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형의 변화를 통해 한약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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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형의 변화를 통해 한약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 승인 2016.12.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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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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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기고 | 약물전달시스템을 통한 한약제형의 변화

[들어가는 글]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 D.D.S)이란 약물의 효능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발현시키기 위해 나노융합기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약물의 부작용은 줄이고,효능은 극대화하기 위한 약물제형의 설계기술이다.

양약은 약물전달시스템 연구를 통해 경구투여제, 경피흡수제, 주사제, 흡입제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온 반면, 한약은 열수추출, 증류추출, 경구투여에 국한된 고전적인 修治와 제제 에만 의존해왔고, 최근 발효 공법을 도입하여 약물전달시스템을 일부 개선시켰지만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진한 실정이다.

현재 한의계 내부에서 한약의 제형을 다양하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의 논거는 대부분 ‘한약은 복용하기가 불편하다’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한약은 복용하기 불편해서 환자들이 기피하고 치료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물론 한약 복용을 편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한약 제형 변화의 근본적인 목적은 제형의 변화를 통해 한약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분의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지 단순히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약은 탕제, 산제, 고제, 환제의 형태로 대부분 경구 투여로 복용한다. 탕제는 한약 속에 함유된 지용성물질, 수용성물질, 섬유질 등 다양한 성분들을 단순히 열수 추출방식에 의존하여 추출하기 때문에 유효성분 추출 함량이 떨어지며, 분자량이 크고 균질화가 되지 않아 흡수력이 떨어지고 간초회통과율(first pass effect)이 떨어져서 유효성분에 대한 생체이용율(bioavailability)이 떨어지게 된다.
시장을 독점하던 시대에는 이는 유일하고 유효했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강력한 경쟁상대인 서양의학에 비해서 한약의 추출방법과 약물전달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여 한약의 효과를 극대화시키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느껴지게 되고, 이후 건강기능식품 등이 유행하면서 한약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제형의 변화, 한약 효과를 극대화해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약물 제형의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없었기 때문이지 효율적으로 제형을 변화시킬 수만 있다면 한약의 임상효과가 양약에 비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동서비교한의학회의 그간의 실험연구와 논문 특허들이 증명해준다.
한약을 양약과 대등한 수준의 제형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발효공법이 아니라 나노융합기술의 도입이며 이것이야말로 최고 수준의 한약 제형의 변화를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나노융합기술을 도입하여 분자량을 나노 수준으로 균질화시키고 약물의 리포좀화 과정을 거쳐 흡수력, 간초회통과율, 생체이용율을 증가시켜 약효를 증대시키고, 또한 하루 1회 복용으로도 약효가 지속될 수 있게 되어 복용의 편리성을 개선시켜 치료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동서비교한의학회에서는 2007년부터 향후 탕제수요의 감소를 예측하고 탕제수요 공백을 대체할 방법으로 제형의 변화를 통한 효능과 편리성을 높히는 새로운 형태의 한약 연구를 시작하였다. 기존의 열수 추출에만 의존한 고가의 탕제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한약 제형의 변화를 연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2007년부터 동서비교한의학회에서 약물전달시스템 연구를 통한 약물의 제형 설계에 대한 연구과정을 소개하고자한다.

 

1. 유효성분의 분리 정제연구
 한약에 포함된 다양한 수용성, 지용성 성분, 섬유질, 전분 등의 성분을 분리 정제하여 유효성분 함량은 높이고 불필요한 물질은 분리 제거하여 효능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한약은 유효성분을 어떻게 분리 정제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전혀 없거나 극대화된다.
 예를 들면 자초는 열수 추출하면 gonadotropin에 대한 길항작용이 현저히 약해지거나 없어져서 성조숙증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또한 체지방분해, 항균작용, 혈당조절작용이 현저히 약해진다.
 조구등은 15분 이상 탕전하면 효과가 없어지거나 약해지므로 저온 추출해야 한다.
 갈근은 대부분 전분이므로 전분을 분리 정제해야 갈근이 지니고 있는 당뇨합병증, 갱년기증후군, 골다공증에 대한 치료 효능이 월등히 좋아진다.
 구판은 수용성은 아미노산이 주성분이고 지용성은 불포화지방산, 미네랄 등이 주성분인데 이들 유효성분은 전체함량의 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불필요한 섬유질이다. 열수 추출로는 유효성분이 충분히 추출되지 않고 용량이 많아지면 섬유질로 인해 유효성분의 흡수는 방해되며 설사를 하는 부작용이 있어 구판특유의  항노화,항염증 ,항산화, 성장, 강근골 효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약재의 특성에 따라 분리 정제하고 발효농축, 진공농축하는 과정을 거쳐 파우더로 만든 후 탕제, 타블렛, 환제 ,고제, 캡슐제 등으로 조제하여 활용하면 단미제로도 효과가 우수하고 하루 1번 복용으로도 충분히 약효가 지속되어 복용의 편리성과 환자의 치료순응도도 높아지게 된다.

