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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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
  • 승인 2016.10.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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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조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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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일 M&L 심리치료 공동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마음챙김과 러빙프레젠스(Mindfulness & Loving presence(이하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가 어느덧 끝나간다. 올해 초 1월부터 매달 1회(토, 일)씩 10회기로 진행되는 이 과정이 이제 다음 달이면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M&L을 접하기 전과 후의 나의 삶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나는 올 한 해 동안 배운 이 M&L을 얼마나 내 삶 속에 녹여냈을까? M&L 심리치료 과정이 마무리 되는 이 시점에서 나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일본 사가현 카라쓰시에서 열리는 ‘제2회 한일 M&L 심리치료 공동 심포지엄’에 참여하게 되었다.

 

전날, 애쓰지 않는 마음으로 출국을 준비하다

M&L을 공부하면서 나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가질 수 있는 모든 욕구, 생각과 느낌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정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거부하고 싶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어떤 느낌에 대해 “난 이런 느낌을 가져선 안 돼.”하는 식으로 그 감정을 억압한다면, 소중한 자기 경험을 잃어버리는 것이 되고 만다.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에선 이 자연스러운 욕구의 감각과 생각들을 M&L에서 배운 삼단전 명상을 통해 나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 가기 전날, 나는 여러 가지 불안과 걱정들로 가득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미흡한 준비로 인한 미안함과 죄책감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다.

이 때 난 마음챙김(mindfulness) 상태에서 프로브(probe)를 이용하여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이대로 충분해.” “모자라지 않은 것을 누렸고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 “진정 애쓰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혼자 있는 이 시간도 내겐 너무나도 충분히 좋은 순간들이야!”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위안이 되었다.

 

첫째날, 일본 관광과 한일 M&L 회원 교류회

아무런 기대감 없이 애쓰지 않는 마음으로 출국한 까닭에 일본 땅을 밟고 나서 한참동안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처음으로 향한 행선지인 이토시마 후타미가우라 해변의 사쿠라이 신사 부부 바위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현해탄에 가라앉는 석양이 아름다워 석양의 명소로 알려진 이곳은 하지 무렵이면 석양이 부부 바위 사이로 가라앉는다고 한다. 부부 바위가 있는 한반도를 향한 바다를 보고 있자니, 그립고 소중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파도와 비바람에도 듬직하고 단단한 금줄로 이어진 이 부부 바위와 같은 마음을 닮고 싶다고도 생각하면서.

다음으로 향한 곳은 라이잔(雷山) 산중턱에 있어 라이잔 관음이라고도 불리는 천년의 고찰 센뇨지(千如寺)였다. 자욱한 안개 덕분에 더욱 신비스럽고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영혼이 맑아지고 평온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살무사라는 뜻의 마무시 온천에서 온천정식을 늦은 점심으로 먹고 온천까지 즐기니 뱀처럼 피부가 매끈매끈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이렇게 첫날의 일본 관광이 마무리되고, 심포지엄 장소인 사가현 카라쓰시 니지노마쓰바라 호텔에 도착! 한일 M&L 교류회 만찬 및 환영회가 진행되었다. 하나같이 러빙프레젠스(사랑으로 함께하기)가 느껴지는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해서 그런지 무척 맛있고 즐거운 저녁 시간이었다.

 

둘째날, 공동 심포지엄의 날

드디어, 공동 심포지엄의 아침이 밝았다. 김재효 교수님(원광대 한의과대학 경혈학교실)의 ‘Acupuncture and Meditation Expand the Boundary of Mind-Body Medicine’이라는 주제로 메인강의가 시작되었다. 이 강의는 내가 한의학을 입문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고민들이 고스란히 모두 녹아있는 강의였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임상에서 우리는 침술을 시행함에 있어서 자침할 부위에만 집중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러면 환자는 긴장을 하게 되고 뭔가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임상의 대가들은 우선적으로 환자가 침 치료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럴 때 치료의 효과와 치유의 힘이 최대한 발현되는 것이다. 임상의가 환자를 수용하는 것 못지않게 환자가 의사를 또한 수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국 우리 임상의가 가져야할 태도는 단순히 환자의 통증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돌보는 러빙프레젠스의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강의였다.

이어진 강의는 모토야마 선생님(모토야마 클리닉 원장)의 특별 강연이 진행되었다. 모토야마 선생님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친한 친분을 맺으며 지내는 삶의 태도를 가진 분이셨다. 직업 환경과 생활 습관을 반드시 고려해야 환자가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에 충분한 강의였다.

그리고 증례 발표로 최보윤 원장님(천안 보한의원 원장, 한국 M&L심리치료연구원 부대표)의 강의가 개인적으로 꽤 인상이 깊었다. 최근 계속해서 나를 힘들게 했던 죄책감과 같은 감정을 리프레이밍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책이라는 감정이 그저 고통스러운 것만이 아니라, 더 잘할 수 있고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나의 원동력이기도 하다는 깊은 깨달음과 자기연민의 시간이었다.

또 니시무라 선생님(히젠국립정신병원 정신과전문의)은 제목부터 뭉클한 ‘가끔은 온마음으로 울어보자’라는 제목의 중증 우울증 증례 발표는 큰 감동이었다. 환자가 울면서 “이제 끝이야, 죽게 해주세요.”라는 말에, “절대 당신을 죽게 하지 않겠다. 반드시 제가 당신을 지키겠다.”라고 함께 울면서 자신의 감정을 실어 본심이 전해지도록 했던 선생님의 따뜻한 러빙프레젠스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증례였다.

이어 김영호 선생님(공감한의원 원장)의 리프레임 강의와 이진화 선생님(대전대학교 한방병원 소아청소년클리닉)의 언어습득 이전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심리적 외상에 자락 요법 등을 적용한 몇 가지 증례를 끝으로 공동 심포지엄이 마무리되었다. 실제 두 분 강의 모두 당장 임상진료 현장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유용한 내용의 강의였다.

 

셋째날, 히젠국립정신병원 참관

마지막 날에는 히젠국립정신병원을 참관하였다. 인원이 많았던 관계로 두 조로 나눠서 참관을 하였다. 우리 조에서는 김린애 선생님(하늘마음한의원 청주점 원장)께서 통역을 맡는 수고를 해주셨는데, 최선을 다해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나 빛나고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는 이렇듯 각자 고유한 영롱한 빛깔을 내는 빛나는 존재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의 그 빛이 희미해지고 옅어진다면? 그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다시금 빛나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 나는 바로 이 M&L을 만났고 심리치료 공부를 시작했음이 떠올랐다.

이렇게 이번 ‘제2회 한일 M&L 심리치료 공동 심포지엄’ 동안 일상에 가려졌던 본연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너무나 소중한 여행이었다.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 3기 수강생 한의사 조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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