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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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승인 2016.10.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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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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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밀정

최근 우리나라는 사회의 부조리 및 젊은이들의 취업, 가장들의 실직 등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겹쳐지면서 지옥 같은 나라라는 뜻의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며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그로인해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 또한 예전보다는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작년에 개봉하여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암살>의 뒤를 이어 올해는 <밀정>이 개봉되면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선조들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 번 애국심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고,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리고 일본 경찰은 그들을 쫓아 모두 상해에 모인다.

<관상>, <사도>의 뒤를 이어 추석 때마다 만나는 배우 송강호와 <부산행>을 통해 천만 배우로 등극한 공유가 함께 출연하고,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작품보다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밀정>은 추석 연휴에 개봉하여 74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하반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암살>과 비슷한 시대적 배경을 다루고 있지만 <밀정>은 액션보다는 제목과 같이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상황에서 누가 밀정인지 알아가는 첩보물에 가깝다. 그래서 화끈한 총격씬을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뭔가 아쉽고, 지루한 느낌마저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처럼 가벼운 위트가 녹여있는 이야기가 아닌 실존했던 의열단들과 밀정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전달하면서 이전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 상해 세트장에서 직접 촬영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이기에 한껏 멋을 부리고 살았다는 의열단들의 의상을 통해 시대적 배경인 1920년대를 제대로 재현하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하시모토 역을 맡은 엄태구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게 되고, 매우 짧은 분량으로 의열단장으로 특별출연하는 이병헌의 엄청난 포스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 장면과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실패가 쌓이고 우리는 그 실패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야 합니다’라는 의열단장의 대사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가슴에 오랜 울림을 남기며,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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