 

2. 발효공정연구
효소와 균주를 이용하여 고상발효, 액상발효를 통해 유효성분 추출을 극대화하고 효능을 증가시키는 공정이다.
 인삼을 열수추출하면 사포닌 분자량이 커서 흡수율이 떨어지고 간초회통과를 거치면서 면역세포가 이용할 수 있는 사포닌의 함량이 3% 미만이어서 인삼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효공법을 적용하면 사포닌 흡수율이 높아지고 간초회통과율, 생체
이용율이 증가하여 효과가 열수추출보다 현저히 높아지게 된다.
 구판에  함유된 불필요한 섬유질을 제거하고 유효성분과 효능을 증대시키기 위해 효소균주를 이용하여 고상발효, 액상발효의 과정을 거치면 구판의 항염증, 성장, 강근골, 생모(生毛) 등의 효능을 증대시킬 수 있다.

 

[구판을 발효 전후 항산화 능력 비교 실험]
A0: 발효전  BO: 발효 후


3. 무독화 공정연구
약물전달시스템을 연구하는 또 다른 이유중 하나는 약물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건칠 봉독과 같은 약은 약효가 아주 좋으면서도 독성도 강해서 치료의 순응도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심해서 보편적으로 처방하기가 어려웠다. 독성이 강한 약물의 특성을 연구하여 부작용을 유발하는 물질을 완전 분리 정제하여 무독화시켜 부작용을 없애고 발효 나노공정을 추가하여 유효성분을 높이는 연구를 시행하였다.
 건칠에 함유된 우루시올을 완전히 제거하는 공법을 개발하여 독성을 없애고 유효성분인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높이는 공법과 봉독 무독화 연구를 통해 봉독에 함유된 멜리틴에 의한 항염증 항균 효능를 증가시키고 PLA2와 같은 효소에 의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완전히 제거한 무독화 safe-BV약침을 개발하였다.

 

4. 나노융합기술의 도입
나노융합기술로 한약의 다양한 성분을 균질화하고 리포좀화를 통하여 흡수력, 간초회통과율 생체이용율을 극대화시키고, 약물의 다양한 제형 설계가 가능하게 되었다.
동서비교한의학회에서는 물질의 분리정제, 발효공정, 무독화연구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나노융합기술을 접목한 UPH-24 공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스테로이드제제와 한약의 비교실험에 의하면 스테로이드제제보다 항염증 효과가 우수한 다수의 한약들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치료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UPH-24 공법을 이용하면 실험상 스테로이드보다 항염증 효과가 우수한 한약이 실제 임상에 서도 뛰어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제형의 설계가 가능해진다.

[UPH-24 공법이란]
약물 전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나노융합기술의 일종으로 균질기를 이용하여 약물 분자를 고압력으로 분쇄 균질화 시킨 다음 약효성분이 에너지 사용이나 신호전달을 거치지 않고 세포막으로 바로 흡수될 수 있도록 약물을 리포좀화(약물을 인지질 속에 감싸 세포에 흡수하도록)하는 기술이다.

A. 균질화 과정

좌측 그림(균질화 前)은 탕제를 열수 추출하면 수용성 성분과 지용성 성분이 균질화되지 못하고 큰 지방방울 등이 에멜전화가 되지 않아서 흡수율이 떨어지는 상태이다. 지금까지 한약 제형의 변화가 어려웠던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수용성, 지용성, 자극성 물질 등의 다양한 성분들을 균질화하지 못했던 것이다. 성분들이 균질화되지 않으면 흡수율이 떨어지고, 약효성분이 표적세포에 흡수되는 능력이 떨어지고  약침으로 조제 시에는 통증 발적 등의 부작용이 수반된다.
균질화 과정을 거치면 우측 그림(균질화 後)과 같이 분자량이 균질화되어 흡수력이 좋아지게 되고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고 세균 바이러스 포자 등이 파쇄되어 안전성이 좋아지게 된다.


B. nano emulsiong과 리포좀공법

유화제인 계면활성제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동서비교한의학회에서는 안전성을 더 높이기위해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고 한약제와 난황을 이용하여 nano emulsion화 리포좀화하는 방법으로 UPH-24 공법을 완성하였다.
균질화된 성분에 유화제를 이용하여 nano emulsion화하여 리포좀화 함으로써
1. 흡수력이 빨라지고 신속한 효과가 나타나며 약효지속시간이 증대된다.
2. 경피주입으로 유효성분을 흡수시켜 혈자리에 약물을 주입하는 패치약침 개발이 가능해진다.
3. 탕제와 같은 복합제제도 증류추출이 아닌 물질추출 약침 조제가 가능해진다.
4. 한방 수액제제 개발이 용이해지고 약침이나 한방수액제제를 혈맥주입 하는 경우 안전성이 높아지게 된다.

