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를 중심으로 조선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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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를 중심으로 조선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다
  • 승인 2016.10.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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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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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고산자, 대동여지도

늦더위가 있었지만 높고 파란 하늘과 점차 단풍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는 나무를 보니 어느 덧 가을에 들어서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가 청명한 날씨는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물론 연휴기간이 끝나 아쉽지만 이 가을, 지도 한 장 들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하게 된다면 우리들 삶에 더할 나위 없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여행을 떠날 때 마치 동반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도인데 최근에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빠른 길을 찾기 위해 항상 지도 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요즘 같은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것 중에 하나가 되었이다.

지도가 곧 권력이자 목숨이었던 시대, 조선의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전국 팔도를 누빈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차승원)은 하나뿐인 딸 순실(남지현)이 어느새 열여섯 나이가 되는지도 잊은 채 지도에 미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않고 오로지 지도에 몰두한다.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들과 나누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대동여지도의 완성과 목판 제작에 혼신을 다하는 김정호지만 안동 김씨 문중과 대립각을 세우던 흥선대원군은 대동여지도를 손에 넣어 권력을 장악하려고 한다.

박범신의 소설 <고산자>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지도를 제작한 김정호를 중심으로 19세기 중반 조선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김정호가 지도를 그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일단 눈호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백두산의 풍광을 마치 CG가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 멋지게 담아내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또한 차승원, 김인권, 유준상 등 평소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과 강우석 감독의 만남은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또 하나의 흥행작으로서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영화는 김정호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정도의 픽션이 가미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관객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천주교 박해나 안동 김씨와 흥선대원군의 대립 등 그 시대의 역사적 이야기를 너무 많이 연결시키면서 정작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애매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로인해 역사왜곡이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면서 추석연휴에 개봉하고, 12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9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물론 중간중간 차승원을 차줌마로 등극시켰던 삼시세끼와 현시대의 지도인 네비게이션 등 현대의 이야기를 담은 대사로 관객들에게 깨알 웃음을 선사하고, 차승원 김인권 콤비의 케미가 돋보이지만 김정호라는 주인공의 융통성 없는 모습은 요즘 시대의 감각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등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그럼에도 우리 삶에서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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