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56> - 『百鍊椎』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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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56> - 『百鍊椎』 ②
  • 승인 2016.12.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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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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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草가 내 목숨 살릴 약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색이자 의학적인 가치는 바로 임상의가의 경험방과 자작 醫案을 함께 수록한 경험의안집이라는 점을 전호에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좀 더 색다른 경험의안을 몇 조문 살펴보기로 한다. 병문은 24부류로 나뉘어 있지만 병문마다 의안이 수재된 것은 아니며, 경험방과 서로 뒤섞여 구분 없이 산재되어 있다. 하지만 세부 조문이나 처방명 등에 붉은 주선을 그어 구별해 놓았기에 한눈에 들여다보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먼저 요즘에야 만나보기 드문 병증이 되었지만, 지난 세기만 해도 시골에서 가끔 볼 수 있었던 關格에 대한 치험례를 살펴보자. 한 부인이 홀연 吐逆하고 대소변이 통하지 않으며, 번잡하고 심란하면서 손발이 점차 차가워지고 맥이 잡히질 않았다. 大承氣湯을 주었더니 한밤중이 되자 대변이 통하고 점차 맥이 화평해졌다. 끝 구절에는 “이렇게 아픈 증상을 關格이라고 하는데 난치이다.”라고 밝혀 놓았다. 약 1첩 먹고 나서 그날 밤에 상하가 쾌통하였으니 이같이 위급한 증상에 즉효를 볼 수 있는 일이 어디 흔하겠는가?

奇難症이라 할 수 있는 산증 치험례 하나를 소개한다. 나이 먹은 부인네가 차가운 곳에 앉았다가 후음(항문)을 잡아 빼는 듯 통증을 느꼈다. 복통이 위아래로 왕래하였으며, 대소변을 볼 때, 전후음이 마치 다른 물건으로 잡아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처음에 따뜻한 약제를 썼지만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다시 神保丸을 생강 달인 물에 30환 삼키도록 하였더니 곧바로 주효하였다.

작자는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 놓았는데,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대개 濁氣는 하초에 모이기 때문에 밀어내도 무방하다. 하물며 전갈은 신장의 사기를 꿰뚫고 목향은 기운을 조절해 주며, 파두는 장수의 목을 베고 관문을 빼앗듯이(斬將奪關) 효과를 보게 된 것이라고 신보환의 方義를 설명하고 있다.

大便下血조에 보니 더욱 극적인 치험례도 보인다. 한 남자가 관리였는데, 큰 일이 생겨 노심초사하다가 갑자기 가슴속에 불이 붙은 듯 번잡하고 머리와 얼굴이 달아오르고 손발이 부채질하듯이 가만히 있질 못하고 냉수를 먹으면 잠깐 나아지나 멈추면 다시 열이 나서 위로 검은 피를 토하고 아래로는 검은 혈변을 누었다. 洗心散을 3첩 썼더니 저절로 나아버렸다. 심각한 병증에 비추어선 너무나 의외로 쉽게 결말이 난 것이니 극적인 치료사례이다.

용약례 이외에 외치법을 쓴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예컨대 熨法의 경우, 다음과 같은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어떤 부인의 下門(음문을 말함.)이 부어올라 대소변을 볼 수가 없었다. 감초 5냥을 물로 달인 國老膏를 먹고 나서 음문이 통하여 붉고 누런 물이 줄줄 흘러나와 그치질 않았다. 이어서 다시 사상자와 槐木皮를 달여서 그 물로 당처를 씼도록 하였더니 금새 다 나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남자의 고환이 부어올라 곤란한 지경에 처한 경우도 나온다. 이 사람은 몇 년 동안 차가운 곳에서 지냈는데, 부은 고환이 마치 속이 빈 표주박처럼 몹시 부드러웠다. 천금누로탕 10첩을 썼는데, 달이면서 약 기운을 들여 마시게 하고 또 2~3입 먹게 했더니 효과가 기가 막히고 여러 번 시험해 보아도 매번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 고가의 보익제만이 훌륭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은 그저 기대심리일 뿐이다. 정작 나를 질병에서 구해 줄 약은 길가의 풀 한포기, 인가 주변에 흔한 잡초 속에도 있다. 백초가 모두 약(‘百草皆是藥’)이라고 했으니, 위급할 때 충언해 줄 소중한 이웃도 부디 내 주변에서 눈여겨 살펴 볼 일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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