 

5. 나노융합 기술을 접목한 약침 개발
약물전달시스템에서 경구 투여 외에 효과적인 방법이 약물을 피내로 주입하는 방법이다. 피내 주입은 간초회통과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혈관으로 흡수되어 표적세포로 흡수되기 때문에 빠른 효과가 나타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경구 투여에 의존하는 한약을 피내 주입으로 약물전달시스템을 개선한 방법이 藥鍼이다. 藥鍼은 약물의 성분을 穴位에 시술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本草學과 鍼灸學, 氣와 味가 결합된 한의학만의 독창적인 치료법으로 서양의학의 주사제와는 뚜렷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약침은 약물을 소화관과 간초회통과를 거치지 않고 피내로 주입하여 혈관으로 바로 흡수되게 하는 치료법이므로 혈관으로 신속하게 흡수될 수 있는 환경과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안전성, 약효 성분이 오래 동안 변함없이 유지되는 안정성이 중요하다.
약침제제로의 제형변화를  위해서는 수용성 물질, 지용성 물질, 자극성 물질, 면역반응 유발물질 등 다양한 성분들을 안전하게 흡수시키기 위한 분리정제과정, 고분자 물질을 나노수준 이하의 저분자물질로 전환시키는 과정, 지용성 물질이 혈관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수용성으로 전환시키는 과정, 자극성 물질을 무독화 시키는 과정, 세포내로 빨리 흡수하여 생체 이용율을 증대시키는 공정이 필요하다.
동서비교한의학회에서는 기존의 증류 추출 약침의 한계를 극복하고 탕제 수준의 효과가 나타나는 약침을 개발하기 위해 나노기술을 접목하여 다양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고농도 내경약침을 완성하게 되었다.
기존의 藥鍼은 대부분 증류추출 방식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본초의 味(성분)가 부족하여 치료율이 떨어지고 치료 영역이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비해 내경약침은 동서비교한의학회 부설 연구소에서 멤브레인(Membrane)을 이용한 성분 추출방식에서 진일보하여 나노융합기술을 접목하여 단미제 뿐만 아니라 공진단 같은 복합제제도 약침으로 개발하였다.
나노융합 기술을 접목한 약침 개발은 근골격계 질환 뿐만 아니라, 내과(소화기, 비뇨기, 호흡기) · 소아과 · 오관과 · 정신과 · 피부과 영역에 이르는 광범위한 질환을 아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약침은 피내로 주입된 유효성분을 안전하게 흡수하고 빠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탕제보다 더 세밀한 제형의 변화가 요구된다.

<나노융합기술을 접목한 약침 공정>


나노융합기술을 이용한 약침 조제에서는 약물의 유효성분을 분리 정제하는 기술과, 리포좀화 공정이 핵심이다.
동서비교한의학회 연구소에서는 나노융합기술을 접목시켜 수액제제와 같이 정맥주입 가능한 약침, 패치약침등 다양한 형태의 약침 조제 연구를 마친 상태이다.
수액 정맥주입약침, 패치약침의 개발은 입원 환자 치료와 관리, 치료영역 확대를 통해 서양의학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리라 생각한다.


[글을 마치면서]
종두법을 창안한 사람은 영국의 제너였지만, 백신의 원리를 이론화하고 체계적인 대량생산의 기틀을 마련하여 예방의학의 신기원을 이룩한 사람은 파스퇴르이다. 그는 “우연은 준비한 사람에게 찾아온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한때 한방의 과학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양진한치의 진료모델이거나 실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한약성분의 약리학적 연구에 국한되어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 발전하는데 얼마나 기여하였는지는 미지수이다.
녹용은 열수 추출만으로는 유효성분이 40%정도만 추출되어 효과가 떨어진다. 특히 녹용 분골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아민은 세포의 성장 DNA를 안정화 시키는 아주 중요한 생리활성물질이지만 지방속에 소량 존재하고 있어 열수 추출로는 제대로 추출할 수 없는데도 임상가에서는 아직도 녹용을 열수 추출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으로 자동주행되는 자동차를 타며,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의 정보망과 네트워크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현대한의학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한의학 고유의 생명관을 잃지 않으면서 혁신적인 방법으로 미래의학을 준비하여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한의학의 전성기를 펼칠 한 방편으로 “한약의 약물전달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매력적인 분야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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