화를 만나고 싶은 관객들에게 권하고 싶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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