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삼국 시대 천문 기록에 숨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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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삼국 시대 천문 기록에 숨은 비밀
  • 승인 2016.10.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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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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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로마의 고대사를 읽다보면 의문이 드는 것이 하나있다. 우리랑 지형적 특성이 비슷한 반도의 땅에서 로마인들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큰 제국을 건설하였는데 우리는 왜 한반도에서만 갇혀 살았을까?
지금이야 남북이 갈라져 우리가 한반도를 벗어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이전까지 우리도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도 용이하고, 대륙과도 연결되어 있어 중국 대륙으로 진출하기도 편리한 위치에 있었다. 우리 민족은 이러한 위치에서 정말 한반도에서만 안주하며 살았을까?

역사는 발굴된 유물을 검증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물 중에서 해, 달, 별 등의 천문학과 관련된 역사 자료를 토대로 과거의 천문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을 고천문학이라고 한다. 고천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서 한국의 고대사 자료를 바탕으로 전향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있는데,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창범 교수가 대표적이다. 박 교수는 연구한 내용을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라는 저서를 통해 그 과정과 결과물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고려시대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서 일식, 월식, 유성, 오로라 등의 천문학 관련 부분을 연구하다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한다. 천문학적으로 주기를 따져 보면 삼국시대 천문학 관련 서술들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문헌에는 없는 독자적인 기록도 있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의 진위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천문학을 이용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러한 역사 자료들이 사실로 증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이 있었다. 천문기록의 관측지가 우리가 알고 있던 삼국시대의 위치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구려는 일식의 관측지가 몽고에서 만주에 이르는 지역이었고, 백제는 그 아래쪽인 중국의 발해만 유역이었다. 그리고 서기 201년 이전 신라의 일식 관측지는 양자강 유역으로 나타났다.(본 책, 55~56쪽 참조)

이러한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부 일본의 학자들은 ‘삼국사기’의 천문학 기록은 중국에서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대해 중국에 없는 일식 기록도 있고, 각 나라마다 기록들의 관측지가 모두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므로 표절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한 숨겨진 고대사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의 영토를 한반도로 한정지어 버린다면 답을 찾을 수 없다. 백제의 근초고왕이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서해를 호수로 삼고 중국의 대륙을 넘나들며 영토를 넓히지는 않았을까?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원나라의 칭기즈 칸처럼 세계적인 대제국을 건설하지는 않았을까?

과학자의 연구로 역사적 진실이 규명될 수도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우리의 천문학이 세계에서 유래 없을 정도로 발전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고인돌 안쪽에 새겨진 별자리들, 백제 고분 안에 그려진 별자리들과 상징하는 그림들, 신라시대에 밤하늘의 천문을 관측하기 위해 만든 첨성대, 2000년 전에 고구려의 밤하늘의 별자리를 조선시대에 그린 ‘천상열차분야지도’등 우리의 역사 속 천문학은 생활 속에서 가까웠다.

가을의 밤하늘에 별들은 유난히도 밝고 많이 관찰된다. 백조자리, 카시오페아, 페가수스, 안드로메다 등등 별자리를 보며 신화 속 인물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이 별자리들을 과거 백제인도 봤을 것이고 고구려인들도 봤을 것이다. 그리고 밤하늘을 보며 미래를 예측하고 징조를 살피고, 변화를 책으로 남기기도 하였을 것이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나온 천문과 관련된 내용들은 중국의 기록보다도 많고 자세하다고 한다.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고대 역사를 고정관념으로 알고 있었다. 모 단체에서 고구려가 중국의 북쪽 대부분을 차지한 지도를 복원해도 믿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고구려 역사까지도 자기들의 역사로 편입시키고 있다. 앞으로 우리 후손들은 한반도의 이남 부분의 역사만을 배울지도 모른다.

한 과학자가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를 뒤엎을 만한 학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였다. 이제 역사학자들이 응답할 차례이다. 지금까지의 고정된 지식을 버리고 유물을 통해 검증하여 답해야 할 것이다. (값 1만3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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