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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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
  • 승인 2016.09.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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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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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방영되었던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배우 박근형씨는 1940년생으로 올해 77세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대만의 용산사(龍山寺)를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는 감탄을 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깜작 놀랐다.’이 표현을 보고 배우는 이런 감성을 가지고서 하는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매우 아름다운 능력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70대 어르신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랄 만큼’ 감동을 받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감동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젊을 때부터 자신의 감수성이 세파에 마모(磨耗)되지 않도록 노력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감동을 받는 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는 사람도 있고 미술을 보고 감동을 받는 사람도 있다. 물론 노래나 연극뿐 아니라 일상 어디에서나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누구나 감동을 받는 지점이 아닌 ‘나만의 감동 포인트’도 있다. 이런 부분을 많이 만들어둔 사람일수록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문장>을 볼 때 감동을 많이 받는 편이다. 복잡 미묘한 느낌이나 상황을 짧은 문장 하나로 명쾌하게 정리하는 명문(名文)을 만나면 꼭 스크랩 해두고 문장을 음미해본다. 이런 문장은 오래 곱씹고 필사(筆寫)해보면 처음 읽을 때 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아직 순수 문학에서 깊은 감동을 느끼는 수준은 안 되지만 누군가 추천해준 시(詩) 속이나, 에세이, 비문학에서도 통찰력 있는 문장을 볼 때면 깜짝 놀랄 정도의 감동을 느끼곤 한다.

 또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 음악이나 담백한 솔로 피아노 연주곡을 듣다가 깊은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감동을 느끼는 것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키워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동은 노력을 통해서 키워나갈 수 있는 능력’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 ‘감동을 많이 받는 인생일수록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어릴 때, 지금보다 더 많은 감동을 느끼며 살았다. 사소한 일에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고, 작은 것에도 큰 행복과 감동을 느끼며 살았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 감동을 느끼는 경우도 점점 줄어든다. 세상의 파도에 부딪혀 감동을 느끼는 감성세포가 점점 퇴화되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감동을 느끼는 감수성을 가지고 살기에 세상은 너무 거칠다. 거친 세상의 자극 속에서 어린 아이의 감수성으로 살다가는 감정적 피로로 탈진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인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뎌짐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우리의 선배세대, 부모님 세대가 모두 이런 슬픈 선택을 통해 감동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의 감수성과 감동하는 능력은 세파에 연마되어 사라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지킬 수 있다. 더하여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지식과 경험도 계속 쌓아두어야 우린 70이 넘어서도 뜨거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 능력을 잃게 되면 오로지 돈과 자식으로 감동을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앞으로도 나만의 감동을 느끼는 지점이 점점 더 많아지길 희망한다. 더 많은 곳에서 더욱 다양한 소재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나의 인생은 훨씬 행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문화적으로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자극을 만나고 경험해보고 싶다.

영화배우 윤정희씨는 남편이자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남편이 새로운 곡을 연주할 때 그 변화를 매일같이 지켜보는 건 남들이 알 수 없는 큰 행복이에요.” <남들이 알 수 없는 행복> 이라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남들이 알 수 없는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며 사는 인생! 듣기만 해도 얼마나 멋진지, 이 문장을 여러 번 소리 내서 읽어보았다.

어릴 땐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것이 있으면 그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운 감동 꺼리를 찾게 되면 그전의 것은 깨끗이 잊어버린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어떤 것도 세상의 전부가 될 수 없음을 안다. 좋아하는 것에도 여백과 여유가 생긴다고나 할까? 대신 어른의 감동은 젊을 때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확 빠져 들진 않지만 대신 천천히 스며들어 금방 꺼지지 않는다.

젊을 때부터 준비한 마음 속 감동의 공간은 인생을 보다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줄 것이다. <남들이 알 수 없는 나만의 행복>은 노력하고 준비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인생 속 덤이다. 잃지 말고 잘 간직해서 70이 넘어서도 깜짝 놀랄만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 77세의 배우 박근형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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